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매우 좋아합니다.

 

책을 너무 좋아해서, 독서라면 작게는 무협이나 3류 판타지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전문서적이나 흥미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담겨있는 책들도 마다하지 않고 읽지요.

(덕분에 실천은 안 하면서 말로만 하는 허세가 좀 쩝니다. 말빨만 늘어난 기분이예요...)

 

심지어 필요하다면 개인이 작성한 논문도 구해서 읽는 편인데, 이렇게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면서 습득만 하고 그것을 사용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식은 쓰라고 있는 것인데, 무슨 내 머리가 창고도 아니고 쌓아놓기만 하고 막상 좀만 쓰려고 하면 현실이 어떻고, 경우가 아니고, 체계가 아니고, 나이가 어리고, 경험을 못 해봤고... blablabla... 정말 여러 이유에서 그 의도가 막혀버리고 기가 죽어버립니다.

 

 

한 가지 묻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레이머 분들은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자신이 진보라고 생각하나요? 보수라고 생각하나요?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인데,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보수 성향으로 변해간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로 가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에는 보수를 줄곧 지향했는데,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점점 진보가 되어가는 기분이예요.

 

안정된 울타리에서 평생을 놀고 먹으며 버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박성 있는 모험을 즐겨하고 벌써부터 목표한 나이에 은퇴하고 무슨 사업을 벌여 성공을 할까? 라는 아이템 구상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변했을까요? 제가 보수 세력이 권력을 잡고 있는 단체에 속했기에 그런 것일까요?

 

나쁘지 않은 기분이지만, 사실 착잡합니다.

 

저는 팀을 하나 이끌고 있습니다. 그리 크다고, 그렇다고 작은 규모의 팀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팀을 하나 이끌고 있습니다.

(팀원의 인적사항이나 기타 업무 사항에 대해서 세세하게 적지 못하는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팀을 이끈지도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이 팀에 한해서는 제 위로 총괄 리더가 하나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제 개인이 판단하건데 업무를 총괄하는 리더보다는 제가 더 배운 것이 많고 지휘하는 통솔력도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못 배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 면에서 따져보면 팀을 지휘하는 분야에서는 여러 경력이 있는 제가 이론적으로 보고 듣고 평가만 해왔던 그 사람보단 낫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그 사람을 끌어내리고 제가 그 자리에 오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팀을 지휘한다는 것은 지치거든요.

 

때문에 가급적이면 마찰을 피하고 가고 싶었는데, 어제는 너무 답답해서 대판 싸우고 말았습니다.

 

 

팀을 지휘하다보면 마찰도 일어나고 분열도 일어나고 그러면서도 다시 합쳐지고 힘을 합치는게 당연하다고 여기기는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현실을 일깨워도 듣지 않고 안정주의로 가려는 리더의 입장을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1년 전에 이 팀을 맡았을 때, 보수 세력이 태반의 권력을 잡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개혁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곳이 이 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총 리더가 그렇게 얘기하며 팀의 이상향을 말해주었고, 들려주었으니까요.

 

하지만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돌이켜보자면 대체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변해가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건의는 여러 차례 해봤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경우가 아니다 / 예의가 없다 / 체계가 아니다 / 나이가 어리다(총 리더가 저보다 나이는 많습니다)" 라는 이유로 무시 당했고, 거절당했지요.

 

총 리더의 평가는 그를 따르는 팀원들이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리더가 아무리 자기 자신이 모든 업무에 대해 열정적이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봐야 그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주관적인 평가이지, 제3자의 시점에서 평가하는 객관적인 평가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즉... 자아도취라는 말입니다.

 

도저히 이대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판단이 서서 직접 얘기했습니다. 저도 팀 내에서 나름대로의 부 리더같은 위치지만 그것을 떠나 저도 팀원이니까요. 남들이 뒤에서 얘기하는 모든 상황... 총대메고 확실하게 얘기했지요.

 

그리고 예상대로의 반응... "네가 나를 가르치려고 하느냐?" 였습니다. 권위 내세우지 말자는 사람이 권위 한 번 제대로 내세우고 있네요.

 

 

간단하게 평가해서 지금의 리더는 일관성이 없습니다.

 

처음에 그가 주장하던 팀의 이상향과 미래는 "우리만의 업무 스타일로 돌아가는 유토피아 / 보수 세력과 공존할 수 있는 혁신적인 진보 세력의 구축" 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개요 보고서를 읽으신 회장님께서도 말씀을 해주셨지요. "예의에 어긋날까 무서워서 진보적인 생각을 멈추지는 말라, 어긋낫다고 소리를 들었다면 여러 번 건의를 해보라." 였습니다.

 

저는 정말 바보같이 그 말 하나만을 믿고서 이 팀을 그렇게 이끌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회장님의 그런 비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팀은 이렇지 않습니다.

 

 

더욱 더 간단하게 말하자면 지금의 리더는 이상주의자 입니다.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저 역시 반은 이상주의지만 그 이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실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현실주의 생각이 있어 그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현실을 이제까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알려주니 지금의 총 리더는 저렇게 반발을 합니다. 즉... 자신은 모든 것을 잘하고 있는데 왜 그러느냐? 이지요.

 

리더에 대한 자질도 의심이 드는 이 시국에 저는 솔직히 회의감이 밀려옵니다. 내가 이곳에 이렇게 남아 팀을 지휘한들 무엇이 남겠는가 말이지요.

 

 

저는 팀을 이끄는 사람이라면 개인보단 팀을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리더십에 대한 책에도 그런 구절은 항상 존재했고, 막말로 팀 내에서 1%의 인원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고 나머지 99%의 업무적 능력을 그 1%에 맞출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냉정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1%의 인원이 99%의 인원의 업무 능력에 해를 끼친다면 기꺼이 그 1%를 제거하고 갈 의향이 충분히 있습니다.

 

물론... 제거를 하기 이전에 응당 그들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기회는 마련해줄 것이고, 결과적으로 1%가 자신의 반성을 뉘우친다면 기꺼이 데리고 갈 의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성하지 못하고 여전히 엇나간다면 저는 나머지 99%의 꿈을 헛되게 만들지 않게하기 위해서라도 기꺼이 그들을 내칠 용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총 리더는 그 1%의 사람들이 반성을 하지 않음에도 그들까지 모두 데려가 굳이 100%의 숫자를 채우겠다고 주장합니다. 회장님께서 그리 말씀하셨다는 이유만으로요...

 

 

물론... 회장님께서 회사는 혼자 이끌어가는 곳이 아니라고 말씀은 하셨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바꾸려고 시도를 해도 엇나간다면 어쩔 수 없지만 놓고 가야한다고 말씀하셨지요.

 

제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일까요? 지금의 리더는 아무리 봐도 일관성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마지막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많은 부분에서 실망을 갖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일이 진행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제 생각이 정녕 잘못된 생각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상황입니다.

 

제가 잘못됐다면 바꾸고 개선할 부분이지만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누구든지 이렇게 꼬일대로 꼬인 상황을 속 시원히 해명하고 밝힐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어린 사람이건 아니건 있기만 하다면 참 좋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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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 군수무역자 루즈베라트 입니다.

해치지 않아요. 대신 아프게 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