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글이 꽤나 길고, 기획서...라는 개념에서는 많이 동떨어진 글이라는점을 사과드립니다 -_-;



10여년전...스타크래프트가 나오고, 인터넷보급률이 급상승하고,그 후로 여러가지 온라인게임들이 쏟아져나왔죠.

기억에 남는 온라인게임들도 참 많았더랍니다.

중,고등학생때는 나름 숙달된베타족이라 자신하며, 급우들이 새 문명에 눈을 뜨도록 선도하고 이끌어주는 선구자 역할도 했답니다. (숙달된 조교의 퀄리티높은 베타게임찾기 하나둘!)

뭐, 그 나이때야 요령도 없고, 당시는 부분유료화라는 체제 자체가 없다시피했던적이라 그냥 렙업하기 급급했더랬죠.(정액기간 끝나가는데 딴짓할 수 있겠는가!!)

20대가 되고, 어느정도 여유가 생기자, 이제는 플레이 스타일도 굉장히 느긋해져버렸네요.

본인의 경우 현재까지 학큐형님의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2년여정도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뭐, 때문에 매번 쌓인게 많아 여기와서 자주 뻘글도 올리고 그랬는데 이해해 주십쇼. 하하)

지금까지 2,30여개 이상의 온라인게임을 해보면서 어느순간엔가 퍼뜩 이런생각이 나더군요.

왜? Why? 何で? 온라인게임들은 퀘스트빼면 할게 없는겁니까?

물론. 엄밀히 따지면 퀘스트만 하는건 아니죠.
렙업도 하고, pvp도 하고, 거기에 '주로' 퀘스트를 하는것이죠.

하지만 어느순간부턴가 제 눈에는 "왜 이것 뿐일까?"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저 세가지 컨텐츠의 메인요소는 "경쟁"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과의, 혹은 자신의 도전에 의한 경쟁(또는 npc의 어이없는 퀘스트내용에 대한 분노의 표출...ㄱ-)
이 주를 이루죠.

언젠가 마비노기를 한적이 있습니다.
마비노기 자신이 강점으로 내세우듯, 마비노기는 여타 온라인게임에 비해 할게 많은 게임이었습니다.
제일 인상깊었던것은 음악계통의 스킬.
지금이야, 업데이트가되서 마법악보를 가지고 특정 버프효과가 나타나는 연주가 가능하게 되었지만, 그 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시피 했던 스킬들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랭크에따라 추가능력치가 주어지긴 하지만, 스킬동작 그 자체는 의미가 없었죠)

하지만, 본인과 본인의 친구들에게는 참 재밋는 스킬이었습니다.
본디 렙업하고 똥꾸멍에 땀띠나도록 뛰어댕기며 렙업하는것을 싫어하는 본인과(렙업은 그저 거들뿐)
그런 저의 사상에 동화되버린 친구들은 항상 마을에서 띵까띵까 수다와함께 연주를 하며 놀았죠.
서로의 연주를 비난하고 태클걸며, 일부러 뻘 악보를 만들어 주변의 사람들을 물리치며 시간을 보냈죠.

그러다 시간이되면 아르바이트를 뛰어 모은 돈을 가지고 코스튬사서 놀기...뭐 그런류의 시간떼우기가 제 온라인게임 일과의 대부분을 차지했었습니다.

제 당원(길드원)중 한...지지배는 스샷찍고 놀기가 취미입니다 ㄱ-;;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맵중 하나인 [기간떼]라는곳에 있는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히고 놀기도 하더군요.
(16년간 혼자놀아오신 혼자놀기의 달인 궁상 모선생..?)

그리고, 의도한...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그라나도 에스파다에서는 pvp장에서의 대결을 마친후, 패자를 특정 마을로 보내버린다, 보내지 않는다의 질문이 뜹니다.
그 마을에 떨어지는 위치라는게, 워프포인트와는 애매한 거리가 있어서 걸어가기도 귀찮죠.
때문에 그것도 한가지 놀이의 수단이 되더군요.

패자는 카운터...아니 먼 마을로.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그런 소소한 컨텐츠가 정말 좋았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예전 디아블로 달리듯 렙업만 뻔질나게 달리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저처럼 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렙업이라던가 pvp라던가 공성전같은 것은 남의일인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한번은 이런 생각을 해 보았죠.

마을의 한 구석 공터 바닥에.  체스판 모양의 타일을 깔아두었다면?
길드단위로, 또는 지인들 단위로, 아니면 주변에서 마음맞는 사람들끼리 나름대로의 체스를 하며 놀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습니다.(물론...폰 모자, 퀸모자, 킹모자등 싸고 간단하게 살 수 있는 모자나 코스튬이 있다면 좋겠지요)

캐릭터에 직접적 타격이나, 물리적 변화는 없지만, 제스쳐나 간단한 입력의 결과로 가위바위보 후 승패에따라 구타액션이 발동된다면...?
친구끼리, 지인끼리 재밋게 가지고 놀 수 있는 한 수단이 되지 않을까 역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몇몇 게임에 구현된 바 있는 [죽은척하기].
스킬로써도 나름 쓸모가 있긴 하지만, 이걸 가지고 놀기도 참 유쾌합니다.
거기에 [부활]이라는 컨텐츠가 있다면 어떨까요.
가끔 감기나 숙취로 고생하는 친구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힐링일세"
하고 놀던것처럼, 유저들 나름대로 또 다른 유희를 발견해 내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첫째의 체스를 예로들어, 구체적 [체스모드]와 npc가 추가되고, 겜블의 개념이라거나가 추가되면 분명 편하고 재밋긴 하겠지만 리니지의 슬라임레이스같은것과 같이 도태되거나, 불법의 온상이 될 수도 있겠지요.   때문에 그런 구체적 추가는 조금 회의적이네요 하하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위의 예들과 같은, 게임내의 즐길거리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한 텍스쳐변화(...간단한지 아닌지는 사실 잘 모르겠군요. 허허)나 모션의 추가로 하나의 또 다른 컨텐츠가 생기고, 그걸 반길 유저가 있다는것을 개발자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뭘 몇개 모아오라던지, 수천마리를잡아야 하나 나오는 뭔가를 가져오라던지, 그리하면 내래 너에게 경험치와 돈과 아이템을 주갔어. 하는 뽀글이같은 npc들의 짜증나는 퀘스트를 가장한 사기행위보다는, 아무런 보상이 없어도, 지인들과 함께 야릇한 시간을 보내며 즐거워 할 유저들도 많다는것...

온라인 게임이 더이상 간단한 게임이 아니라, 또 다른 사교와 만남의 장소가 되는 현재에 이제는 두 손과 손가락이 마르고 닳도록 클릭질하고 사냥질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