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간단하게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몇 자 적어봅니다.




1. 착상


'권력의 집중과 부의 획득'의 개념에서 끝나는 시스템이 아니라, '부의 재생산'과 '약소층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
단순히 '이 곳을 장악하면 권력과 돈을 얻는다'가 아닌, '이 곳을 장악하고 가꿔나가면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 모여든 사람들을 통해 부가 창출되는' 시스템을 생각해내보자.
단순히 가진 자만이 선택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가지지 못한 자나 개인에게도 이익이 되는 시스템을 구상해 보자.



2. 아이디어 구체화

(1) 지역별로 생산되는 재화의 일부가 축적되는 시스템을 구성한다. 물품 구매 및 매각시에 일정 비율로 세금을 떼거나, 혹은 거래시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떼거나, 혹은 주택 소유 시 그에 따라 일정 주기별로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자.

(2) 지역을 장악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특정 지역의 성, 혹은 도시를 특정 집단, 혹은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다. 전투, 거래, 혹은 욕 나올 정도로 길고 난이도가 있는 퀘스트를 도입하건 간에. 쌈질로 지역 장악하는 건 어디서 많이 들어봤지만, 퀘스트는 처음 도입하는 것이겠지?

(3) 지역을 장악한 이는 전체 조세권한 및 지역에서 나오는 이익의 일정 부분을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해당되는 것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간의 거래'나 'NPC를 통한 거래'와 같은 부가적 차원의 부가가치지, '몹 때려잡아서 얻는 수확'이나 '퀘스트를 통한 보상'에서 원천적으로 떼는 것은 제외한다. 아, 반복퀘스트가 있다면 거기선 떼는 거로 하자.

(4) 지역을 장악한 집단, 혹은 개인은 그 지역에 대해 '투자'를 할 수 있다. 기본적인 경매장 시스템에서 몇 가지 편의성을 추가한 '향상된 경매장'이라던가, 지역 간의 물자 수송의 효율을 높여주는 '택배 서비스'라거나...
다른 지역간의 기본적인 이동 수단을 조금 더 빠르고 쾌적하게, 혹은 '공짜로' 제공하는 역마차, 만일 게임의 배경이 마법이나 과학 문명과 연계되어 있다면 '순간 이동'이나 '비행장'같이 고속 이동이 가능한 시설을 설치할 수도 있겠다.
혹은 지역 내의 이동속도를 높여주는 버프를 걸어주는 시설이나, 기본적인 NPC 거래가격을 낮춰주는 방법이라던가... 아무튼 그런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투자, 투자, 투자!
물론 투자에는 돈이 들 것이다. 매우 많은, 한두 명의 개인이 갖고 놀 수 있을 수준의 금액이 않은,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

(5) 지역을 소유한 집단에 소속되지 않은 일반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어떤 지역에서 활동하면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어떤 이익(지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과 손해(그 서비스를 위해 지불하는 대가)를 보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이득을 따라 거점을 정할 것이다.

(6) 투자를 통해 많은 사람이 한 곳에 모여든다. 그럼 그 지역을 소유한 이는 많은 이득을 회수할 것이고, 그에 따라 추가적인 '투자'를 할 지, 혹은 현재의 서비스를 조정할 것인지를 고민할 것이다. 경쟁자들은? 이익을 보는 자를 따라 서비스를 추가할 것인지, 혹은 그 지역의 서비스를 방해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는 칼 들고 들어가서 난투극, 복잡하게는 음모공작을 통한 효율 하락과 같은 행위.

(7) 자, 경쟁자의 방해공작이 시작되었다. 이익을 갖고 있는 이는 이것을 사수하기 위해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단순히 보자면 성벽을 강화하고 방어시설을 손보는 선에서 시작하지만, 강력한 NPC를 도입하여 경비병 수를 늘리는 쪽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비초소와 같은 시설도 늘려야겠지?

(8) 지역 간의 암투가 꼭 PC로만 진행되리라는 법은 없다. 방어측에서 NPC를 고용한다? 그럼 공격측도 이처럼 NPC를 활용해도 될 것이다. 단순히 습격집단을 구상해도 되고, 상인들이나 시설을 습격하는 도적단 NPC도 있을 수도 있다. 이야, 점점 그럴싸한데?

(9) 그런데 이런 식의 NPC 늘면 뭐할까? 이녀석들한테도 퀘를 주는 건 어떨까? NPC 고용의 일정 수가 넘으면 퀘스트를 발생시키자. 방어측에 가담하면 공격해오는 NPC를 까부수라던가, 공격측에 협조할 생각이면 이 방어측 NPC를 까던가. 뭐 그런 것이겠지.
그런데 이런 식으로 반복되면 한쪽의 병력을 약화시키거나 보상을 받아먹기 위해 일부러 내부첩자가 들어갈 수가 있겠지? 그렇다면 공격과 방어에 활용하는 NPC의 피해로 인한 손실을 전부 각자에게 부담하고, 그 손실의 일부만을 받아먹도록 하자. 이렇게 하면 NPC를 무작정 뽑아서 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세우면 공격을 하거나 막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공격하거나 막기 위해선 NPC가 필요하며, 플레이어가 이런 싸움에 개입하기 위해선 일정 수 이상의 NPC가 필요하도록 하자.

(10) 자, 마무리. 특정 지역이나 도시를 장악하며 이익을 얻는 것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런 지역은 한두 개가 아니며, 플레이어들은 어떤 지역에 거점을 둘 지 선택권이 있다. 이런 플레이어들을 유치하기 위해 지역을 지배한 집단은 플레이어의 편의성을 높여주기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지역 간의 경쟁은 단순히 투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전투를 통한 공작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과정엔 막대한 금액이 소모되며, 실제로 그 지역의 효율성을 일부 깎아내린다. 물건 값이 오른다거나 경매장 딜레이가 생기거나, 물건 배송이 늦어진다던가, 혹은 이동 스케쥴이 늘어난다던가.
이런 효율성 하락은 다수의 플레이어에게 스트레스가 되며, 지역을 떠날 사유가 된다. 그걸 막기 위해선 지역을 장악한 이들은 수비를 해야 하며, 그를 위해 NPC를 뽑아야 한다. 공격측도 저런 공작을 위해선 NPC를 뽑아서 투입해야 한다. 직접적인 공격도 가능하지만, 그것은 제약이 있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거점으로 삼은 도시에서 일어난 분쟁에 NPC 세력을 통해 개입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개입 도중에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이런 싸움이 싫다면 짐 싸들고 가버릴 수도 있다.



3. 아이디어에 대한 자체 Q&A

Q1. 지역별로 사냥터가 한정된 게임이라면 특정 지역에 대한 장악이 극심해질 것 같다. 대책이 있는가?

A1. 투자를 통해 어느 정도 상쇄가 가능하다. 향상된 지역 이동 시스템에 투자하면, 던전과의 거리가 멀다고 해도 얼마 되지 않아 도착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천혜의 위치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투자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하리라 생각된다. 물론 광물 자원과 같은 생산 자원을 얻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Q2. 지역을 장악하는 것이 전투 이외의 방법이 있다고 보는가?

A2. 얼마든지. '지옥에서 갓 기어나온 악의 군주를 물리치고 그 심장을 뽑아다가 신성한 산을 온종일 쏘다니는 미치광이 장인에게 부탁해서 증표를 만든 뒤, 그 증표를 왕국의 왕에게 상납한 뒤 공주에게 키스를 받기 위해 드래곤 비늘 한 조각을 떼다 오면 영지를 하사한다'는 식의 무식한 퀘스트를 줘도 되고, 퀘스트를 하면서 쌓는 명성을 투자하여 후보에 오른 뒤, 상주 플레이어들의 찬반투표를 통해도 되고, 뭐 수는 많다. 다만, 이런 퀘스트를 거친다면 '경쟁자 혹은 후발주자의 도전'에 대해 생각해봐야겠지만... 더 위엄 쩌는 퀘스트를 통해 교체한다면 되려나?
이 점에 대해선 조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에이, 어차피 아이디어잖아?


Q3. 구체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예를 들자면?

A3. 게임이 어떤 스타일(판타지,SF,스팀펑크)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공용으로 적용되는게 있다면...

향상된 경매장-시세 동향 기록, 최저가 및 평균가의 파악 용이, 경매자와 직통 연결 시스템 등을 지원
대형 시장 - NPC상인의 판매물품의 다양화, 발전 상황에 따라 희소물품 직접 판매(한정판)
중고품 시장 - NPC에게 단순 매각을 한 물품이 지역 지도자의 창고로 집결, 그리고 그것을 매각
종합 물류업체 - NPC가 판매하는 물품의 가격이 일정 비율로 하락, 혹은 타 지역과 시세차가 나는 물품(주로 좀 더 비싸게 파는 품목)의 시세차이 감소
택배업체 - 장거리 물품배송시 걸리는 소요시간 감소. 감소율은 투자한 수준에 따라
버프 제공 - 단순 사냥 및 퀘스트 플레이어들의 수치 보정. 추가적으로 사망패널티 감소도 고려 가능.
향상된 지역 이동 시스템 - 지역간 이동 속도 향상, 특정 지역으로의 이동 추가 지원.

이 정도? 물론 이 모든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로 이런 기능을 지원하는 게임도 있고, 맨 밑의 항목인 '향상된 지역 이동 시스템'의 경우도 마찬가지. 몇몇 게임에서 '특정 지역에서 귀환 포인트로 이동 및 원 지역으로 복귀'를 지원했던 걸 생각하면, 플레이어가 특정 지역으로 이동하는 시스템을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본다. 물론 던전 입구나 특정 지역에 한해서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겠지만.


Q4. 담합에 대한 우려는 없는가?

A4.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점령 불가 지역'을 도입한다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 이 곳은 시일이 지나면 조금씩 기능이 추가될 것이며, '적당한 수준'의 세율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만일 다른 곳 모두가 엿같은 처우라면? 플레이어들은 이 곳으로 집중될 것이라고 본다. 그럼? 부가이익은 결국 허공으로 날아가고 담합은 조금씩 균열이 갈 것이다. 이득도 없는 담합은 결국 깨지기 마련이다.


Q5. 선두주자와 후발주자의 차이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A5. 후발주자가 뭔가 새로운 지역을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하면 어떨까? 주기적인 패치를 통해 새로운 지역을 늘려 나가고, 개척자에 대한 지원을 하는 정책 말이다. 물론 자금력과 능력을 갖춘 이들이 장악할 수도 있지만... 가지지 않은 자들의 권리만 챙기다보면 결국 여기에서 불합리가 발생한다. 충분히 능력이 있는 이들이 단순히 먼저 시작했다고 후발주자에게 그냥 자리를 내어주는 건 억울하지 않은가?
아, 물론 가진 놈이 또 가지는 데엔 '매우 많은' 패널티를 주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리라고 본다. 특정 비율 이상 차지하게 되면 '부패비용'과 같이 100% 복구 불가능한 패널티를 주면 된다.
명의만 만들어두고 같은 통속인 경우는? 그 땐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이 심판을 내릴 것이다. 그들의 지역을 이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카운터를 먹일 수 있다.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플레이어들은 썩어빠진 선두그룹을 개혁하기 위한 수단으로, 후발주자가 어렵게 차지한 신생 지역에 과감히 투자할 수도 있다. 그 지역을 이용하고, 기부를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되면 어느 정도 물갈이가 되려나? 끙, 이건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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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획자가 되었으면 수많은 이들이 뜬눈으로 밤을 새며 제 이름에 저주를 퍼부었으리라 확신합니다. 으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