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동차로 1시간여 거리에 있는 한적한 계획도시 어바인. 이곳엔 전세계 게이머들의 꿈의 개발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위치해있다.

어바인 농장으로 시작해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계획도시로 탄생한 어바인시의 정갈한 도시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게임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담은 블리자드의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세계적인 게임개발사라는 명성과 달리 막상 블리자드의 건물은 초라할 정도로 '단촐'했다. 다만 입구 옆에 프랑스 개선문을 연상시키는 야외 구조물에서 세계속에 승리의 '팡파르'를 힘차게 울리는 블리자드의 위용을 떠올릴 수 있었다.

건물 밖 어느 곳에서도 최고 브랜드파워를 자랑하는 '블리자드'라는 글귀를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블리자드 팬 모임인 NAL(Not Any Longer) 멤버들이 '더 이상은 못 기다리겠다'며 직접 건물 주변에 '잠복근무'를 하며 개발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하는 등 열혈 팬들의 넘치는 인기에 그나마 있던 블리자드 간판도 떼 냈단다.

베이지색의 정갈한 건물 외관에서 느껴지는 단아함만큼이나 건물 내부도 차분했다. 하지만 창의력이 생명인 게임 개발사답게 직원들의 자유로운 복장이며 말투에서 역동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진열대에는 한국팬들이 직접 만든 블리자드 관련 게임 소품들이 전시돼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손수 만든 한국 대검에서부터 잡지, 엽서까지 다양하다. 또 1층에는 블리자드 게임을 직접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층부터는 본격적인 개발자들을 위한 개발실이 펼쳐진다. 넓은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미국답게 개발실은 넉넉했다. 개발자들에게는 4~5평 크기의 개별 개발실이 주어진다. 남 캘리포니아의 따스한 햇살 속에 푸르게 펼쳐진 친환경적인 근무환경이 블리자드가 자랑하는 철저한 장인정신의 첫 출발이 아닐까싶을 정도로 개발환경이 근사하다.

현재 블리자드는 세 팀으로 구성돼 각기 활발히 개발활동을 펼치고 있다. 팀1은 워크래프트3를 담당하고 있으며 팀2는 블리자드의 야심찬 첫 온라인게임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를 관장하고 있다. 팀3는 지원팀으로 배틀넷 서비스를 담당하고 스타크래프트의 콘솔버전, '스타크래프트: 고스트'(이하 고스트) 업무를 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간 오래 지연됐던 새 게임 고스트의 출시가 예정돼있고 현재 한국, 미국에서 동시에 비공개테스트중인 WOW도 본격 상용화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라 세계 게이머들의 기대가 남다르다.

이런 높은 기대는 블리자드에게도 예외일수가 없다. WOW는 역대 블리자드 게임 중 가장 많은 개발비를 쏟아 부으며 지난 5년간 심혈을 기울인 첫 온라인게임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계 스타크래프트 판매량의 40%에 달하는 혁혁한 공을 자랑하는 한국시장은 블리자드에게 빼놓을 수 없는 제 1의 승부처다. 이 때문에 블리자드는 미국과 동시에 한국에서도 비공개테스트를 시작했고 한국시장을 향후 아시아시장으로 뻗어가기 위한 교두보로 삼고 있다

블리자드는 모든 내부 사람들이 만족하기전까지는 출시하지 않는다는 원칙아래 고루할 정도로 철저하게 개발에 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때문에 출시일이 예정보다 많이 늦어져 팬들의 애를 태우기도 한다. 하지만 게임 본연의 재미로 승부를 띄우는 본연의 장인정신이 오늘의 블리자드를 만든 힘의 근간이 아닐까 싶다.


출처=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