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길래 퍼온 글


솔직히 스포츠카 세계에서의 평가는 모조리 상대적이라는 걸 인정한다.
정면 대결하는 스포츠카를 연달아 몰아 보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따금 숨통이 막힌다.
지난 여름 신형 BMW M3가 등장했다.
우리는 그 못지않게 감명을 주는 숱한 차와 비교하기 위해 만 섬으로 달려갔었다.
거기서 일생일대의 대단한 경험을 하게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실로 진지하게 평가했다.

M3는 그곳에 있는 가장 값비싼 차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가장 유능한 차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비에 흠뻑 젖은 포장도로에서 어느모로보나 가장 뛰어난 차였다.
지금 내 앞에 포르쉐 카이맨S와 BMW M3가 있다. 우리가 예전에 일을 벌였던 바로 그 자리다.  정확히 그대로다.
다만 2년 전 카이맨S의 상대는 아우디 RS4였다.
다운즈 일대에서 이들 한 쌍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하루를 보냈다.

어느 코너에서나 똑같은 결론이 나왔다.
카이맨은 흔들림 없었고 자신감이 넘첬다.
한편 M3는 RS4 못지않게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약간의 롤링이 있었고 간혹 미리 제동을 해야했다.
고난도 코너에서는 M3의 역부족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선 코스에서도 카이맨은 성큼 앞서나갔다.
카이맨은 어디에서나 M3를 꼼짝 못하게 묶어놓았다.

온갖 장비를 갖춘 두 라이벌의 가격은 대략 1억350만 원 정도.
우리 대다수에게는 눈물 나는 값이지만, 소수의 행운아들에게는 그리 버겁지 않은 금액이다.
포르쉐911이나 애스턴 마틴 V8 밴티지에 비하면 훨씬 밑돈다.
게다가 대단한 성능과 하이테크로 무장했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M3가 비록 4인승이기는 하나, 포르쉐형 공간처리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아무도 M3를 실용적이라고 하지 않는다.
뒷좌석은 꼬마들에게나 어울리고, 제대로 된 유아용 시트를 들여놓을 처지도 못된다.
M3 고객의 절대다수가 바라는 것은 오직 엄청난 스피드다.

실은 M3는 대단한 차다.
지극히 빠르고, 지극히 안락하며, 아주 접근하기 쉽다. 게다가 여전히 특별해 보이고,
마니아들에게 감동을 줄 힘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값비싼 고성능차를 원하는 사람에게 카이맨보다 더 쓸모가 있는 차는 아니다.
게다가 스포츠카 세계에서 BMW는 포르쉐에 비해 위상이 떨어진다.
이런 고성능차를 살 때는 정말로 그 실체를 알고 싶게 마련이다.

목적이 뚜렷하고 아늑한 카이맨의 운적석에 앉으면 머리 뒤에서 수평대향 6기통이 아우성친다.
게다가 직접적인 스티어링 감각과 거의 완벽한 밸런스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날렵한 쿠페스타일은 주변에 널린 3박스 세단들 속에서 단연 눈에 띈다.

BMW는 화를 자초했다.
새롭고 복잡한 V8 패키지를 담아 의식적으로 시장을 재편했다.
이로써 지난 세대에서 이번 세대로 옮기면서 약 7,140만 원에서 1억150만 원으로 값이 껑충 뛰었다.
지난날의 충성파들에게 일격을 가한 꼴이다.
RS4에 9천400만원을 쓴다. 또는 구형 M3에 7500만 원 이하를 쓴다.
그 때는 어느 누구에게나 골치 아픈 가격이 아니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지금은 가정을 해본들 아무 소용 없다.

BMW는 이미 체급을 한 단계 올렸다.
아우디,벤츠, 그리고 더 나아가 포르쉐와 정면으로 맞붙게 됐다.
문제는 이제 누구와 맞붙든 번번이 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놀라운 일이 아니다.
AMG 벤츠는 예나 지금이나 V8 세단의 화신이나 다름없다.
아우디는 콰트로 구동계의 이점을 지니고 있다.
시장에 라이벌이 없던 시절에 일찌감치 튼튼히 자리잡았다.
포르쉐의 경우 빈틈없는 박스터를 원형으로 삼아 2인승 쿠페를 만들기 시작했다.
카이맨은 박스터에서 무엇 하나 덜어내지 않았다.
우리는 포르쉐가 강화된 박스터에 지나친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나 흠칫했다.
하지만 판매 속도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BMW는 아우디와 벤츠에 맞서 일상적인 세단을 내놓았다.
라이벌보다 정밀하게 조율한 뒷바퀴 굴림이라는 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벤츠가 C 63 AMG에 담은 V8의 노하우는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아우디 RS4의 초강력 그립과 비교하면 핸들링의 이점을 찾기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BMW는 빼어난 성과를 거뒀다.
신형 M3는 대단히 인상적인 진화의 산물이다.
하지만 여기서 결정적인 허점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이제 포르쉐는 접어두고 RS4 및 AMG 벤츠와 대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럴 때 고객이 M3를 사겠다고 마음을 굳히도록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M3 4도어가 나오면 사정은 달라질 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카이맨과 M3 가운데 어느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상상할 수 있는 어느모로 보나 포르쉐가 한층 뛰어난 스포츠카다.
뒷좌석이 없다고?
무슨 상관이야.
짐을 좀더 가볍게 챙기고, 얼마간 자녀를 갖지 말라.
피임을 정당화하고도 남을 보상이 따르는데......





사실이라면 신형 M3에 대한 관심이 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