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규-김형진의 '일상다반사'

스토리 제너레이션 온라인게임 만들고파"

고수가 또 다른 고수를 찾아갔다.



엔씨소프트 김형진 PD와 IMC게임즈 김학규 대표. 한국 게임을 대표하는 '리니지'와 '라그나로크'를 만든 사람들이다.(김 PD는 '리니지' 시리즈의 기획자.)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장마가 막 시작되기 전인 6월 30일 저녁. 김 PD가 IMC를 쳐들어갔다. 두 사람의 첫 번째 조우. 뭐 별다른 목적이나 이유가 없었다. 그냥 만나보고 싶어서.



하. 지. 만.



아무리 목적없는 만남이라도 김형진 PD가 하필 김학규 대표를 찍은 데에는 뭔가 꿍꿍이가 있지 않을까. 혹시 새로운 회사라도 차릴 목적으로 조언을 받기 위해서? 아니면 경쟁업체에서 개발하고 있는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사전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리니지, 리니지2를 거쳐 현재 엔씨소프트 포털팀에서 신규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김형진 PD가 IMC게임즈의 김학규 대표에게 궁금했던 것은 뭘까? 새로운 게임 개발을 진행하며 고민하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서 오고간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자.


IMC게임즈 김학규 대표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두사람
둘의 대화는 김형진 PD가 비수를 꼽으며 시작



김형진(형진): (아토피가 최근 부쩍 심해진 김학규 대표의 얼굴을 보며) 상태는 어떤가.



김학규(학규): 딴 거는 괜찮은데 눈 주변이 부으면서 눈꺼풀이 내려와서 힘들다. ㅜ.ㅜ



형진: 그런 상태에서 술은 먹을 수 있나?



학규: 얼굴 빨개져서 물어본 건가? 술은 전혀 못한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술맛을 모르겠다. 도대체 소주가 왜 맛있는지 알려달라? 대신 담배는 가끔 핀다.



형진: 책장에 와인이 있길래 물어본 거다.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힉규: 암튼 와줘서 고맙다. 나도 만나보고 싶었다.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 중인데 혹시 들어와본 적 있나.



형진: 가끔씩 가서 리플은 달고 있다. 글이 무지 많이 올라오는 것 같다.



학규: 하루 페이지뷰가 80만이다. 요즘 문제는 홈페이지에 점점 안티 세력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혹시 내가 쓴 것 중에 재미있는 글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형진: 책 소개했던 글을 재미있게 봤다. 특히 ‘조엘 온 소프트웨어’라는 책은 김학규 대표의 글을 보고 구입했다.







"GE 테스터 모집하고 보니 업체 사람이 반이더라."



학규: 요즘 클로즈베타테스트 하는 게임이 참 많다. 우리도 게임 테스트를 앞두고 있어서 여러모로 신경 쓰인다. 참, 이번 ‘그라나도 에스파다’ 테스트에 업체 사람이 절반 정도 응모해서 모두 솎아냈다. 엔씨소프트 사람이 20명 정도로 가장 많더라. 모두 제외시켰다.



형진: 구경좀 시켜주시지. 너무 매정하다.



학규: 임프레션 테스트라 곤란하다. 오프라인 형식으로 한빛소프트 건물로 사람들을 모아놓고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테스트는 서울에 있는 한빛소프트 건물 3층에서 진행된다. 테스트에 참가하는 지방 사람들도 많은데 KTX 기준으로 교통비를 지급해줄 예정이다.



형진: 돈 많이 나가서 속쓰리겠다. 인원은 얼마나 되나?



학규: 공개하기 곤란하다. 이해해 달라. 그건 그렇고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얼마나 됐나?



형진: 엔씨 포털팀에 합류한 지 6개월 정도 됐다.







기대작은 고담3, COD2, 디아블로3



학규: 액션게임을 좋아하나?



형진: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게임이 나오면서 좌절했고 그 이후 멀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수왕기'나 '원더보이' 같은 횡스크롤 액션게임을 좋아한다.



학규: 나도 '수왕기'는 몹시 좋아한다. 예전에는 3차원을 활용하는 액션게임을 만들어볼까 하고 생각해본 적도 있다.



형진: 최근에는 '그란투리스모'하고 '페르시아의 왕자'를 재미있게 하고 있다.



학규: '닌자가이덴'은 해봤나.



형진: 처음 보스를 깨지 못해서 포기했다. 게임이 너무 어렵다.



학규: 현재 개발중인 게임중에 기대작은 뭔가?



형진: 특별히 없다.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나오면 꼭 해보고 싶은 맘이다.



학규: 하하하 고맙다. 나는 ‘고담3’하고 ‘콜 오브 튜티 2’, ‘디아브로 3’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형진: 지금은 내 게임 만드는 데 정신이 없다. 지금까지 MMORPG만 만들어왔다. 문득 ‘점프’하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서 MMORPG에 식상해진 건 아니다. 좀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을 뿐이다.





"처음 만든 게임, 4~5번 다시 만들고 싶다."



학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나.



형진: 같은 게임을 여러 번 만들어보고 싶다. 하나의 게임을 4~5번 새로 만들어서 완성작을 내놓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도 내가 만든 게임을 보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은 게임 하나를 맡으면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린다. 최소 3년은 그 작업에 매달려야 하니 말이다.



학규: 나도 비슷한 생각이다.



형진: PS 게임중에 ‘나의 시체를 넘어서 가라’라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의 특징은 NPC들이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이런 식의 ‘스토리 제너레이션’ 게임을 온라인에서 구현해보는 것이 꿈이다. ‘리니지’에 공성전을 도입한 것도 유저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규: 나도 그런 시도를 해보고 싶다. ‘그라나도 에스파다’에 정치시스템이 제대로 구현된다면 ‘스토리 제너레이션’이 가능할 것 같다. 돌에 새겨진 문자처럼 고정된 세계관을 게임에서 보여주고 싶진 않다. 유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술래잡기가 벌어질 수 있는 게임이 좋은 게임인 것 같다.







가장 아끼는 게임은 '개미맨2'





학규: 내가 만든 게임 해봤나?



형진: '악튜러스'를 재미있게 했다.



학규: '악튜러스'는 안 좋은 추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하는 게임은 ‘개미맨2’다. '혼두라'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게임이다. 흥행여부와는 상관없이 개발자로서 만들고 싶은 모든 것을 보여준 게임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 국내에선 최초로 윈도우용 게임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게임을 1년 동안 만들면서 무척 즐거웠다. 액션게임을 좋아한다면 ‘개미맨2’를 적극 추천한다.



형진: 감사한다. 꼭 해보겠다. 남는 것 있으면 하나만 달라.



학규: 나도 케이스만 가지고 있다.





개발자가 '유한책임'을 지는 환경을 꿈꾸며



형진: 처음부터 온라인게임만 만들다 보니 패키지게임을 못 만들어봤다. 처음 만든 온라인게임이 ‘라그나돈’이었다. 그런데 서비스도 못해보고 접었다.



학규: 그래도 승률이 높아서 좋겠다. '리니지', '리니지2' 모두 성공했으니 말이다. 나도 대박신화를 꿈꾼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 분석해가면서 복잡하게 일하고 싶지 않다. 제작자 맘대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



형진: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리니지'와 '리니지2'를 만들 때는 기획자일 뿐이었지만 포털팀으로 옮긴 후에는 디렉터로 자리잡았다. 한번 마음대로 만들어볼 계획이다.



학규: 지금은 패키지게임 만들 때처럼 재미있지 않다. 무거운 짐들이 어깨를 누르고 있으니 말이다. 기획자들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게임하고는 거리가 멀어야 한다. 나는 적당히 성공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형진: 요즘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개발자들의 짐을 덜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개발자들은 한번 게임을 만들면 그 게임이 시장에 나와서 평가받을 때까지 마음을 졸인다. 행여 게임이 뜨지 못하면 짐을 꾸려야 하는 사태가 비일비재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학규: 시스템의 문제인 것 같다. 사실 개발자는 주차원과 비슷한 것 같다. 주차하다가 차 긁히면 그 돈 다 물어줘야 하는...





"기회되면 레이싱게임 만들고파"




형진: 최근에는 ‘표절’때문에 난리가 아니다. 나도 ‘라그나돈’을 만들 당시 그림을 외주로 만들면서 표절문제에 휘말릴 뻔 했던 기억이 있다. 워낙 그림이 예쁘게 나와서 좋아했는데 나중에 보니 ‘베르세르크’ 그림을 그대로 모방한 것을 알았다. 결국 그림 바꾸느라 힘들었다.



학규: 사회적인 인식의 문제인 것 같다. 분명한 것은 ‘표절’이라는 쉬운 길을 택하면 나중에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진리다. '리니지'에는 언제부터 합류했나.



형진: 98년이다. 당시 엔씨소프트에 갔더니 송재경 씨가 열심히 리니지를 만들고 있었다. 그때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거의 다 송재경 씨와 함께 레이싱게임을 만드는 XL게임즈로 갔다. 유일하게 배재현 상무만 남았다.



학규: 나도 레이싱게임을 만들어보고 싶긴 하다. 예전에 개발을 시작해볼까 하고 여러 가지로 고민했는데 막막해서 때려쳤다. 아직 미련은 있긴 하다. 하지만 돈 벌 생각으로 만들고 싶진 않다. 개인적으로는 차를 무척 좋아한다. 차를 몰면서 험악한 드라이빙도 즐긴다.



형진: 프로듀싱과 경영을 같이 하니 힘들 것 같다. 어떤가.



학규: 둘 다 비슷한 일이라서 그다지 힘들지 않다. 게임 개발하면서 직원들 토닥거리는 일이나 경영하면서 잔소리하는 것이 어차피 같은 일이다. 요즘에는 같은 생각을 가지고 하나의 목표를 공유해보자고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게임에 적용할 '엽기적인 아이디어' 찾는중



형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게 있나?



학규: 최근에는 ‘골 때리는 아이디어’에 대해 고민중이다. 우리 기획자중에 ‘정태룡’ 씨에게 이런 것들을 기대하고 있다.



형진: 나도 처음 게임을 만들 당시에는 엽기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했다. 그런데 좀 만들다 보니 그런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개발자들을 보면서 코웃음을 치게 되더라. 희한한 것은 좀더 게임을 만들다 보니 다시 ‘골 때리는 아이디어’의 필요성을 간절하게 느끼게 된다.



학규: ‘그라나도 에스파다’ 공개가 임박해지면서 여러 생각들이 든다. '리니지2'를 공개할 때 안 힘들었나?



형진: 계속 힘들지만 게임을 처음으로 선보일 때가 가장 힘들다. 특히 클로즈베타테스트가 시작되면 정말 가슴이 콩당콩당 뛴다. 김 대표도 지금이 가장 힘들 시기인 것 같다.



학규: 요즘에는 모든 게 다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들다가도 문득 빚덩어리 위해 앉아있다는 생각도 든다. 머리 속이 복잡하다. 신경을 많이 쓰다보니 피부가 더 안좋아지는 것 같다.



형진: 그런데 지금 먹은 밥값은 누가 내나? 우리 만남을 주선한 ‘디스이즈게임’에서 사는 건가?



디스이즈게임: … (헙)



학규: 내집에 온 손님들인데 당연히 내가 사야하는 것 아닌가. 와줘서 고맙다.  

  
출처:http://www.thisisga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