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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벌하지 말라”

역시 kth를 다니며 서정수 사장님께 배운 것에 관한 얘기다.

처음 입사했을 때 kth는 파란이라는 포털을 운영하고 있었다. 오랜 침체기를 겪어서였을까, 크고 작은 운영사고가 잦았다. 그중 상당수가 ‘PM 작업’이라고 해서, 정기적인 유지보수 내지 점검작업도중에 일어난 것이었다. 사고를 막으려고 하는 활동때문에 사고가 나다니…

어처구니가 없고, 화도 날만했지만 그때마다 서 사장님의 대응은 한결같았다. ‘실수를 처벌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대신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만 물었다. 어설픈 이유를 대면 그 이유의 근저에 깔린 것을 다시 물었다. 피상적인 이유는 살아남지 못했다. 구체적이고도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이 나올 때까지 이 작업은 이어졌다.

“박 부사장, 실수를 징계하기 시작하면 금새 실수가 사라집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사람인 이상 실수를 하지 않을 순 없다. 하지만 실수를 숨길 순 있다, 게다가 그건 말하자면 실수였다, 그러니 동료들도 가능하다면 묵인해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실수는 점점 더 깊은 곳으로 파묻힌다. 영원히 숨기긴 어렵지만, 사장의 임기동안이라면 숨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수는 단지 리더의 눈앞에서만 사라지게 될겁니다. 그런걸 원하세요?”

처음엔 긴가민가 하던 직원들도, 1년 내내 한결같이 “실수는 징계하지 않는다”를 고수하자 태도가 바뀌었다. 스스럼 없이 실수와 장애를 보고하게 된 것이다. 그만큼 장애 원인 분석과 재발방지 프랙티스도 쌓여갔다. 그리고 2년째부터 거짓말같이 장애가 줄어들었다. 그때부턴 장애대책회의를 심각하게 해본 기억이 없었던 것 같다.

실수란 대개 비슷한 패턴으로 되풀이된다는 것, 적절한 체크리스트와 자동화가 적은 비용으로 아주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 아무리 그럴듯한 대책이라도 현실적이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것, 보고서에 “좀 더, 성실히, 책임감있게…”따위 부사와 형용사를 넣으면 안된다는 것들을 모두가 공유하게 된 것은 작은 부수입이다.

 

 

 

 

 

너무 긍정적으로 볼 필요까진 없지만, 생각해볼만한 이야기인것 같습니다.

실수를 가혹하게 처벌하는 직장분위기의 결과가 어떻게 나는지를,

개인적으로도  몇번 본적 있어서 공감이 많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