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나시는 말이 없다.
아니 말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항상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극중에서 센이 여관으로 들어갈 때에
다리 위에서 센를 바라만 본다.

원래 그런 것인지 항상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가오나시는 자신이외의 사람들에게 '자신감이 없다.'
반면에 센은 소심한 가오나시에게 인격적인 관심을 보여준다.

그 결과 자기 의사와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안으로 삭히는 불쌍한 귀신이었지만
한 사람에게 자신을 '표현'하게 된다.
그러나 가오나시의 부적절한 친절에 센은 거부감을 느끼고
가오나시에 대해서 거리감을 두게 된다.

상처받은 가오나시는 광폭해지지만
그것을 보고 있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아마 나도 저렇지 않을까 하는 연민을 느끼게끔 만든다.
그는 가장 약한 존재였던 것이다.

우리는 원하면 언제라도 전화할 수 있고, 만날 수 있지만
상대방이 거절할까 두려워서 때로는 속으로 삭히고,

용기를 내어서 다가갔지만
거절당하면 존재감의 상실로
공동체를 멀리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에게 인격적으로 하나의 의미로 남아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을 때에
그 공허를 채워줄 뭔가를 찾고자 한다.

하지만 그 뭔가가 채워지지 않은 자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존재로 느껴질 때에
그 사람은 떠난다.
소리 없이 과거의 기억을 깊은 곳에 묻어두고서...

가오나시는 자신이 남아있을 곳을 찾게 되지만,
3청년에서는 가오나시처럼 소리 없이 나타났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사람이 있지는 않는가?

존재감을 확인시켜주는 건 이름이지만
존재가 없는 이름이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다.

혹시 주위에서 '자신의 이름을 잊지마'
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고 느낀다면
우리 모두는 유바바의 마술에 걸려있는 것처럼
목적 없이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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