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나카르타 』

게임의 작법을 무시하면...?
그걸 재현한 한국산 RPG



한국의 소프트맥스가 개발을 담당하고 일본의 반프레스토가 발매한 RPG.
일러스트나 스토리로부터 새로운 바람은 느낄 수 있었으나...  



MIDI 하라후지 (플레이 시간: 58시간)

게임에 있어서의 작법이란 암묵의 룰과 같은 의미

일본인은 어쨌든 작법을 중시하는 인종이다.



매사를 스무스하게 진행하기 위한 관례나 형식은 가능한 한 지키잘까,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다소 상식이 모자란 게 아닐까 하는,
그런 분위기가 이 나라에는 있다.

그리고 작법을 좋아하는 일본인은 게임에도 작법을 추구,
그걸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슈팅 게임에서 스테이지의 마지막에는 보스가 있다.
RPG에서는 첫 마을에서 느닷없이 고가의 물건을 팔지 않는다.
레이스 게임의 첫 코너는 완만...
그것은 게임 여명기부터 이어지는 역사 속에서 자연스레 생겨난 관례이자 형식.

숱한 작품이 발표되는 가운데, 나쁜 관습은 도태되고 좋다고 여겨지는 걸 집어넣어,
어느새 작법은 게임에 있어서의 암묵의 룰과 동의어가 되었다.


그러나 이「마그나카르타」는 그 작법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매우 드문 작품이다.
일본의 게임 작법을 모르고 있을 한국의 스탭이 제작을 맡은 것이 원인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그걸 제외하고 생각해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정도의 무작법.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법이 무시되고 있는지 예를 들어 보자.


스토리가 시작되는 아군의 아지트. 일반적인 RPG는 가까이에 있는 NPC에게 말을 걸면
작품의 세계관이라든가, 처음에 해야 할 일을 설명해 준다.


왜인가..?

그게 RPG에 있어서의 작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상식 같은 건 무시해버린 무작법 게임.

NPC에게 말을 걸면 이런 메시지가 돌아온다.
「야손은 문신을 써서 칸을 끌어내고 있는 모양이야」

아무런 지식도 갖고 있지 않은 게임 개시 직후에 그런 말을 들어도 솔직히 의미를 알 수 없다.
처음 대면한 TV 업계 사람으로부터 방송용어를 마구 섞은 말을 듣는 것만큼이나 의미불명이다(들은 경험 있음).

다른 NPC와 대화해 야손이 적 부족이라는 건 판명되었지만,
칸에 대해서는 아지트에 있는 NPC 전원과 대화해도 판명되지 않는다.

석연치 않은 상태로 필드로 나오면 첫 전투에서 이벤트가 발생.
거기서 파티 캐릭터가 생각났다는 듯이 「칸이라는 건....」하고 설명을 시작하는 식.

일을 해나가는 순서나 방법 같은 개념은 이 작품과는 무관한 것 같다.



무작법인 이 작품이 그리는 일그러진 스파이럴

무작법인 것은 앞서 말한 초반의 대화에 한한 것이 아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그런 느낌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필할 만한 것은 레벨업의 개념일 것이다.

이 작품 속에서는 필드상에 적 캐릭터가 미리 배치되어 있고 거기에 접촉하면 전투에 돌입.
적을 쓰러뜨리면 경험치가 들어와 레벨업한다.

...이렇게 쓰면 「뭐야, 평범한 RPG랑 똑같잖아」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작품에서는 한번 쓰러뜨린 적 캐릭터의 부활은 일체 없다.
즉, 의도적인 경험치 쌓기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 점은 놀라웠다.

캐릭터의 성장보다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에 특화한 작품은 지금까지도 많이 발매되어 왔지만,
레벨 쌓기가 불가능한 것은 별로 기억에 없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은 레벨 쌓기가 불가능한 걸 문제시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레벨 쌓기가 불가능한데도 레벨 쌓기를 필요로 하는 그 모순이 문제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 작품의 전투 씬은 로딩이 많아 템포도 나쁘고 솔직히 여러번 경험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게다가 적을 눈으로 볼 수 있어 전투를 하고 안 하고를 선택할 수 있다면 피해서 지나가는 것이 플레이어의 심리.

그런데도 몇번 적을 피해 지나가면 중간 보스와의 강제 전투에서 전멸은 불가피.

결국은 출현하는 적 대부분을 쓰러뜨려 레벨을 올리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밸런스로 되어 있다.


제작자측은 플레이어에게 전투를 시키고 싶은 것인가, 시키고 싶지 않은 것인가.
그것조차 알 수 없는 일그러진 구조.

이처럼 RPG의 핵이 되는 부분에도 게임 작법의 무시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졸작이 아니라 매우 아까운 작품

전술한 일의 순서, 전투 부분 외에도 폴리곤 데모에서 캐릭터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라든가, 필드에서 전환되는 시점이 매우 불편하다든가,
전투 시스템이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복잡하다든가, 걸리는 점이 매우 많다.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이 작품을 「졸작이다」라고 일도양단하기는 쉽다.

그러나 나는 감히 이 작품을 「매우 아까운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왜냐하면 나쁜 점이 많아 지워져 버렸지만,
좋은 부분도 몇가지 있기 때문이다.

색적 범위를 바꾸면서 필드를 걷는 시스템은 긴장감이 있어 재미있고 전투시에 출현하는 트리니티 서클은 지루해지기 쉬운 전투에 리듬을 주고 있다.

둘 다 좀더 다듬어야 하는 레벨이기는 하지만,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확실.

또 단순한 권선징악물이 아니라 민족간의 갈등이나 배신, 복수를 그린 스토리는 일본산 RPG에서는 아직 드문 것이어서 재미있었다.

그것들을 잘 살리지 못한 점에 대해 「매우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점은 제작을 담당한 한국의 소프트맥스만을 나무랄 수는 없다.

일본측의 퍼블리셔인 반프레스토에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호의 특집 「PC 게임을 하지 않겠는가?」에서 로컬라이즈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말한 항목이 있으니 논쟁은 그쪽에 맡기겠지만,
이 프로젝트 같은 해외 개발회사와의 공동작업이 어려운 것 쯤은 반프레스토측에서도 쉽게 상상할 수 있었을 것.


그걸 감안한 철저한 퀄리티 컨트롤, 로컬라이즈 작업을 했었더라면 이 작품은 게임의 작법에 따른 좋은 작품이 되었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아쉬워마지 않다.
만약 속편이 있다면, 이번에는 게임 작법에 따라 만들기를 간절히 바란다.



● 장르: 오의각성 (눈 뜨는) RPG

● 메이커: 반프레스토

● 기종: PS2

● 가격: 7,329엔

● 발매일: 2004년 11월 11일



1차 출처: 게임비평

2차 출처: 루리웹





제가 마그나카르타는 해보지 않았지만,
게이머나 개발자로서 읽어보면 공감할만한 내용이 있는 것 같아서 퍼왔습니다.

게임진행에 있어서 작법이라..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부분인 것 같네요.



ㅡPSㅡ
아, 게임비평..
한글판은 다시 발간 안 해주나..ㅠ_ㅠ

게이머즈는 안 사도 게임비평은 꼬박 샀었는데..lll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