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2용 '마그나카르타' 일본서 대박기대감 솔솔

[한국경제 2004-10-05 14:14]  

"어젯밤에도 눈을 거의 못붙였더니..."
초췌한 얼굴로 서울 서초동 찻집에 들어선 소프트맥스의 최연규 컨텐츠개발실 장(31)이 계면쩍은 듯이 말을 건네왔다.

그의 얼굴은 피곤에 찌들어보였다.

내달께 일본 시장에 내놓을 플레이스테이션2(PS2)용 게임타이틀 "마그나카르타 :진홍의 성흔"의 마무리작업으로 한창 바쁜 탓이다.

PS2타이틀로는 사실상 국내 첫 작품인 마그나카르타는 일본에서 벌써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일본 현지 게임전문가들이 드래곤퀘스트Ⅷ 메탈기어솔리드3 등 세계적 콘솔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기대작으로 꼽고 있을 정도다.

3년에 걸쳐 마그나카르타 개발을 진두지휘해 온 최실장은 "게임성이나 완성 도면에서 마그나카르타는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자평했다.

그만큼 거는 기대도 크다.

그는 "일본 파트너들은 최소 15만장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했다 .

일본에서 히트작들이 대개 1백만장 가량 팔리는 추세임을 감안,70만~80만장까지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마그나카르타가 나오기까지 숱한 우여곡절도 겪었다.

시쳇말로 무려 3차례나 갈아엎었다.

최 실장은 "콘솔게임을 만들어본 경험이나 노하우가 전무한 상태에서 개발에 착수한 탓에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혈액형이 A형인 최 실장은 무척 꼼꼼한 편이다.

"그냥 모른채 해도 좋을 소소한 일에 집착하기도 한다"며 "가끔은 대범하게 큰 그림만을 그려야지라고 다짐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그런 성격은 후배들에게 피와 살이 돼 돌아갔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 개발팀에 그의 밑에서 실력을 기른 개발자들이 수두룩 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그래서 소프트맥스는 게임개발자 사관학교로 통한다.
최 실장은 개발자들 사이에서 "인간문화재"로 불린다.

국내 게임산업의 패러다임이 온라인게임으로 바뀌었는데도 PC나 콘솔 등 패키지 게임에만 집착하는 탓이다.

그의 변(辯)은 명쾌하다.

"너도나도 돈되는 온라인게임 개발에만 뛰어들면 국내 게임산업은 기형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

누군가는 콘솔과 PC 패키지게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

PC통신 동호회에서 게임광들을 만나 게임개발에 발을 들여놓은 최 실장은 아직 대학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광운대 전자재료공학과 3학년 때 병역특례로 소프트맥스에 입사한 뒤 학업과는 연을 끊었다.
게임에 미쳐 지낸 탓에 대학 학점은 선동열 방어율 수준이었다고 한다.

게임계에 발을 들여놓은지 10여년만에 그의 손을 거쳐 빛은 본 게임은 모두 11개.

그중 창세기전은 국내에서 80만장이 판매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