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간의 대화에 레벨을 부여한다면 한 3단계 정도의 레벨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 레벨은 모르는 사람하고도 나눌 수 있는 수준의 소재만으로 하는 대화. 평소에는 이런 대화를 할

일이 별로 없지만 가끔가다 이런 일이 생기긴 한다. 예를 들면 파티에 초대되서 갔는데 처음보는 사람을

소개해줘서 인사를 나눴는데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경우가 생기거나 하는 식이다. 혹은 술마시러 바

같은데 왔는데 술따르는 아가씨가 나오는 경우도 비슷했던 것 같다. 나는 이런 상황을 매우 싫어하는

편인데, 가끔보면 이런 상황에서 신기하게 말을 많이 하는 사람도 있다. 별로 용건도 없고 서로 아는 것도

없는 사람끼리 할 수 있는 얘기가 별 신통한게 없기 때문이고 뭔가 얘기를 많이 하는 사람도 그 내용을

들어보면 동어반복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시간이 아까운건 둘째치고 그냥 그런 상황 자체가 고역이다.


두번째 레벨은 어느정도 연속성이나 용건이 있는 사람이 화제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경우이다. 대부분의

아는 주변 사람들, 가족, 동료, 친구들과의 대화는 이 부분에 속하게 된다.


세번째 레벨은 어떤 대상에 대해 '아주 깊게' 생각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이 대화를 나눌때이다. 학술적인

것일 수도 있고 사업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예술이나 취미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난 이런 류의 대화를

할 때 가장 즐겁고 배우는 것도 많다. 하지만 이런 레벨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와 기회는 많지 않다.


어떤 사람을 얼마나 오래 알고 있었느냐와 어느 레벨의 대화를 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별개의 문제다.

오랫동안 알아왔던 사람이지만 첫번째 레벨 이상을 넘어가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고, 처음 만난 사람 (혹은

만나본 적도 없지만 인터넷 상에서 알게 된 사람)과 세번째 레벨의 대화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난 어떤 상대를 대할 때 그 사람을 얼마나 오래 만났는가, 자주보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이런 글을 트위터나 홈페이지에 남겨놓는 것도 어쩌면 세번째 레벨의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를 낚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것에 대해 '아주 깊게' 생각해 보신 분?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