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개발팀이라는 조직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 통용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든 조직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인, '커뮤니케이션'의 문제.
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사람들은 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의 원인을 여러가지 방면에서 찾는다.
혹자는 타 파트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온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닐 수 있다.  타 파트에 대한 이해력을 갖추는 것은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타 파트에 대한 이해를 갖추는 것을 엉뚱하게 해석해서 다음과 같은 잘못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만약 기획자가 기획안을 가지고 왔을때 프로그래머가
"저도 게임 해봤고, 다 아는데, 이렇게 하는것보다 이렇게 이렇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재밌을 텐데 왜 이렇게 해요?"
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기획자가 프로그래머에게,
"아니 왜 그게 구현이 안돼요?  저도 프로그래밍 공부해봐서 다 아는데 이러이러이러하게 구현하면 다 되는거 저도 아는데 왜 안된다고 하세요?"
이렇게 말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면, 돌아오는 답변은 다음과 같다.

기획자는 "너가 기획도 하면 되겠네.  기획잘하니까."
프로그래머는 "너가 코딩해라.  프로그래밍 지식 많네."

결국 이것은 조직을 와해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이고, 타파트에 대한 지식을 올바르게 활용하는 방법이 아니다.

타파트에 대한 지식은 프로그래머의 경우, 기획자의 기획안이 왔을때 이 기획안이 어떤 것인지 좀더 쉽게 이해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기획자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을때 그런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해주는 정도로 사용한다라면, 기획자의 공감도 얻을 수 있고, 자존심을 크게 건드리지도 않는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획자 역시 마찬가지로, 프로그래밍 지식을 사전에 어느 정도 숙지함으로서, 완전히 불가능한 것과 어느 정도 가능한 것에 대해서 사전에 숙지하고 걸러내서 피드백의 요소를 줄이는 요소로서 활용하고, 이를 통해서 프로그래머가 기획자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게끔 해주는 정도의 것으로 쓸 수 있다.

사실 조직이 개인에 비해서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것은, 분담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분담은 전적으로 '신뢰'를 담보로 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전쟁이 있다고 하고, 적이 쳐들어왔을때, 두 부대가 있어서, 서로 간에 역할을 분담하여, 한 부대가 전방을 맡고, 또 다른 한 부대가 후방을 맡기로 한다면, 사방에서 들어오는 적의 침입에 대해 좀더 넓은 지역을 효율적으로 지켜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술은 전방을 맡은 부대의 지휘관과 후방을 맡은 부대의 지휘관이 서로간에 신뢰하지 않는다면,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팀장과 기획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팀장이 기획자를 신뢰하지 못할 경우, 팀장은 지속적으로 기획자의 기획안을 사사건건 검토하고 각 기획안을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히 고치고자 할 것이며, 이럴 경우, 기획자는 존재 가치를 잃고, 팀장이 직접 기획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상황이 된다.  그리고 팀장은 게임 내적인 기획에 치중하느라 바깥 업무나 기타 다른 바쁜 업무들에 치중할 수가 없고, 이는 전체적으로 팀 역량이 소모적으로 되어지는 원인이 된다.
사장과 팀장의 경우에도, 사장이 팀장을 신뢰하지 못하면, 가끔 팀장을 제치고 직접 프로젝트에 간섭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역시 팀장은 자신의 업무 역량을 십분 활용할 수 없게 되며, 프로젝트는 접히거나, 팀장이 그 동안 만들어 두었던 모든 결과물들이 부정되고, 새롭게 만들어야 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그 동안의 작업물들이 무용지물이 되고, 조직의 사기 역시 땅에 떨어지게 된다.

신뢰도가 높은 조직이라면, 프로그래머는 기획자의 기획안이 재밌을 것이라고 믿고, 그 기획안대로 어떻게든 구현해주기 위하여 방법을 찾을 것이며, 팀장은 기획자의 기획이 재밌을 것이라고 믿고, 큰 줄기의 기획안에 대해서만 터치를 할 뿐, 세부적인 기획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기획자에게 일임하고 자신의 남은 시간은 좀더 팀장 본연의 업무에 치중할 수 있게 된다.  사장과 팀장의 신뢰 역시 마찬가지로 볼 수 있으며, 사장과 사원들 간의 신뢰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물론 이 신뢰를 쌓고 회복하는 것에 대한 방안은 전적으로 각 개인들의 역량에 달려있다.  
만약 어떤 조직이 제대로 신뢰를 확립하지 못한다라면, 그 조직의 리더는 결국 혼자서 모든 일을 다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처지가 되게 될 것이며, 결국 신뢰할만한 조직원들을 구축할 줄 아는 리더와의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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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이즈게임에서 커뮤니티 란에 올라온 기획자와 프로그래머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글을 보고, 삘받아서 휘갈겨 썼습니다.
휘갈겨 쓴글이라 틀린게 많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