EVE온라인과 DUST514에 대한 소식이라면 들으신 분은 다 아실 겁니다. 그야말로 역사상 처음 '게임과 게임이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시스템'을 차용하는 게임의 등장입니다.


이전부터 게임과 게임 간의 연동사례는 있었습니다. 세이브데이터를 활용하여 전작의 캐릭터데이터를 계승하는 방식으로, 한 게임 타이틀이 다른 타이틀에 피드백을 끼치는 사례는 소수 존재했었습니다만, 전 이것이 게임의 고유 시스템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전작을 플레이한 팬들을 위한 서비스'차원에서 벌인 하나의 '센스'라고 봅니다.


일단 본론으로 넘어가서, '온라인 게임'은 현재까지 발전해온 게임의 타입으로 치자면'가장 진보된 형태의 게임'이라 볼 수 있습니다. PC-NPC의 수동적인 관계에서 PC-PC의 능동적 관계로 발전한 것이니 말입니다. 물론, 태초의 게임은 PC-PC의 퐁이었습니다만, 어쟀거나 '온라인 상에서 플레이어와 플레이어의 교류가 주요 놀이'라는 점에서 온라인게임은 현재까지 발전한 게임 중에서 가장 진화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허나, 게임은 한 번 더 발전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게임 내에서 'PC-PC'의 연동이 아닌, '타이틀-타이틀'연동 형태의 구조가 바로 그것이지요. 'A라는 게임에서 플레이어 a가 한 행위가 B라는 게임의 플레이어 b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 단순히 하나의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행위가 아닌, '게임 공간을 뛰어넘어 다른 게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엄청난 진화라고 봅니다.


물론 크게 보자면, 이런 틀은 넓게 잡아 '하나의 방대한 타이틀 내의 소규모 그룹 간의 교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사실상 게임의 영역에서 '타이틀'은 하나의 '거대한 독립공간'으로서 취급되어 왔습니다만, CCP로 인해, '게임 타이틀이 그 바깥에 존재하는 또 다른 거대한 공간 내의 영역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그냥 하나의 게임에서 전부 다 돌아가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기술적으로나 플레이어의 사정으로나 이것은 한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이라고 하는 매체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는 제작 규모에 따라 결정지어지며, 제작 규모가 방대해지면 자연스럽게 투입되는 예산 및 시간이 증가하게 됩니다. 거기에, 그렇게 완성된 타이틀이라고 해도 100의 컨텐츠 중 20만을 즐기는 플레이어에겐 나머지 80은 방해요소 이상의 것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 '20의 플레이어'는 '80의 플레이에 대한 잠재적 고객'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만, 그 잠재적 가능성을 고려하기엔 잉여분이 많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임의 플랫폼 및 장르는 이런 영역에서 또 다른 제한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FPS와 RTS,혹은 RPG'와 같은 게임은 각자마다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게임은 나날히 발전해왔으며, 그에 따라 ARPG, TPS와 같은 새로운 장르도 등장했지만, 장르의 한계는 결국 게임의 규모 및 방향성을 제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장르는 타이틀에게 맞는 이름표를 달아주는 것이나 다를 게 없지만, 그 이름표를 달게 됨으로서 게임의 한계가 명백하게 규정지어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플랫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플랫폼은 단순히 플레이 환경을 결정짓는 요소이지만, 플랫폼에 따른 개발환경 및 완성된 게임의 형태가 달라지는 상황도 존재하게 됩니다. 같은 타이틀의 게임이라도 컨버전을 통해 변화가 발생하는 점이 이에 해당되겠지요.


플랫폼과 장르에 따라 제공할 수 있는 재미의 제한선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리고 단독 타이틀로 제공할 수 있는 재미 역시 한계가 존재합니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컨텐츠를 추가하여 유지보수를 한다 치더라도, 결국 '게임이 갖고 있는 고유의 한계'는 존재합니다.


여태까지 이에 대한 답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였습니다만, CCP의 발표로 인해 새로운 가능성이 확보되었다고 전 생각됩니다. 타이틀 실시간 연동이, 바로 게임의 새로운 세대를 열어나갈 주역이라는 것 말입니다.


RTS와 FPS의 결합을 통해, 플레이어들은 각자 원하는 플레이 방식을 택해 동일한 전장에서 동시간대에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RTS를 택한 유저는 NPC분대를 조종하여 게임에 참여하고, FPS를 선택한 유저는 1인 PC가 되어 게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혹은, RTS에서 지휘관으로 채택한 유저가 FPS를 플레이중인 유저에게 현재의 전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좀 더 나은 전략을 제공하면, FPS유저는 그 정보와 전략을 통해 게임 플레이를 유리한 국면으로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FPS와 RPG의 경우는 어떨까요? RPG플레이어가 퀘스트를 통해 축조한 도시에 적대 진영 FPS유저가 단독으로 잠입하여 도시의 수장을 암살함으로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다른 측면으로는, FPS유저가 사용하는 장비 수급을 RPG플레이어가 자원 공급을 끊음으로서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한 타이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시겠지만, 이것은 아직 게임 실시간 연동이라는 개념이 아직 낯설기에 발생하는 한계일 뿐입니다. 더 나은 협동 혹은 분쟁, 교류를 떠올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비행시뮬레이션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수송기에 RPG 플레이어가 직접 탑승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RPG플레이어는 뛰어난 조종실력을 가지고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SIM게이머에게 거리낌없이 비용을 지불할 선택권을 가지고 있으며, SIM게이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실력을 쌓아야 할 겁니다. 이런 것은 좋은 피드백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덴 아직 많은 문제가 쌓여 있습니다.



첫번째 문제는 바로 '개발자 및 개발환경의 납득'입니다. 단독 타이틀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개념을 굳이 두 개 이상의 타이틀로 분할하여 연계할 가치가 있느냐에 대해 납득을 시켜야 합니다.

두번째 문제는 '기술적 한계'입니다. 타이틀 연동은 기본적인 서버 운용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긴 합니다만, '다른 타이틀의 게임의 피드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용하고, 다시 피드백을 돌려주느냐'에 대해선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세번째 문제는 '피드백의 범위 설정 및 한계'입니다. 연동을 행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행해져야 하는지, 또 피드백으로 인한 밸런싱 문제 등은 많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문제도 많습니다만, 일단 저 세가지만을 뽑아보겠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결하여, 새로운 진화가 될 가능성을 가진 '게임 실시간 연동'을 확립시키느냐에 따라서 현재의 온라인 게임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느냐 못하느냐가 갈리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