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 저래 안면이 있는 분이 페이스북에 간단한 퀴즈를 올려 놓으셨습니다.

"김과 이가 게임 중이다. 한판을 이길 확율은 둘다 1/2이고, 6판을 먼저 이기면 최종 승자가 되어 상금을 독식한다. 그런데 현재 스코어 김이 5대 3으로 이기고 있는 가운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경기를 종료해야 한다. 상금을 두 선수에게 나누어 주고 경기를 종료해야 하는데, 가장 공정하게 상금을 나누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확률을 계산하여 댓글을 올리는 와중 저는 이런 답을 내놓았습니다.

"이한테 전부 다 줘야 할 것 같은데요. '공정함'을 최고 가치로 둔다면 피치 못할 사정이고 뭐고 간에 경기를 비정상적으로 종료시킨 원인이 김에게 있다면 자동적으로 김은 게임의 승리를 포기한 것이 됩니다."

위의 문장을 보면 주최 측이 아니라 '김'이 경기를 종료했다는 주어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랬더니 경기 종료가 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최 측 사정이라고 정정하시더군요. 저는 잠시 생각 후에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습니다.

" 제 생각에 답은 경기 중단 후 상금을 나누지 않고 재경기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야구(KBO)나 축구(KFA)같은 경우 규정에 의하면 이전 게임의 스코어를 인정하지 않고 0:0에서 다시 경기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규정이 정해지지 않은 게임의 경우 관습적으로 중단된 경기의 스코어 및 제한 시간, 회수 등을 그대로 가져와서 재경기를 합니다.
재경기 없이 중단된 상태에서 상금을 나누는 행위 자체가 절대로 '공정'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랬더니 재경기를 안하고 상금을 나누는 것이 목적이라고 조건을 추가하시데요. 또 잠시 생각 후에 의견을 달았습니다.

"승패가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약속된 상금을 반씩 지급해야 한다... 라고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보통 게임이 중단된 경우 상금을 지급해야할 '승리' 또는 '우승'이라는 요건이 성립하지 않았으므로 주최측은 게임에 참가한 누구에게도 상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재경기가 없을 경우 답은 주최 측이 김과 이 두사람에게 모두 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입니다. 하도 오래 전 뉴스라 기억이 흐릿한데 텍사스홀덤 대회 중에 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비슷한 예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댓글은 단 다른 분들은 이런 저런 확률적 방법론으로 여러가지 방법들을 제시하셨고, 페이스북에 처음 퀴즈를 올리셨던 분은 제 의견들을 아예 무시하시기 시작했습니다.

뭐 어차피 놀자고 한 일에 죽자고 달려들어 봤자 나만 손해다.... 라는 생각에 그냥 입을 다물었습니다만,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니 제 의견에 틀린 점을 별로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지인하고 전화 통화를 하며 이 이야기를 했더니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제 생각들이 시비를 거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비췄을 수도 있다며 자중하라고 하더군요.

간단한 퀴즈로부터 비롯된 논쟁이 지금까지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아오며 세워진 제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위기가 생겼음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아, 이래서 가끔 사람들이 날 싫어할 때가 있었나.

여러분들 의견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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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으로 태어나 게임 폐인으로 지는 중. 나의 게임 인생도 이제는 황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