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경우 개인적으로 굉장히 혐오하는 게임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PC), 다른 하나는 제노니아 류의 모바일 액션 게임(안드로이드)입니다.


최근에 유사한 맥락으로 실망한 경우라면 넥슨에서 퍼블리싱한 삼국지를 품다가 있겠네요.


나름대로 팬도 있고 게임성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위 두 게임은 사용자가 게임을 접하는 환경에 대한 고려를 그다지 하지 않아서 굉장히 싫어합니다.


몬헌F의 경우 온라인으로, PC라는 환경으로 넘어가면서 이런 환경의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쓰레기같은 조작감을 선사하고, PC게임이 아니라 에뮬레이터로 구동시킨 콘솔게임을 하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해줍니다.

실제로 서비스 개시 전 캡콤 측은 한 인터뷰에서 환경 변화에 의한 수정사항에 대한 질문에서 '그럴 생각은 없다. 우리 게임은 존나 짱이고 그런 불편을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유저들이 알아서 패드 사고 알아서 적응해줄 것이다'라는 오만한 뉘앙스의 답변을 한 적이 있지요.

결국 서비스 개시하자마자 운영 측에서는 나름대로 패드도 뿌리고 이벤트도 하고 이래저래 나름 노력을 보여줬습니다만 시원하게 망했지요.


제노니아류라는 것은, 정확히 말하자면 스마트폰에서 서비스하는 액션게임 중 화면에 가상 패드(십자버튼,공격버튼)를 띄워놓고 조작하는 종류를 말합니다.

터치스크린이라는 것은 '뭐든 구현해서 활용할 수 있는 만능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그 나름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 맞는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 고민을 해야겠지요. 스마트폰용 스트리트파이터 뭐 이런 것처럼 태생부터 콘솔 패드에 깊게 묶여있는 게임의 이식 버전같은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해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터치스크린 상의 가상 십자키는 촉각으로 느끼면서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굉장히 불편합니다. 약간이라도 복잡하거나 정교한 조작을 요구하는 순간에 스트레스가 발생하죠.



특정 상품에 대해 동일한 맥락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합니다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환경 차이에 맞는 최적화입니다.


윈도우8을 나름대로 잘 쓰고 있긴 합니다만, 사실 윈도우7에서 8로 넘어가면서 생긴 인터페이스 변화는 거의 꽝이라는 느낌입니다.

시작 화면의 간지나는 메트로 UI(이름을 바꿨다고 하던데)는 데스크탑 외에는 클릭해 본 적이 없고.

커서를 우하단에 붙여서 불러오는 심플한 화면은 이질감이 들죠.


처음에는 '새로운 MS의 UI인 메트로로 갈아타게 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갈아엎어버리면 기존 데스크탑 사용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으니까 과도기적으로 차근차근 바꿔가면서 적응할 기간을 준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만...

막상 PC를 쓰다보면 새로 추가된 영역은 사실상 거의 쓰질 않고, 기존 데스크탑의 경험만 남습니다. 딱 하나 좋아진 점이라면 커서를 구석으로 훅 가져갔을 때 빠르게 메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 정도. 그냥 그 뿐.

이 상태로 점점 더 데스크탑의 컬러를 희석시키고, 최종적으로 메트로 UI만을 남겨 사용자를 적응시키겠다는 건 좀 위험한 발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저는 이제는 시식이라는 느낌보다는,

태블릿과 PC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욕심을 부리다 생긴 실수라는 느낌입니다.

'하나 만들어서 퉁쳐야징ㅋ'하는 느낌.

PC의 사용자층을 윈도우 태블릿으로 가져오고 싶어서 좀 무리수를 둔 느낌.

MS의 UX연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던데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좀 의아하긴 합니다.


하다못해 iOS앱 하나만 하더라도 아이폰용과 아이패드용을 따로 내놓는 경우가 많고,

OSX 쓰던 사람들이 iOS와 OSX가 다르다고 불만을 터트리진 않았을텐데말이에요.


다만 이런 윈8의 특징을 살려 태블릿과 랩탑 양쪽의 용도를 스왑할 수 있는 제품들이 많이 나오면서 나름대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 같긴 한데,

전반적으로 가격들이 좀 센 게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키보드를 분리해내고 태블릿 용도로만 쓰기에는 PC의 컨텐츠가 아쉽고, MS 앱스토어가 심각하게 부실한 것도 문제구요.


구글에서 넥7 등을 통해 태블릿 시장을 키우고,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안드로이드의 가치를 높이려고 애쓰는 것처럼

'윈도우' 태블릿을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명확히 잡고 가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태블릿 자체만 두고 보면 이미 앱스토어 활성화되었고 애플생태계 구축된 아이패드나, 가격 경쟁력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보유 컨텐츠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사고 말지, 윈도우 태블릿을 구매할 이유가 전혀 없거든요.


아직까지는 명확한 방향성을 잡았다기보다는

대세 따라가려고 부랴부랴 일단 만들어서 지르고 본다는 느낌입니다.


태블릿에서 데스크탑도 사용할 수 있는 게 컨셉인지,

데스크탑을 태블릿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게 컨셉인지부터 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