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워를 객관적으로 본다면 개발자의 기획의도와 게임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이 잘 버무려졌다는 느낌입니다.

"우리는 장르 융합이다!"를 외쳐 결국엔 흐름 자체가 중구남방식이 되어 게임의 목적 자체가 희미해지거나 무의미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길드워는 게이머가 원하는 타입의 캐릭터를 성장시켜 타 게이머와 서로 파티를 이루고 ladder 시스템 등극을 놓고 캐릭터 상성과 전략적인 두뇌 싸움을 요구하는 게임으로 보여집니다. 간단한 핵심이지만 개발팀은 한 우물만 잘 팠다고 봅니다.

물론, 게임이 아무리 잘 만들어지고 멋들어진 밸런스를 자랑한다고 해도 개개인의 취향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재미없고 싱거운 게임도 없을 것 입니다.

국내에서 길드워가 초반보다 이름이 거론되는 횟수나 파괴력이 감소한 것은 개인적으로 봤을 때, 엔씨소프트의 마케팅에 있어서의 전략이 완전 미스매칭 됐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개인적으로 보는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엔씨소프트가 길드워의 진정한 목적과 세부적인 사항을 국내 전파하는데 소홀했다는 점입니다.

심심치 않게 외신을 검색해 본 분이라면 길드워 관련 exclusive scoop이나 first look이 closed beta 단계부터 노출됐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battle.net 아키텍쳐의 표본을 완성했던 이들이 제작하는 게임이라는 점에 귀가 솔깃해서 눈에 보이는 자료들은 거의 다 검색을 해봤습니다.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starcraft와 diablo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게임 자체적인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발진들의 인터뷰를 보면 참으로 상세하게 길드워란 게임에 대해 설명을 했더군요. 원래 해외 개발사들 자체가 exclusive scoop이나 first look이라 해도 표면적인 내용과 screenshot 몇장을 공개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대부분인데 arenanet 양반들은 자신들의 생각하고 있는 길드워의 개념과 직접 3d로 만들어진 게임내 월드를 screenshot으로 친절하게 공개하고 설명 해줬습니다.

한 예를 들어보죠. 해외쪽 길드워 유저들을 보면 애초부터 확보한 정보를 기반으로 rpg mode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modified 하는데 열중하더군요. 이것저것 조합을 해보면서 pvp mode에서 자신이 궁극적으로 활용한 캐릭터를 만드는데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rpg mode에서 제공하는 quest를 완파하는 과정도 거쳤지만 이들은 이것 조차도 어디까지나 pvp mode에서 활용할 캐릭터를 조율하는데 쓰는 일종의 test로 생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 사람들이 게임 시작초부터 이러한 생각을 갖고 게임에 임하게 된 건 arenanet이 홍보 초반부터 길드워의 정의와 목적을 게이머들에게 전파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헌데 국내는 어땠을까요? 제가 본 길드워와 관련된 문구는 starcraft를 잡기 위해 태어난 rpg 뿐이었습니다. 게임의 향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rpg mode의 정의와 존재 여부나 pvp mode와의 연계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말 한마디로 찾아볼 수 없더군요. 언론을 통해 공개된 자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instant 식의 게임 진행이 가능하고 타 게이머와 함께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의 skill을 활용해 적을 무찌른다는 평이한 내용의 자료가 전부였습니다. 그렇다면 게임 정보를 다이렉트로 확인할 수 있는 길드워 홈페이지를 볼까요? 정보라고는 캐릭터에 대한 부연 설명과 게임내 삽입되어 있는 skill에 대한 정보 뿐입니다. 결제와 관련된 섹션이 웹사이트를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을 보면서 정말 엔씨소프트의 전략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길드워를 진득하게 해보신 분이라면 이러한 자료만으로는 게임의 목적 의식을 파악하는데 상당하 어려움이 있음을 아실거라 믿습니다. 국내 언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게임에 대한 속칭 guide를 작성하는 필자들 마저도 길드워의 진정한 목적이 뭔지를 헷갈려하고 있다는 인상이 깊었습니다. 제시한 정보는 길드워에서 게이머가 생성한 캐릭터를 이용해 어떻게 주어진 quest를 완파하는가에 대한 방법만 제시되어 있는게 대부분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초 rpg mode에서 lev. 20이 한계인 상황에 직면하자 많은 게이머들의 입에서 도대체 이 게임에서 할게 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일부 유저들은 rpg mode는 길드워의 핵심 목적에 비춰볼 때, 어디까지나 tutorial 에 불과하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만, 이에 대한 이해 자체가 전무한 이들의 숫자에 비견될바가 아니었죠. 애초부터 평이한 MMORPG에 익숙해진 국내 온라인게임 유저들은 길드워 마저도 "여타 MMORPG와 같은 카테고리의 게임"이라는 개념을 전제로 게임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arenanet이 엔씨소프트의 子회사라는 점입니다. 아예 독립 게임 개발사와 배급 측면의 계약만 맺었다면 모를까 수족처럼 서로를 부릴 수 있는 관계에 있는 개발사와 배급사의 홍보 전략이 하늘과 땅차이의 격차를 보였다는 부분에서 앞으로 엔씨소프트란 회사가 국제화되는데는 아직도 장벽이 두텁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게임이라는 컨텐츠, 특히 북미와 유럽에서 활동중인 개발사 소속 인원들이 생각하고 있는 게임의 기본 개념과 제작 과정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엔씨소프트가 북미와 유럽의 실력있는 게임 제작사를 통해 뛰어난 게임을 생산한다고 해도 국내에서 먹혀들리가 자명합니다.

엔씨소프트가 길드워의 목적을 제대로 파악하고, arenanet이 생각하는 길드워에 대한 인식을 이해하고 국내 시장 마케팅을 기획했다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올수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PS. 얼마전에 터졌던 개인 계정 유출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입니다. 언리얼 엔진 자체가 넷로그를 남긴다는 사실을 과연 몰랐던 것일까요? 관리 소홀일까요?) 을 보면서 앞으로 한국은 엔씨소프트가 해외에 진출하기 위한, 리니지1와 리니지2를 이용한 자금의 basecamp 밖에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 계정 유출이라면 해당사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만한 대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엔씨소프트는 나몰라라 하고 있더군요. 제가 놀란 점은 엔씨소프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그룹보다도 게임 운영하다 보면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자위하는 그룹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