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tar 기간때 개최되었던 청강문화산업대학 세미나 토론회에서 발제했던 내용입니다

기술과 놀이 문화의 결합에 대하여

컴퓨터 게임은 컴퓨터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새로운 오락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한 기술의 기본 구성요소들을 살펴보면
        [입력] 패드, 키보드, 마우스, 휠, 기타 도구를 통한 입력 인식
        [처리] 플레이어의 데이터 저장과 연산을 통한 인터렉티브한 스토리 진행
        [연결] 네트워크를 통한 타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
        [출력] 2D, 혹은 3D 의 화면 표현과 각종 효과
        [출력] 배경음악, 효과음, 3차원 효과음 등의 음향 표현
        [출력] 움직임, 진동 등의 특수 체감 표현
등의 요소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러한 각각의 분야들은 각 분야별로 지속적인 발달을 보여왔으며, 그 분야별로 완성에 달한지 오래된 기술도 있고, 완성에 가까워지고 있는 기술도 있고, 아직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기본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는 기술도 있다.

가장 큰 경쟁과 발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은 화면 표현에 대한 부분이다. 가장 직접적으로 유저에게 와 닿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X-Box360 과 PS3의 경쟁에서도 화면처리가 게임의 전부는 아니지만, 주된 경쟁의 초점은 화면처리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화면처리 외에 필요한 CPU 의 성능과 메모리도 주로 사실적인 처리를 위한 부분, 즉 물리엔진쪽에 많이 투자되고 있다. 역시 사실성을 추구하는 방향이 가장 유저들에게 직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액션게임을 예로 들자면 혼자서 플레이하는 게임에서 등장할 수 있는 적들의 수나 인공지능의 복잡도는 CPU의 처리능력과 RAM과 직접 관련이 있지만, 적들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재미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고 유저의 반응 정도에도 한계가 있다.

과거의 게임들에 비해 현대의 게임들은 어느정도 장르가 정형화되고 창의성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게임제작이 대규모화 되면서 제작비의 상승, 오랜 개발기간등이 필수요소화 되었다. 과거 한 두명이 아이디어로 만든 게임이 히트를 쳐서 큰 성과를 거두는 케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캐쥬얼 게임 프로젝트조차도 10명 이내의 개발팀은 찾아보기 드물다.

기술적 복잡도가 높아지면서 개발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노력중 창의적인 부분에 대한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또한 각각의 기술요소를 활용하는 방법도 숙성단계에 이르르고, 게임제작에 대한 노우하우들의 공개와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대체로 정형화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의 장르 편식 현상 또한 한가지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한가지 원인을 더 든다면, 근본적인 입출력체계의 한계성을 들 수 있다. 패드 같은 게임기용 입력장치의 경우, 패미콤 – 슈퍼패미콤, PS, PS2, X-Box 등을 들면서 계속 발달해왔지만 초반의 발전에 비해 후반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손가락이 10개이고, 팔이 2개인 사람의 구조상 버튼이 100개로 늘어난다는 식의 전개는 무의미 하기 때문일 것이다. 유저들의 선호도도 오랜시간동안 비슷한 장치들을 사용하면서, Best-practice 라고 할 수 있는 인체공학적 조작방식이 정착하게 되면서 실험적인 시도의 여지가 줄어들고 있기도 하다.

이런 시점에서 닌텐도의 신기종 발표는 게임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아직은 차세대기들이 실제 발매되고 실적을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게임업계의 창의성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술이 게임문화를 이끌어오는 데에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버턴이 무려 6 개나 달린 스트리트 파이터의 게임기를 처음 보면서 느낀 위압감, 3차원으로 사람이 직접 치고박고 싸우는 버쳐 파이터의 충격, 모션캡춰를 통해 만들어진 연무를 보면서 느낀 철권의 화려한 느낌 등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게이머들에게 단순한 놀이로서의 게임이 아닌 첨단기술이 펼쳐지는 장 그 자체였다. 하지만 사실적 표현, 인체공학적 컨트롤러의 사용 가이드라인, 공식화된 도전과 보상의 밸런싱이라는 단방향으로 모두가 향해가고 있는 지금의 경쟁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게임이 아닌 다른 예술장르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떤 성공요소만을 경쟁적으로 집요하게 파고들다 보면 결국 한계에 다다르고 그 장르 자체의 몰락으로 이어짐과 동시에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신장르로 흡수되거나 옮겨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격투 게임 – 폭열 난투와 캐릭터 수의 한계
        락 기타리스트들의 속도경쟁 – 누가누가 더 빠른가?
        아이돌 그룹 - 108번뇌 같은 초거대 프로젝트 그룹의 등장

게임계에 필요한 것은 더욱더 기술의 발전을 가속화시키는 것보다, 게임이라는 존재 자체의 영역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가정들을 하나씩 부숴나갈 수 있어야 하며, 우리의 인식의 벽 또한 계속 확장될 필요가 있다

기존의 게임에서 시스템적으로 이런저런 기능을 넣고, 그래픽을 이리저리 바꾸고 해도 기존의 게임유저가 아닌 사람이 게임유저가 되기는 힘들다. 근본적으로 조작 방법, 게임의 목적성, 표현 방법, 게임 외 요소와의 결합등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MMORPG 의 경우를 예로 들면
첫째로 마우스를 통한 조작 – 게임패드로 플레이를 해야 한다면 많은 유저들이 좌절했을 것이다. 마우스는 컴퓨터를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장치이지만, 게임패드는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단순히 적을 클릭하기만 하면 알아서 싸워준다는 디아블로식 접근은 많은 비소비자들이 게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둘째로 게임의 목적 – 복잡한 시나리오라던가 목적성에 대해 생각할 필요 없이, 게임의 목적 자체가 아예 없다. 역시 복잡한 것 생각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한 요소였다
셋째로 타 요소와의 결합 – 현거래등을 통해서 돈이라는 요소를 통해 게임내에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기존 게임과는 전혀 색다른 점이 되었다

위에 열거한 요소들은 기존의 정통적인 게임을 만들던 사람들에게는 경악할만큼 말도 안되는 요소들이었지만 단지 오락거리를 찾는 일반인에게는 큰 상관이 없는 요소이고 오히려 게임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준 요소들이다. 오토사냥 같은 존재도 개발자들에게는 밸런스를 해치는 요인이지만, 게임을 플레이할 시간이 별로 없는 직장인들에게는 요긴한 존재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마치 낚시를 할 때 직접 낚시질을 할 것인가, 그물이나 어항을 설치해서 잡을 것인가의 차이 정도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놀이문화는 기술이라는 존재를 통해 많은 발전을 이루어왔지만, 그 반대로 기술이라는 굴레로부터 자유로와질 수도 있어야 한다. 또한 기술의 발전이 지금까지 깊이 일변도로 발전해온 반면에 넓은 다양성방면으로 좀 더 아이디어와 도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개발자들이 자유로운 마인드를 간직할 수 있느냐가 아닐까?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