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터나 m3 같은 차를 타면서 생기는 추가적인 비용지출이라면 역시 고급휘발유를 넣는 것이다. 고급휘발유를 넣어야 엔진의 수명이 오래간다던가, 차의 연비가 좋아진다던가, 차가 쌩쌩 잘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던가 하는 얘기를 주변에서 계속 듣다보니 그런가보다.. 하고 맹목적으로 고급휘발유만 넣게 되었는데... 가끔 지방에 가게 된다던가 해서 고급휘발유를 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일반휘발유를 넣게 되고, 그 후부터는 내가 차에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같은 죄책감이 따라다니게 된다.

도대체 옥탄가란 무엇이고, 고급휘발유와 일반휘발유의 차이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찾아보던중 아주 명쾌하게 정리된 답변을 구할 수 있어서, 원문과 함께 간략히 소개한다

http://www.superchargersonline.com/content.asp?ID=105

옥탄가는 95, 98 같은 식의 숫자로 표시된다. 이것은 옥탄과 헵탄의 비율로 생각하면 된다.

탄화수소(Hydrocarbon) 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탄소 원자가 하나 있는 것이 메탄, 세개 있는 것이 프로판, 다섯개가 부탄, 일곱개 있는 것이 헵탄, 여덟개 있는 것이 옥탄이다 (C8H18).

옥탄과 헵탄 모두 열을 가하면 폭발을 하는 성질이 있다. 하지만 다른 점은 옥탄은 열을 가하지 않고 단지
압력만 가하는 것만으로는 전혀 폭발을 일으키지 않지만, 헵탄은 작은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자동차의 가솔린 엔진은 실린더에 공기와 연료를 밀어넣은다음에 피스톤으로 압축을 한 다음 점화 스파크로 폭발을 일으켜서 그 힘으로 피스톤을 밀어내고 그 힘은 크랭크축으로 전달되는 것이 가장 기본 원리이다. 공기와 연료가 들어가서 얼마나 압축되느냐가 압축비이고, 공기와 연료의 비율이 얼마냐가 공연비라고 한다.

같은 배기량에서 더 강한 마력을 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강한 폭발력을 얻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나 실린더 안에 공기와 연료를 많이 집어넣고, 꽉 압축시켜서 꽝 하고 터뜨리느냐가 문제인데, 모든 엔진의 가장 큰 적은 '노킹' 이라고 하는 것이다. 피스톤이 최대한 위로 올라가(상사점)서 최대한 압축이 된 상태에서 점화스파크에 의해 폭발이 이뤄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충분히 위로 올라가기 전에 엔진 자체의 열기와 불충분한 압축상태에서 폭발이 생기게 되면 엔진의 각종 파트들은 크게 충격을 받게 된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라면, 연료가 100% 옥탄과 같은 성질로 이루어져, 압력이 가해진 것만으로는 특정온도 이하에서 절대 폭발하지 않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안심하고 압축비를 더 올려서 더 센 토크를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연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이 더 길어지게 되고, 결국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생겨나게 된다.

연료의 가격을 적정선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일반 승용차용 가솔린은 적당한 수준의 정제만 해서 만들어진다. 그 연료가 얼마나 노킹을 잘 버틸 수 있는가를 옥탄과 헵탄의 조합비율로 만들어진 실험실의 연료와 비교해서 등급을 매기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유소에서 파는 가솔린이 옥탄가가 90 이라면, 옥탄이 90%, 헵탄이 10% 들어있다는 점이 아니고, 실험실에서 옥탄과 헵탄을 90:10으로 조합해서 만든 연료와 동일한 노킹 확률을 보이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

고 옥탄가 휘발유를 쓰면 어떤 점이 좋을까?


흔히 갖고 있는 오해나 환상은 연소효율이 더 좋다거나 완전연소를 유도해서 연비의 향상, 매연의 감소, 성능의 증가가 이루어지는 것 등등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장점은 단 하나뿐이다. 엔진이 더 뜨거운 온도에서 더 점화타이밍을 당겨서 높은 압축비에서 작동하면서도 노킹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것 뿐이다. 고 옥탄가 휘발유라고, 더 에너지가 많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고 옥탄가 휘발유를 쓴다고 해도 노킹이 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면 더 효율적으로 엔진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고 옥탄가 휘발유를 쓴다고 해도 노킹이 나지 않는다면 연비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엔진이 깨끗해지는 것도 아니고, 마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매연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고급차의 엔진에는 보통 노크 센서가 들어있다. 노크센서가 하는 일은, 엔진의 내부를 감시해서 노킹이 날 것 같으면, 엔진의 점화 타이밍을 늦추거나 하는 식으로 한템포 쉬어가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엔진의 제 성능을 내지는 못하게 된다.

그럼 언제 고 옥탄가 휘발유를 써야 할까?

엔진에서 노킹이 나는 것을 느꼈다면 (나도 정확히 노킹소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거다.. 라고 들어본 적도 없고) 고 옥탄가 휘발유로 옮겨가야 한다. 터보차저나 슈퍼차저, 혹은 밸브의 개폐타이밍을 당기는 튜닝이 적용되었다면 역시 그에 맞는 옥탄가로 높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노크센서가 작동을 하게 되어서, 엔진의 성능을 높인 보람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옥탄가에 대한 사실들을 잘 이해했다면, 외제차에 고급휘발유를 넣지 않은 것으로 관리를 잘 못한 것으로 여기거나, 시내에서 정속주행을 하면서도 고급휘발유를 넣지 못한 것 때문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neolith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6-07 15:24)

imcgames 의 김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