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방 안에서는 아스라히 불빛이 비치고 있었다. 대전을 숨어 들었던 검은 그림자는 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창문 근처까지 접근한 흑영(黑影)은 조용히 몸을 숨기며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정말로 이번 천지회(天地會)와의 회담에 응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들은 간수(奸獸)한 무리들입니다. 곡주님의 안위가 염려됩니다. "
"허허, 내 아무 생각 없이 이러겠나? 본인에게 다 방도가 있다네. 더군다나 …"
목소리의 주인공은 말하기를 망설이는 듯, 뜸을 들였다.
"본인은 그들에게 동맹을 권할 생각이라네."

찰나와 같은 정적이 지나갔다. 이야기를 듣던 이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 듯 숨쉬는 것마저 잊은 듯 했다. 놀라기는 엿듣던 흑영도 마찬가지였다. 불구대천이라 칭하던 양의곡과 천지회가 동맹이라니!

흑영은 좀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창가로 조금씩 몸을 기대었다.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흑영의 마음을 다급하게 했다. 평정을 잃은 흑영의 몸은 미세하게 흔들렸고, 이 기척을 눈치채지 못할 양의곡주가 아니었다.

"웬 놈이야!" …(하략)…



이상은 무협지에서 굉장히 자주 볼 수 있는 클리셰 중 하나입니다. 진부하지만 없으면 또 서운한 요소지요.

생각을 하다가 이런 걸 MMORPG에 적용을 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실제로 RVR이나 길드전 등 전쟁이 잦은 MMORPG에서는 적진에 정찰병이나 스파이를 침투시키는 일을 자주 합니다. 리니지 공성전에서 미리 심어놓은 첩자가 피씨방 선을 뽑고 달아났다는 전설은 유명하지요.

현재의 MMORPG에서 정보라는 것은 상당히 유용합니다. 상대 세력의 행적만 알아도 굉장히 승산이 올라가지요. 거의 모든 플레이어 세력들이 상대세력의 정보를 알기 원하고 자신들의 정보가 흘러나가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런 나름 중요한 요소를 시스템적으로 이것을 성공적인 컨텐츠로 만든 MMORPG는 극히 드물었다고 생각합니다. 잘 다듬으면 꽤 재미있는 요소가 될 것 같아서 한번 써 봅니다.


컨텐츠로 만든 예제


1. 특정 클래스(특성상 은신가능 클래스가 적합할 듯. 이후 닌자라고 가칭)에게 지정 대상의 채팅 채널중 하나에 숨은 유저로 무단 참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1.1 닌자는 은신 상태에서 지정 대상의 지근거리 한정(약 10m이내)으로 '엿듣기'를 시전할 수 있으며 시전이 성공한다면 해당 대상이 참가하고 있는 채널 목록이 나타난다. 닌자는 그 중 한 채널을 선택하여 성공 확률에 따라 숨은 유저로 잠입할 수 있다.

  1.2 각 채팅 채널은 중요도, 긴밀도에 따라 엿듣기의 성공확률이 각각 다르다.
        예) 길드 채널 - 최대 성공확률 30%
             전장 채널 - 최대 성공확률 40%
             파티 채널 - 최대 성공확률 20%
             사설 채널 - 최대 성공확률 50%

1.3 엿듣기의 레벨에 따라 엿듣기의 성공확률이 높아지나 최대 성공확률은 넘어서지 않는다.

1.4 엿듣기에 실패할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발각되어 모습이 드러나게 되며 즉시 전투가능 상태가 된다. 단 엿듣기의 레벨에 따라 채널 참여에는 실패해도 발각되지 않을 확률도 올라간다.


2. 채널을 방어하는 디텍터 클래스(이하 위병) 설정한다.

  2.1 위병은 일정 쿨타임마다 자신이 참가한 채널에 대해 '감시'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감시 스킬의 레벨에 따라 채널에서 엿듣는 닌자를 찾아낼 수 있다. 닌자의 엿듣기와 위병의 감시 스킬의 레벨에 따라 찾을 확률이 다르다.

       예) 감시1레벨 vs 엿듣기1레벨
            찾아낼 확률 : 20%
            뿌리채소 길드 채널 참여자 : 감자, 고구마, 당근, 토란, ???(닌자)
          
           감시2레벨 vs 엿듣기1레벨
           찾아낼 확률 : 35%
           뿌리채소 길드 채널 참여자 : 감자, 고구마, 당근, 토란, 오이(닌자) : 감시레벨의 차이가 크면 이름이 드러난다.

            감시3레벨 vs 엿듣기1레벨
            감시 스킬을 쓰지 않아도 낮은 레벨의 엿보기를 할 경우 누군가 채널을 엿보고 있습니다. 라는 경고 메시지를 출력.

  2.2 위병은 채널이 아닌 지역에 대해 감시를 사용할 경우 지역 디텍팅도 겸한다. 감시 스킬의 레벨에 따라 감시할 수 있는 범위가 확장되며 디텍팅의 성공률도 높아진다.
         예) 감시 1레벨 : 자신 주위 10미터 반경 범위, 디텍팅 성공확률 30%
               감시 2레벨 : 자신 주위 15미터 반경 범위, 디텍팅 성공확률 40%
               감시 3레벨 : 자신 주위 20미터 반경 범위, 디텍팅 성공확률 50%

  2.3 위병은 닌자를 1vs1로 거의 이길 수 없다. 이기게 된다면 파워 밸런스가 어그러져 닌자가 설 곳이 없으므로...

3. 각 지역은 어느 정도의 요충지냐에 따라 엿듣기에 대한 보안 레벨이 다르다.

   3.1 필드<마을<성 or 아지트 or 하우징 순으로 보안 레벨을 달리한다. 아지트 or 하우징은 최초 보안레벨은 필드와 같으나 발전 정도에 따라 보안 레벨이 강화되는 것으로 한다.

   3.2 보안 레벨의 필요성은 플레이어들에게 세이프티 존을 갈구하게 만들기 위함으로 별도의 지역 컨텐츠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3.3 별도로 '여관'과 같은 보안레벨이 높은 공공시설을 설정하여 일정 수수료를 받고 대여해 줄 수도 있다.


음.. 써놓고 보니 또 좀 재미없고 딱딱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좀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컨텐츠 같습니다. 울온 하시던 분들은 좀 쉽게 들어올 개념인데.. 그걸 채널 채팅까지 확장했다고 보시면 될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