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들어 나오는 게임들에선 부직업 시스템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부직업 중 빠지지 않는 하나가 바로 대장장이나 연금술사와 같은 제조 직업입니다.
이 같은 부직업은 본래의 직업과는 별개라 몬스터 사냥과 같은 것과는 달리,
따로이 시간과 돈을 들여 스킬을 올려나가야 합니다.
물론 이것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지만, 제조 스킬의 여부에 따라 차후에 나가는 돈의 차이가
엄청나다보니 번거롭더라도 키우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물론 이 시스템에서 재미를 찾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잘 나오지도 않는 잡템을  모으려 끙끙대거나, 비싼 레서피를 사는데 쓸데 없이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만 같아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은 과감히 이 유저 제조 시스템을 버리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지 버리기만 해서는 안 되겠죠. 제조 시스템은 그것이 생김으로 인해서 아무 쓸모도
없던 잡템들에게 제 역할을 찾아주었고, 또한 게임 내의 경제 역시 활성화 되는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무턱대고 버릴 수 없다면, 해당 시스템의 단점만을 버리면 됩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안하는 것은 NPC 제조 시스템 입니다.
물론 이미 NPC 제조 시스템은 있습니다. 유저가 원하는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몽땅
모아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방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아이템을 NPC가 만들어 준다
뿐이지, 근본적으로 유저 스스로가 제조를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시스템입니다.

허나 제가 제안하고자 하는 NPC 시스템은 이와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한 명의 유저가 모든 재료를 모아서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유저 제조 시스템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 역할을 100% NPC가 하는 것입니다.
먼저, NPC는 각자가 생산할 수 있는 품목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품목들은 각각 일련의
레서피를 가지고 있고, 해당 조건에 맞는 재료들이 모두 모여야 만들어집니다. 이때 생산품의 재고량에
따라 재료템의 구매 가격의 오르거나 내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물약 상인의 경우 저급 물약을 만드는데 '인동초'와 '희미한 생명의 기운' 이라는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칩시다. 하지만 NPC는 현재 해당 재료템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재 상점의 저급 물약 재고량은 100개 입니다. 비록 저급 물약의 재료템은 하나도 없으나 재고량은
넉넉한 관계로, NPC는 저급 물약의 재료템을 적절 가격에 구입합니다. 그렇게 유저로부터 적당한
가격에 구입하다가 재료템의 조건이 만족되면 저급 물약을 만듭니다. 헌데 그 와중에 갑자기 수요가
증가하여 저급 물약의 재고량이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그럼 NPC는 해당 물약의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서둘러 재료템을 구입하게 되고, 이때의 재료템의 구매 가격을 올리게 됩니다. 이는 물약이
매진되고, 예약 주문이 밀리게 되면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물론 판매 원가를 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아이템은 기본적으로 고정된 가격으로 판매되게 됩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시스템을 이용하면 아무 의미 없이 버려지는 수많은 잡템들을 효용성 있게 만드는
동시에,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제조 스킬을 올리지 않아도 해당 레벨에 맞는 아이템들을 적당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시스템은 더 나아가 능동적인 퀘스트로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재고가 0이 된 상품에 다수의 예약까지
밀렸다면, 상점의 주인은 유저에게 퀘스트를 선착순으로 의뢰하고 일정 시간 내에 아이템을 구해다 줄
것을 요청하게 되는 것을 그 하나의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시스템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습니다.
'넘치는 재고'와 그 반대로 '재고 확보 불가'가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아이디어를 통해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넘치는 재고의 경우, 위 시스템에서라면 NPC는 재료템을 아주 싼 값에 구매하거나, 아예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 적절한 구매 최저가를 고정해 놓는 방법이나 아니면 드랍이
잘 되는 잡템의 경우 지속적으로 소비가 되는 물약류에 집중적으로 사용되게 함으로써 그 비율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습니다. - 이 경우 장비류 아이템 제조에 필요한 제조템은 드랍율이 조금 떨어져야
하겠지요 -
재고 확보 불가의 경우, 위에서 언급했던 퀘스트를 통해 유저들을 적극적으로 불러 모으는 방법으로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약
제조 시스템은 쓸모 없었던 수많은 기존의 잡템들에게 의미를 부여해 준 좋은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생김으로 인해 유저의 불편 또한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이 시스템의 장점만을 챙길 수 있도록 제조 시스템을 NPC에게 이양해야 합니다.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1. 잡템들에게 의미부여
2. 잡템들을 상점에 팔 때, 적정선에서 변하는 시세 차익을 누리는 재미
3. 레벨에 필요한 기본 아이템을 쉽게 구매
4. 능동적인 퀘스트 발생
5. 게임 전반에 걸친 현실적인 경제 시스템

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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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든 예만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분들도 있는 듯하여 글을 보충합니다.

먼저 위에서 설명한 NPC는 개인 소유의 NPC가 아닌 공공의 NPC 입니다.
게임초반 흔히 접할 수 있는 도구점 NPC나 무기상점, 방어구상점의 NPC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플레이어들은 초반 사냥을 통해서 나온 잡템을 이런 상점들에 처분합니다.

상점 NPC들은 이렇게 모인 잡템들을 가지고 본인이 현재 알고 있는 레서피와 현재 보유한 물품의
재고량
에 따라 적당한 물품을 알아서 만들게 됩니다.
만약 도구점 NPC가 '매우 약한 회복의 물약'과 '조금 약한 회복의 물약'의 레서피를 가지고 있고,
현재 보유중인 잡템으로 이 두 물약을 모두 만들 수 있다고 칩시다. 그럼 NPC는 현재 자신이 보유한
완성품의 재고량에 따라 재고량이 더 적은 쪽의 물품을 생산하게 됩니다. - 물론 더 나은 방법으로
최근의 소비량을 파악해서 물품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복잡하니 일단은 넘어갑니다.-

그리고 이런 NPC들이 보유하고 있는 잡템은 NPC간 공유가 아닌, NPC 각각의 소유로 합니다.
따라서 같은 마을의 NPC라고 해도, 보유하고 있는 잡템의 양과 재고량의 따라서 구입 가격이 변동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더 나아가서 마을 간 잡템의 가격 차이를 만들 것이고, 상인 캐릭터의 활성화를
만들 수 있는 요소로도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