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발매가 다가오면서
기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 ( 심지어는 스탭들조차 ) 이 저한테 ‘ 진홍의 성흔 ' 이 무슨 의미인지에 관해서 물어보곤 합니다 . 하지만 , 단지 한마디로 대답하기엔 너무 많은 뜻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저 ‘ 게임을 해보시면 압니다 ' 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 그런데 , 사실은 게임을 클리어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모를 것입니다 . 왜냐하면 , 한국판에만 붙은 부제인 ‘ 진홍의 성흔 ' 은 단순한 게임의 부제를 뜻하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
진홍의 성흔에서 진홍 ( 眞紅 ) ' 은 게임에서 매우 중요한 패밀리어인 ‘ 피닉스 ( 不死鳥 ) ' 의 색깔을 뜻하고 , 성흔 ( 聖痕 :Stigmata) 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힐 때 못으로 인해 손과 발에 난 상처 , 가시관 에 의해 이마에 생긴 상처 , 창에 찔린 옆구리의 상처등을 뜻합니다
여기서공통적으로 해당하는 의미는 바로 ‘ 부활 ( 復活 ) ' 의 의미인데 피닉스는 마지막에 자신의 몸을 불태운후 그 잿더미속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하며 , 예수는 갖은 고문끝에 십자가에 매달린이후 삼일만에 부활하여 결국에는 왕중의 왕으로 불리우게 되었습니다 .
ps2로 새롭게 태어난 '마그나 카르타'에진홍의 성흔 ' 이라는 부제를 붙여준 것은 ‘ 마그나카르타 ' 라는 타이틀이 물론 우리팀에게 있어 새로운 부활의 의미가 되어주기를 바랬기 때문입니다 . 아시다시피 , 이전의 PC 판 ‘ 마그나카르타 ' 의 경우 유저분들에게 있어서나 개발팀에 있어서나 정말 깊은 상처로 남을 수 밖에 없는 타이틀이었습니다 . 중간에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다지만 , 결과적으로 ‘ 마그나카르타 ' 라는 이름은 버그와 리콜의 대명사로 불리워 지게 되었고 , 개발팀은 내부적으로도 붕괴일보직전까지 가지 않을 수 없었으며, 저 개인적으로도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
하지만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어려움을 겪은 뒤에 개발팀은 좀 더 강해질수 밖에 없었습니다 . 보통 ,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는 많은 스탭들이 이탈하는 경우가 많은데 ‘ 마그나카르타 ' 의 경우 결과가 최악인 케이스였는데도 불구하고 이탈하는 멤버가 거의 없었습니다.
어쩌면 ,PC 판의 상처가 모두의 가슴속에 성흔 처럼 아로새겨졌으며 반드시 다시 일어나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승화되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체개발엔진의 한계를 절감한 우리들은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외부솔루션도입과 GDC 참가 등을 통해 실력을 배양하기 시작하였으며 , 일본 퍼블리셔로 선택한 반프레스토를 통해 목표로 삼은 일본 시장에 최적화된 게임을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였습니다 .
제가 좋아하는 일본 만화 '좋은사람'에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 그는 어떤 일이던 절대 실패하지 않아요 . 왜냐하면 , 무슨일에 있어서든 모든 것을 잃더라도 결국엔 사람을 남기거든요 . '
개인적으로 상당히 감명깊게 읽은 글인데요 , 항상 다른사람들을 도와주다 손해보는 것 처럼 보이는 주인공이 어쩌면 가장 많이 남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마찬가지로 프로젝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도 역시 ‘ 사람 ' 일 것입니다 . 그 프로젝트가 외형적으로 실패했고 , 금전적으로도 망했다고 하더라도 ‘ 사람 ' 을 남길 수 있다면 그 프로젝트는 결코 실패한 프로젝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 겉으로 보기에 아무리 성공한 프로젝트라도 프로젝트가 끝난후에 스탭간에 불화가 생기거나 팀이 해체된다면 그 프로젝트는 결코 성공한 프로젝트라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
그런점에서저는 이미 발매된 PC 판이건 지금 만들고 있는 PS2 판이건 ‘ 마그나카르타 ' 는 이미 성공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처음에는 그저 못미더운 ‘ 소년 ( 少年 ) ' 들에 불과했던 스탭들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정말 믿음직한 ‘ 남자 ( 男子 ) ' 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
PC 판에서 기술의 한계를 절감했던 프로그램팀은 PS2 와 3D 라는 두가지 어려운 난제를 맞아 훌륭하게 극복해 나갔으며 , 2D 와는 달리 영화 같은 연출이 필요한 3D 이벤트에 애먹었던 이벤트 연출팀은 모션캡춰나 립씽크등의 기술적인 한계돌파는 물론 한단계 발전된 연출을 보여주었으며 , 이번 프로젝트에 새로 구성된 효과팀 ( 필살기 / 마법 ) 은 당초의 개인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거 창세기전 2 에 필적할 정도로 박력있는 최종필살기를 만들어 내었으며 , 김형태 의 일러스트를 훌륭하게 3D 모델링으로 표현해낸 캐릭터팀이나 일본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추어 대본을 고치고 고쳤던 스토리팀 , 해외의 공신력있는 게임평가업체로부터 매우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아낸 배경팀까지 정말 모두들 믿음직할 따름입니다 .
물론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 우리들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다고는 하지만 높아진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추기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 특히 ,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뿐 아니라 게임의 메이져시장이라 할 수 있는 일본시장에도 진출해야 하는 만큼 더더욱 넘어야할 허들이 높을 수 밖에 없고 , 어쩌면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 더군다나 , 버그가 허용되지 않는 콘솔특성상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어려운 후반기 작업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
그렇지만박찬욱감독이 CF 에서 포기하지 않는 이상 실패는 없다고 그랬듯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고 실력을 키워간다면 언젠가는 불사조처럼 부활의 날개처럼 비상할 날이 오지 않을까요 ?
솔직히지금은 ‘ 마그나카르타 ' 라는 이름이 버그와 리콜 , 실패한 게임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 그렇기 때문에 , 많은 사람들이 왜 굳이 실패한 타이틀인 ‘ 마그나카르타 ' 라는 제목을 쓰느냐고 물어오곤 합니다 . 하지만 , 저희 스탭들은 언젠가는 ‘ 마그나카르타 ' 라는 이름이 대한민국의 RPG 를 대표하는 타이틀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

아픈 상처를 채찍삼아 반드시 다시 얼어나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불사조의 의지..
그것이 바론 이 게시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