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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게임 잡지나 웹진에서 거론될 때마다 실과 바늘처럼 따라다니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한국과 스타크래프트다.



컬럼 – 스타크래프트의 나라


세계에서 제일 많은 MMO게임 동접자를 가진 나라, 인터넷 보급율이 무지 높고 가격은 저렴한 나라, 이런 것을 떠나서 대부분의 외국 게이머들에게 한국은 아직까지 ‘스타크래프트의 나라’이다.

유명 개발사인 블리자드가 개발한 RTS 시리즈 중 하나, 명작게임 100선을 꼽는다면 항상 20위 안에 꼽히는 작품, 배틀넷 시스템을 무지하게 활발하게 만든 게임, 이런 것들과 함께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비상식적인 대박을 터트린 게임’으로 남아있다.


△ 오늘의 주인공


PC게임 세계에서 장르가 아닌 하나의 ‘게임’이 10년 가까이 인기를 끌었던 적은 없었다. 애당초 10년 장수 게임이 나올 정도로 오래된 문화도 아닐뿐더러, 하드웨어가 주가 되는 기술의 발전이 그래픽뿐만 아니라 게임전반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도 10년 장수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단순 퍼즐게임도 아닌 복잡하기 짝이 없는(다른 장수 게임에 비해) RTS가, 확장팩도 단 하나뿐이 없는 게임이, 몇몇 매니아들에 의해 계속 플레이 되는 것이 아니라 4000만 인구를 가진 나라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아직까지 플레이 되고 있다. 아니, 단순히 많이 플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지하게 많이 팔리고 있다. 그것도 다 망한 한국 패키지 게임 유통시스템에서 혼자만 연간 수십 만장을 팔아먹는다.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크)는 저런 게임이다. 적어도 이 대한민국에서는 말이다.


- 1998 스타크래프트

(필자의 추측으로는 블리자드 개발자들 전원이 스타크래프트 발매 전날 봉황에 치여 죽는 꿈을 꾸었을 것 같은데, 뭐… 아니면 말고.)

스타크가 아무도 모르게 숨어있던 다크호스인 것도 아니었고, 게임성외에도 인기를 끌 요소는 많았지만, 어쨌든 이런 스타크의 미래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발매 당시에 국내유통을 맡았던 LG소프트에서 예상 판매고를 몇 장정도 잡았을까? 만장? 십만장? 백만장? 유명게임이나 못해도 10만장은 팔아먹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아무리 인기를 끈다고 생각해도 수백 만장을 팔아먹을 줄은, 최다 판매 수는 물론이고, 여태까지 한국에서 팔린 PC게임에 관한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울 줄은 몰랐을 거다.


△ 0 하나 더 붙은 거 아닙니까?


스타크가 나온 그때, 그 시작은 평범했다. 평범한 대작게임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3종족간의 엄청나게 잘 짜인 밸런스도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몸으로 부딪쳐서 나온 결과로 만들어낸 패치들의 결과물이었을 뿐. 지금 생각해보면 해상도 조절 옵션도 없고, 256색 2D 게임이었던 유명 RTS였을 뿐이었다. 스타크를 구입한 친구 집에 가서 싱글 몇판을 하기도 하고, 게임잡지에 나온 리뷰를 흥미롭게 읽어보기도 했지만, 무슨 스타크 열풍이 분 것도 아니었다. 구입하는 애들도 있고, 백업CD 파는 곳을 어슬렁거리던 애들도 있었던, 그저 싱글 한판한판을 힘들게 클리어 하고, 잡지에 나온 유닛간 상성에 대한 설명보다는 미션공략에 더 흥미가 있었던 평범한 게임이었다. 멀티플레이? 하고는 싶지만 그거 가능하기는 한 건가? 그런데 당시 다시던 학원 밑층에 ‘게임방’(PC방)이라는 곳이 생겼다.


- 시작

PC모니터가 아닌 일반 TV 여러 대, 수많은 PC들, 그리고 스타크가 주가 되는 게임들. 처음 보았을 때 PC방에 대한 첫 인상은 단지 PC가 있는 오락실이었다. 잡지에 몇 번 PC방이라는 장소에 대해 나온 적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단지 멀고도 먼 존재였다. 그리고 서서히 스타크의 멀티플레이에 대한 잡지 내용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시험이 끝난 한 여름날, 전날 밤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두근두근했던 필자는 친구들과 함께 PC방에 가게 된다.

뭐, 여기부터는 다 아는 이야기. 차츰 사람이 늘어나면서, 얼마 안 되는 초기 PC방들은 짭짭하게 돈을 벌었고, 대한민국 자영업계는 또 다시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너도나도 피시방을 차리기 시작했다. 아… 당시 경제도 안 좋아서, 퇴직이 어쩌고, 퇴직금이 어쩌고, 창업 아이템이 어쩌고, 결론은? 피시방 숫자는 그야말로 미친듯이 늘어났다. 초기PC방들은 다양한 게임들을 들여놓기도 했지만, 금방 깨달았다. 스타크 뿐이었다. 당시 따끈따끈한 인기게임에, 손쉬운 멀티플레이 시스템, 피시방 입장에서도 시디키 관리만 해주면 됐고, 제일 중요하게 PC방=스타크 라는 공식이 손님들에게 자리 잡히기 시작했다.


△ PC방들의 공습


덕분에 스타크는 미친 듯이 팔려나갔다. 대상은 물론 PC방들이었다. 한번에 패키지 수십 개를 사가는데 미친 듯이 안 팔리면 그게 이상한 거다. 어쨌건, 대한민국 PC게임 계는 스타크에 술렁거리기 시작했으며, 각종매체들도 PC방과 그 돌풍의 주역 스타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과 세계, PC게임 유통업계와 개발사들, PC방들과 새로운 창업자들, 경제계와 정부는 모두 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어..어… 어!’


- 황금기

이미 넘치도록 생겨났지만 PC방의 증가추세는 멈출 줄 몰랐고, 유통사는 말 그대로 대박, 블리자드는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스타크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PC방에서 히트친 게임들도 얼씨구나 춤출 분위기였다. 확장팩의 발매는 스타크의 인기에 그 힘을 더했고, PC게임에 관심 없는 친구를 불러와서 마우스 클릭부터 하나하나 가르치는 광경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초고속인터넷 보급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모든 상황이 스타크의 인기에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스타크의 존재 역시 모두에게 긍정적이었다.

PC방의 인기에 더불어, MMORPG라는 장르도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고, 포트리스와 한게임으로 대표되는 간단한 온라인게임(당시에는 케쥬얼게임이라고 안 불렀다.)들이 슬슬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스타크의 자리를 뺏은 것도 아니었다. 시작은 훌륭한 틈새시장이었고, 그 틈새시장의 크기는 곧 시장의 주류가 되었다. 스타크와 함께 말이다.


△ 당시 스타크는 폭주기관차나 다름 없었다. (출처: 미디어 다음)


국내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에서의 스타크 열풍은 전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각 게임 개발사들은 순진하게 자기들도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자기들이 게임들이 스타크보다 특별히 게임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깐. 그들이 만든 게임들이 포스트 스타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국내 유통사들은 포스트 스타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한글화도 하고, 광고도 때리고 그랬다. 당연히 개발사들도 게임 내에 한국을 추가한다던 지, 국내에서 세계최초 공개 행사를 한다던 지, 하면서 열심히 불타올랐다.

해가 갈수록 더해지는 스타크의 인기, 전문 게임방송(스타크방송)의 등장, 그리고 커져만 가능 국내 게임업계, 게임계에 관한 (무지하긴 했지만)긍정적인 시선. 너도 좋고 나도 좋았다. 그런데 스타크 인기의 핵심인 PC방의 폭주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 Side effect (부작용)

PC방의 수명이 몇 년이라고 생각하는가? 짧다. 그리고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벌고 망하느냐, 못 벌고 망하느냐? (확실하다. 경험자니까…)

눈에 확 띄진 않았지만 PC방의 몰락은 천천히 시작되고 있었다. 전체적인 몰락이 아니라 부분적인 몰락. 아무도 신경 쓰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PC방들이 한계에 부딪쳤다. 요금의 불합리성, 업그레이드의 필요성, 끊임없이 생기는 경쟁 PC방들, 수 백대 규모의 프렌차이즈 PC방들의 등장. 덕분에 초기 소규모 PC방들은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고객들은 못 느꼈을 것이다. 대한민국 PC방들 소유 총 PC대수는 별로 변하지 않았으니까.

결과적으로 PC방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은 PC방들을 생존을 위해 돈에 얽매이는 업종으로 바꾸어 놓았다. 하나의 문화로서의 게임? 다양한 종류의 게임? 게임계 발전을 위한 합당한 지불과 게임 품질을 위한 개발사들과의 Win-Win 전략? 당장 망하게 생겼는데, 피시방입장에서 저런게 눈에 들어올 이유가 있나? 피시방 모니터들이 스타크로 대표되는 싼값에 고효율인 패키지 게임(스타크 외?)과 국내 무-_-료 온라인게임들(대부분 케쥬얼게임), 그리고 몇몇 강한 중독성을 MMORPG로 도배되는 것은 절대 피시방 사장들의 취향이 아니다.


△ 무-_-료 온라인게임! 피시방 무-_-료 온라인게임!


어쨌건 저건 PC방, 그리고 경제계의 문제라고 쳐두자. 달아오른 스타크의 인기와 게임계는 별로 관계없으니 말이다. 다음 부작용은 PC게임 계에서 일어났다.

저작권에 관한 불법행위라는 애벌레는 게임업계라는 사과를 천천히 갉아먹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나타난 스타크, 하지만 스타크는 사과가 아니었다. 결국 스타크의 맛을 동경한 채, 사과는 그 맛을 잃었다. 스타크와 비슷한 과일을 몇 개 만들어낸 채로 말이다. 기존 고객들에게도 버림받은 맛을 잃은 사과, 스타크의 잘못은 아니지만 스타크가 급속도로 만들어낸 윤리의식 상실증후군에 걸린 대량의 애벌레들은 맛이 없어진 사과를 끝장내버렸다. 겉만 비대해진 그리고 환상에 빠진 시장의 최후였다.

포스트 스타크가 되기 위한 개발업계와 유통업계의 발버둥, 앙꼬없는 찐빵을 위해 달려왔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리니지의 성공과 포스트 리니지를 위한 발버둥으로 유지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해외시장도 마찬가지다. 이제 해외업체들은 더 이상 스타크의 나라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은 깨달았다. 유통업체들이 한글화 비용은 커녕 로열티도 감당 못하게 되어버렸다는 것을. 한국의 성공은 게임성의 유무가 아니라는 사실을.

게임업계 자체의 문제를 벗어나서, 스타크가 만들어낸 게임에 대한 일반의 인식, 그리고 게임업계 스스로에 대한 인식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냈다. 스타크에 대한 환상이 만들어낸 인식. 스타크 = 게임


△ 와! 스타크래프트 카스다~ (출처: Unknown World)


철 지난 게임성 타령이 아니다. 대한민국 교육이 학생들 전체를 ‘일류대학 암기식 등급교육 입시 기계’로 평준화 시켜버리듯, 스타크는 대한민국에서의 게임의 정의를 정해버렸다. 스타크래프트로 말이다. 게임의 좋고 나쁨을 벗어나서, 저런 틀에 박힌 정의는 엄청난 부작용들을 만들어냈다. 게임을 만들어내면 무조건 스타크 만큼 떠야하고, 게임을 만들면 스타크 하던 사람을 끌고 와야 된다. 스타크 제작비 정도를 쏟아부었다면, 적어도 스타크의 반 정도는 팔려야 하고, 게임은 스타크래프트 같은 RTS에 같은 인터페이스 같은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스타크와 다르면 게임이 아니고, 안 팔리는 게임은 출시될 가치조차 없다. 인기있는 게임은 스타크니까 방송에서는 24시간 계속 틀어줘야 한다. 이미 자리잡은 스타리그 외에는 성공할 가망도 존재할 이유도 없다.

단순한 무성생식에 비해 다양한 유전적 가능성을 가진 유성생식의 우월한 이유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

스타크는 재미있다. 스타크는 인기도 있다. 스타크는 모두가 안다. 스타크는 저 사양이다. 스타크는 어느 PC방에 가서도 할 수 있다. 스타크는 이제 하나의 문화코드다. 그렇지만…

결국 우리에게 남은 것은, 수백 만개의 스타크 시디키들, 그것도 태반이 윤리의식 완전상실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에 의해 피시방에서 유출된 시디키들 뿐이다. 스타크가 주었던 기회는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했었고, 스타크가 가지고 있던 잠재력은 우리에게 커다란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는 스타크가 걸었던 길을 MMORPG로 걷고 있다.


△ 그런데 내 성공담을 봐줘. 이놈을 어떻게 생각해? (출처: gaming-age.com)


나는 스스로 스타크의 인기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염치없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PC방을 하는 우리집이 먹고 사는 길이니까. 하지만 스타크로 대표되는(스타크가 이렇다는 건 아니다.) 획일적인 게임문화의 미래를 보는 것은 누구보다도 괴로운 일이다. 괴로운데 왜 안바꾸냐고?

방금 말했잖은가? 현실적으로 먹고 사는 길이라고. 그리고 저건 나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 현재 게임업계와 관련 산업에 연관된 모든 이들과 연관된 일이다. 오히려 경제적인 효과가 뛰어나고, 교육적 효과는 하나도 없는 사교육 체제, 그리고 교육적 논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간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짜인 교육계. 이와 같이 우끼고 자빠지는 상황이 과연 게임계랑은 상관없을 일일까?!

언젠가 스타크래프트가 명예의 전당에서 편히 쉴 날이 온다면, 그때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며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