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 긴 글이 될 지 안 될지는 잘 모르겠십니다. 제가 지금 밤을 꼴딱 샌 상태라 그대로 뻗으면 거기서 글 땡이걸랑요 -.,-;

편의성을 위해서 반말을 아낌업ㅂ이 팍팍 무쳐넣는점 쪼까 이해해주시기 바라면서...




1. MMORPG의 핵심은 '소유'다.



사람의 본능은 오만때만가지가 다 있지만, 그 중에서 사람들이 게임에서 원하는 것은 무언가를 '가지는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서 '가지는 것'에는 오만때만것이 다 적용된다. 강한 스펙의 캐릭터, 더 좋은 장비, 더 많은 사람들과의 사회관계 유지, 게임 내의 지위 등등등. 그 어느 것을 보더라도 MMORPG만큼이나 강한 소유욕을 과시할 수 있는 장르는 없으며, 거기에 이런 환경을 공격적으로 조성하는 장르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작도 안 했는데 쪼끔 껄쩍지근하지만 예를 들어보자. 만일 당신이라면 주기적으로 장비와 스펙, 퀘스트가 초기화되는 게임이 있다면 하고 싶은가? 딱 3개월 마진으로 잡고, 게임의 세계 속 이야기가 흘러감에따라 여러분은 열심히 캐릭터를 키우고 몹을 잡고 장비를 그러모으지만 그 이야기가 쫑나면 여러분은 캐릭터 이름 빼고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 상태로 되돌아간다. 이런 게임, 하고 싶은가?

예시를 든 게임은 바로 '레인가드', 2000년대 초반부에 캡콤이 자신만만하게 선보인 온라인 게임이지만 그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돌아갔다. 상당히 참신한데다 기발하기 짝이 없는 게임이지만, 주기적으로 리셋되는 세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으 점차 냉담할 수 밖에 없었다.

'시풋, 조빠지게 돌고 모아도 결국 시간 되면 다 없어질거!'

...라는 게 대부분의 야유였다. 아, 물론 그 때 그 때 즐기는 것을 우선시하는 방랑객들은 서비스 종료될 때까지 레인가드를 즐기긴 했지만, 그들은 소수였다. 다수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대가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매우 달갑잖게 여겼고, 결국 관둬버렸다.

다른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어느 게임의 한 플레이어는 게임 속에서 최정상급 스펙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 할 만한 컨텐츠는 다 즐겼고, 이제 이 게임에 정이 다 떨어졌다고 푸념을 일삼고 있다. 헌데, 우스운 건 이 사람이 그렇게 할 짓이 없다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끝끝내 게임을 접진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예는 상당수의 게임에서 존재한다. 특히, 단순히 장비나 캐릭터의 스펙이 좋은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인이 많거나 커뮤니티에서 꽤나 많은 명성을 쌓은 이들이 이에 해당된다. 그들은 자신의 최상급 캐릭터가 더 이상 성장하진 않는 현실을 알고 그걸 지루하게 여기고 있지만, 쉽사리 게임을 떠나진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소유권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혹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계속 소속되어 있기를 원하는 것이다.


MMORPG의 핵심은 소유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것을 원하며, 그것에 속박되기도 한다.



2. 많은 신규 MMORPG들의 실패, 과연 이유는 무엇인가?



MMORPG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안정화 상태로 접어드는 게임은 그렇게 많지 않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을 겨우 버티다 몰락해버리고 말기 일쑤다. 물론 그 사이에 개발비가 뽑히고 이익이 났는지는 모르지만, 너무나도 눈부신 성과를 보인 소수의 게임들 앞에선 무력하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다들 묻는다. '왜 그들은 실패했는가?'

다들 대답한다. '그 게임들은 이전의 것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이 대답이 그렇게 맞아 떨어진다고 보긴 힘들다. 왜냐? 확실히 '다른' 게임은 수차례 등장했었다. 단순히 그래픽과 세계관같은 포장용기만 다른 게임이 아니라, 게임의 규칙 자체가 다르거나(2000년대 초중반기에 들어오는 수많은 외국산 온라인 게임) 게임의 사회적 룰이 차별화된 경우(가장 최근의 예로는 EoC, 에이지오브코난)는 몇번이고 있었다. 헌데, 그 게임들이 성공한 사례가 있나? 아, 딱 하나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와우 찬양글이나 쓰려고 한 건 아니니 넘어가서, 분명 '다름'에도 불구하고 처참하게 망조가 깃든 게임들은 왜 그랬는지 질문을 하면 어떨까?

운영상의 미스, 다른 정서로 인한 낮은 접근성, 인터페이스의 불친절함 등등. 헌데, 이런 대답의 상당수는 '다르기에' 존재하는 일종의 딜레마다. 다른 것은 새롭다. 헌데, 새로운 것은 낯설기 때문에 접근할 수 없다? 이것은 위의 질답에 위배된다. 다르지 않기에 망했던 게임은 어디가고 이제와서 딴소리인가? 응?
운영실수에 대해서도 몇가지 지적을 하자면, 실제로 운영상의 실수로 인해 초기에 망했다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우린 지금도 엄청난 운영불량을 범하면서도 떵떵거리며 잘 굴러가는 온라인 게임들을 보고 있으니까. 운영상의 실수는 단순한 핑계인 것이다. 그들이 떠나가는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있기에. 정말 그들이 이 게임에 대해 떠날 생각이 없다면, 과연 운영실수로 인해 쉽사리 떠나갈까?
전혀 아니다. 떠날 생각을 한 이들은 얼마든지 떠난다. 다만 그 기회를 잡기 위해 기다렸을 뿐이다.



3. 새로운 게임을 접하는 것은 기존의 것에 대한 작별이다.


어느 게임을 하다 다른 게임을 하게 되면, 당연하게도 이전의 것들은 건드릴 수 없다. 혹시 다른 게임의 캐릭이나 아이템을 주면 그에 맞먹는 가치를 지불하는 게임도 있는가? 없지 않는가.

새로운 게임을 하게 되면 새롭게 시작한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맨손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가진 것이 없는 이들은 가지기 위해 열심히 움직인다. 레벨, 장비, 재화, 인맥 등등. 애석하게도, 그들은 이런 작업에 대해 썩 매력있게 느끼진 않는다.

한창 가지기 위해 쌓아가는 이들과 이미 다 가져서 쌓아놓은 사람이 있다고 치자. 과연 둘 중엔 누가 떠나기 쉬울까? 당연히 전자다. 그는 가진 게 없으니 쉽사리 떠날 수 있다. 가진 사람이 떠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오오, 그럴 리가. 만일 그랬다면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수많은 온라인 게임의 상당수가 바보같은 운영 한번으로 많은 유저를 잃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러진 않잖은가?

쉽사리 새로운 게임을 접는 이유에 대한 답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아직 가진 게 없고, 가지지 않았기에 쉽게 떠날 수 있다. 왜? 다른 게임으로 돌아가면 그들은 이미 갖고 있는 것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맨몸에 헐벗다시피 한 캐릭터를 가지고 낑낑대는 것과, 이미 최고급 장비를 가진 삐까뻔쩍한 캐릭터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후자가 매력적일 수 밖에 없지 않는가?



4. 소유욕을 유발하고 고착화시키는 단계


궁극적으로 보자면 게임의 컨텐츠는 그 게임에 사람을 얼마나 속박시킬 수 있느냐를 결정하느냐에 따라 그 생명력이 달렸다고 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사람들이 그 컨텐츠의 이면에 소유욕을 자극하는 요소를 감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

PvP? 단순히 쌈질만 하는게 좋아서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이 그 과정동안 쌓은 캐릭터의 명성과 승률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쉽게 버릴 수 없다. 그동안 내가 쓰러뜨린 상대가 몇 명인데?!
레이드? 그 어렵고 힘든 과정을 통해 내가 이 정도 장비를 맞췄는데?!
길드? 커뮤니티? 내가 고생고생하며 파티플하며 만난 인연이 맻어져 아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여기에서 퀘스트 항목은 빼자. 퀘스트는 어디까지나 플레이어가 본격적으로 소유욕을 형성하고 고착화시키는동안 최대한 발목을 붙잡는 요소니 말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사람들이 퀘스트 하느라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슬금슬금 쌓이는 자산이 덩치가 불어져서 발목 붙잡을 때까지 버티는 정도라는 것이다.

물론, 퀘스트 하는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소위 말하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정도로 표현할 수 있지만... 애석하게도 온라인 게임에서 이런 플레이어를 만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퀘스트라는 것을 상당히 좋아하고 그걸 깨는 과정을 좋아하지만, 그거야 개인 취향이다. 사람들은 한시라도 빨리 자기 캐릭터가 '강해지는 것'을 원하고, 퀘스트는 그 과정을 위해 존재하는 것 정도로 여기고 말기 때문이다.
'스크롤 긴 NPC의 푸념과 그 고난? 아아, 눈물겹습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더 빠르게 쎄지고 싶어요. 그러니까 대충 내가 뭐 해야 하는지나 좀 알려주고 끝냅시다, 이 망할 놈의 수다쟁이야.'가 표준적인 플레이어의 자세다. 물론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다 '어? 이 퀘 좀 재미있네? 낄낄'정도의 마음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이씨 이놈의 퀘몹은 어디에 있고 이놈의 퀘템은 왜이리 안보여?'라는 생각을 품고 게임을 한다.
플레이어가 퀘를 받고 읽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할까? 생각보다 적다. 만일 목표가 뚜렷히 요약되어 있다면? 당연히 그것만 읽고 넘어간다. 절대 다수의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하려고' 하는 거지, 게임을 '읽으려고' 하는 게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무슨 퀘 하나 하나 읽으면서 하는 사람을 별종 취급하겠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나는 퀘스트를 자세히 읽고 무슨 이야기가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보는 사람이다. 정말이다. 믿어주세요 쩨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퀘스트는 플레이어가 무언가를 소유하게 되고 그 소유물의 덩치가 불려지는 과정에 끼여있는 일종의 코스 요리 중 하나다. 절대로 메인 디쉬가 아니며, 메인 디쉬로 생각했다간 그 메인 디쉬를 얼굴로 맞받아줘야 하는 곤혹스러운 사태가 발생한다. 물론 장치를 잘 꾸며놓고 무한정 리필되는데다 질리지도 않는 뷔폐같은 퀘스트가 넘쳐난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퀘스트는 어디까지나 한정적인 자원이다. 재고는 바닥나고, 결국 퀘스트로 때우는 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라지만 에버퀘스트같이 퀘스트하다 토나오라는 식으로 퀘스트 마구잡이로 있는 게임도 있지만....

점점 졸려지니 헛소리 비율이 높아지니 일단 마무리를 짓겠다. 게임의 과정은 플레이어에게 얼마나 많은 자산을 축적시키고, 또한 더 이상의 자산을 축적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 실제로 안 그럴진 몰라도, 기대심리를 갖고 있으면 플레이어는 들러붙어서 자신의 자산을 불리려고 애를 쓸 것이다. 물론 뻥카로만 버티려고 하다간 주머니에 가진 것 이상 불리기 힘들다는 쓰디쓴 현실과 마주한 플레이어는 이렇게 외칠 것이다.

'에이씨, 안해!'

그러니 얼마나 기대감을 심어주고 완급조절을 잘 해내어 플레이어가 더 이상 도망 못 갈 단계까지 자산을 불릴 수 있느냐를 조종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5. 자신이 가진 자산을 환전해주는 창구, 현거래


현거래에 대해서 부정적인가? 물론 난 지극히 엿같은 시스템이라고 본다. 게임의 룰을 쉽사리 망치는 외부 요소의 개입을 받아들이는, 소위 말하는 '여기는 오픈되었으니 들어오셔서 절 탈탈 털어주시면 됩니다, 돚거님' 같은 시츄에이션을 발생하는 암세포의 말기암이라고 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의외로 도움 되는 요소도 있다. 현거래는 플레이어가 타 게임에서 소유하고 있는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게임에서 완전히 판 접고 손 떼버리게 만들 수 있다. 말 그대로, 플레이어의 '게임 자산'을 알거지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게임에서 발목 붙잡던 요소가 사라지면? 새로운 게임에서 다시 발목 묶일 확률이 커질 수 있다는 소리다. 오우예 할렐루야. 현거래도 나름 쓸모가 있네요?

...라고 설명해주고 싶지만, 이건 '현거래로 팔아치운 뒤에 다시 잡은 새로운 게임'에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쉽게 왔다 쉽게 뜰 수 있다. 아직까지 현거래에 대해 본격적인 이사수단으로 삼는 사람은 그렇게 많진 않지만, 적어도 '아, 이 게임에 볼일이 없다. 가진 거 다 팔아야지. 그럼 안녀응'이라고 말한 사람은, 다른 게임에서도 그럴 수 있다. 해 본 놈은 아는데다, 게임 오래하면서 쌓은 자산이 의외로 지폐가 되었을 때 쏠쏠하다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물론 끝까지 절망적인 소리만 늘여놓으면 미안하니 한 가지 희망의 불씨를 심자면, 현거래를 위해선 파는 놈도 있어야 하지만 사는 놈도 있어야 한다. 그게 거래니까. 새로운 게임에서 또다시 미련없이 접으려는 사람이 생긴다고 해도, 살 사람이 충분히 생겨나면 그 게임은 '오우예 난 아직 살만혀!'라고 할 만하다. 게임 할 놈이 생겼고, '비교적 쉽게 덜어버릴 수 있긴 해도' 어쨌거나 그 사람 발목을 묶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으아 졸려라. 일단 결론 안 냈다간 글이 똥망이 될 듯 하니 여기서 컷!!




5. 결론



더 길게 쓸 내용이 많지만 이 이상 썼다간 머리 속에 있던 내용도 증발될 것 같은 기분이다. 짤막하게 요약하자면, 'MMORPG의 생존은 사람의 소유욕을 얼마나 자극하고, 그것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발목을 가급적 오랫동안 묶어놓을 수 있느냐'라고 본다. 그 소유욕을 자극하는 매체가 더 강해진 캐릭터건, 더 좋은 장비건, 더 많은 사람과의 커뮤니티건 그건 상관없다. 다만 어느 것 하나에라도 묶인다면 그들은 쉽사리 떠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MMORPG들은 기존의 것에 비해 사람의 소유욕을 강하게 유발시킬 수 있는 요소가 없다. 그것을 극복하여 새로운 소유욕을 창출하여 발목을 묶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떠나갈 것이다. 이미 사라졌고 지금도 사라지고 있는 수많은 게임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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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요약을 하자면 대충 이런 소리입니다.


'가진 놈은 쉽게 못 떠난다.'

라는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