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3/8 : 소니 경영진 전면 교체 배경
  
경영 악화로 소니가 최고 경영진에까지 메스를 가하기로 한 것은
더 이상의 실적 부진을 막으면서 획기적인 경영 혁신을 일궈보겠다는 고육책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인사에서는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이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인 사건이다.
여기에 최근 몇년 동안 소니의 최대 히트상품이었던 플레이스테이션(PS)을 만든
구다라키 켄(54) 부사장에게도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일본기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면 개혁임에 틀림없다.

◇최고위층 전면 물갈이=소니는 7일 오전 지난 2003년 이데이 회장 스스로가 제안한
‘위원회 등 설치회사제도’가 정한 지명위원회, 임시임원회를 잇따라 열고
이데이 회장 대신 하워드 스트링거(67) 부회장을 CEO로, 안도 구니다케 사장 후임으로
추바치 료지 부사장(57)을 각각 지명했다. 또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이하라 가츠미 부사장(54)을 확정했다.  

이번 인사에서 퇴임하는 인사는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 안도 구니다케 사장, 구다라키 켄 부사장 등 총 7명이다.
이데이 회장과 안도 사장은 각각 최고 고문과 고문을 맡게돼 사실상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며
구다라키 부사장은 4월 1일부로 부사장 및 최고집행책임자(COO) 자리에서 물러나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C)의 사장 겸 CEO로 남는다.
그는 또 이데이 회장과 함께 세상에 선보인 첨단 반도체 ‘셀’ 최고 책임자 자리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배경=이번 최고 경영진 교체는 문책성이 강하다.
그동안 소니는
▲세계 TV시장의 주류로 부상한 평면TV로의 뒤늦은 전환 ▲DVD 시장에서의 부진
▲아성이던 워크맨에서 애플의 MP3에 밀려 선두 자리를 내주는 등 불안한 경영 상태를 보였다.
특히 2년 연속으로 순이익이 급감했고 지난 해에는 순현금수지(프리캐시플로우)가
전년의 1473억 흑자에서 제로(0) 수준으로 격감했다.
따라서 이데이 회장이 지난 2003년 조직 대수술을 하면서 내걸었던
‘2007년 영업이익 10%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하나는 사외이사진들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사회 총 16명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사외이사 8명이 경영진 교체를 강력히 요구했다.
주주이익을 중시하는 미국 기업들보다는 다소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외부의 힘’으로 경영 개혁의 길에 나섰다는 점에서 다른 일 기업들의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회장 스트링거와 사장 추바치는=소니의 새로운 수장을 맡게 될 스트링거 부회장은
97년 소니아메리카 회장으로 기용됐다.
원래는 미국의 3대 방송 네트워크의 하나인 CBS에서만 30여년 동안 근무해온 정통 언론인 출신이다.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에서 수학한 그는 CBS에 입사해
기자와 프로듀서로 명성을 날렸다.
CBS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CBS리포트’의 프로듀서로 수많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에미상을 31번이나
수상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현재 영화,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부문의 총 책임자이면서
지난해 미 영화사인 MGM(메트로 골드윈 메이어) 인수를 진두 지휘하기도 했다.

추바치 신임 사장은 77년 입사해 99년 집행이사, 2002년 상무, 2003년 수석 상무를 역임하고
2004년부터 현재까지 부사장을 맡아왔다.
전자부품, 제조부문 총 책임자로 그동안 반도체를 포함한 핵심 부품사업을 강화해
음향·영상(AV) 제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공을 높이 평가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