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임상훈 기자] 세계 최초로 국내 대학에서 온라인게임이 교재로 채택됐다.

중앙대 위정현 교수(40)는 올해 경영학과 4학년 2학기 과목 ‘비즈니스 컨텐츠 전략론’ 수업에 온라인게임 거상 (감마니아 코리아)을 쓰기로 했다. 게임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통해 경영 전략을 익히게 된다. 수강생들은 책으로 된 교재를 읽듯이 온라인게임에 접속해 상인이 되고, 퀘스트(임무)를 수행하며 경영 전략을 스스로 깨쳐야 한다.

온라인게임이 수업 연구 주제가 된 경우는 많았으나 수업 교재로 쓰이기는 전 세계적으로 처음. 온라인게임의 종주국 한국에서 가능한 의미 있는 일이고 향후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2001년 8월부터 시작된 거상 (http://gersang.joyon.com)은 1590년 조선시대 동북아시아를 배경으로 상인들의 전략과 교역을 바탕으로 한 경제 시뮬레이션 게임.

수업은 팀 프로젝트 형식으로, 학생들은 3명이 한 팀으로 10주 동안 매주 하나씩 총 10개의 퀘스트를 수행한다. ‘자신만의 장사 노하우 및 루트 만들기’나 ‘신용 등급 올리기’ 등과 같은 퀘스트는 매주 초 위 교수가 정해준다.

전략에 따라 재산, 레벨, 신용도 등이 달라지므로 얼마나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무역을 하느냐에 따라 ‘A+’에서 ‘F’까지의 성적이 결정난다. 또한 퀘스트 수행 과정에 대한 리포트도 작성해야 한다. 단순한 결과보다 얼마나 전략적으로 퀘스트를 수행했는가를 평가하기 위한 장치.

무조건 오랫동안 매달리는 학생이 점수를 많이 받는 것을 막기 위해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아이디는 한 달 동안 25시간 이상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초반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린 경우, 남은 퀘스트를 아예 수행할 수 없게 된다. 당연히 제한된 시간 안에 효율적인 퀘스트 수행을 위해 3명의 팀원들은 전략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또한 팀워크도 중시된다.

위 교수는 “경제에 기반을 둔 MMORPG가 (수업의 목표인)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고 평가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게임을 교재로 선택했다. ‘참여’와 ‘경쟁’을 통해 창조적 사고를 이끌어내는 교육에 온라인게임만큼 적합한 교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길드라는 게 있어, 졸업 후 겪게 될 ‘팀’에 미리 트레이닝할 수 있는 기획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모든 퀘스트가 끝난 뒤 거상 의 게임운영자(GM)와 함께 퀘스트와 전략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99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수업에 미국 맥시스 사의 심시티 3000 가 부교재로 사용됐고 연세대와 고려대 학생들이 캐피털리즘 이라는 게임으로 경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임상훈 기자 game@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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