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게임계를 달군 가장 큰 소식은 누가 뭐래도 김정률씨의 그라비티 매각 소식이었다. 뉴스가 나간 후 많은 후속기사와 리플들을 볼 수 있었다.
리플들의 공통점이라면 주로 김회장에 대한 비난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는 점이다. 왜일까? 우리나라가 아직 덜 성숙한 자본주의사회라서 남이 잘되는 것에 대한 단순한 시샘이기 때문일까?

표면상으로만 보자면 이상하거나 비난 받을만한 일은 없다. 5년전 가능성만 보고 기술력있는 인재에 투자하여 세계를 석권한 컨텐츠를 만들어 수백명 규모의 회사를 만들고 나스닥에 상장시킨 사업가가 자금을 현금화 시켜 다음 단계의 사업을 구상한다.. 분명 사회에 공헌한 바도 적지 않을 것이다. 큰 기업을 만들어냄으로 인해 많은 고용을 창출하였으며, 해외 위주로 판로를 개척하여 국산 컨텐츠로서 한류 돌풍도 일으켰고 해외의 수익과 매각으로 인해 많은 외화도 벌어들였다. 분명 훈훈한 성공담이자 후대에 귀감이 되어야 할 모델이 될 수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성공담에는 중요한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 그것은 성공의 과실을 나누었다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이크로 소프트 같은 회사도 큰 회사로 성장해서 빌게이츠 혼자만 억만장자가 된 것이 아니라 핵심 인원들은 스톡옵션으로 인해 20-30대에 부를 실현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따라나온다. 다른 국내 벤쳐 기업인의 성공담에도 초창기 핵심 기술자들이 함께 부의 과실을 나눠가진 이야기들이 따라다닌다. '사원 여러분이 모두 부자가 될때까지 나는 부자가 되지 않겠다' 라고 직원들에게 선언하고 실제로 회사를 성공시켜 약속을 지킨 기업인의 사례들을 보면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욕을 느낄 수 있다.

헌데, 그라비티의 매각에는 그런 요소가 전혀 생략되어 있다. 4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현금화에 주인공은 오로지 회장 한 사람뿐이다.

물론 예전에 그라비티를 창업했던 이 홈페이지의 주인장을 비롯한 몇몇 개발자들이 주식을 일부 팔아서 현금화를 하긴 했지만, 현재 그라비티의 위업을 달성하는데 관여한 핵심 인물이 예전에 퇴사한 개발자들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라비티를 퇴사하지 않고 남아서 계속 컨텐츠를 이끈 핵심 멤버들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 사람들에 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그나마 주식을 팔아서 새 회사를 세우려고 했던 김학규씨 같은 사람도 김정률씨측에서 주식을 팔지 못하게 가압류니 가처분청구니, 절도 사기 고소 고발이니 온갖 트집을 걸어서 1년 가까이 주식을 팔지 못하고 결국 헐값에 팔 수 밖에 없었던 얘기는 4000억원에 매각한 사람의 얘기와는 큰 대조를 보인다. (전자신문에 연재되었던 김정률씨 회고록 이야기와 홈페이지 주인장의 반박문 - 디씨 인사이드 뉴스에 게제 - 참조)

개발자나 직원들에게 부를 나눠주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될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개발자들은 분명히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일했을 것이다. '지금 회사가 어려우니 여러분의 노력이 필요하다.' 라던가 '여러분이 세계적인 컨텐츠를 만드는 개발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주기 바란다' 라는 식의 말이다. 그냥 월급받은만큼 일하는 공무원식의 분위기에서 세계를 제패할 컨텐츠가 탄생할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 개발자들, 주로 젊은 20대 청년들이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챙기고, 부의 분배를 약속받았기 보다는 애매한 희망만을 제시받으며 일했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세계적인 한류컨텐츠는 그대로 일본에 넘어가고 개발자들은 순식간에 일본을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김정률씨는 이후에도 새로운 제2의 도약에 대한 포부를 밝히며 '인재에 투자하겠다'라는 것이 자신의 기본철학임을 강조했다. 헌데 분명 여러사람의 노력에 의해 이뤄졌을 성공의 과실이 한사람에 의해 독점된 것을 보면서 어떤 사람이 새로운 제2의 도약에 참여할지 궁금하다. 물론 없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만한 경험이나 협상력이 부족한 사람이 아마 김정률씨가 찾고 있는 인재상일 것 같아 보인다.

개발자들이여.. 더 똑똑해지고 독해지기 바란다. 언제까지 춤추는 곰 따로 있고 돈받는 사람 따로 있어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