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이 시골인지라 동물들을 많이 키웁니다.
개도 몇 마리 키우는데, 그중에 1호기라고 부르는 숫놈이 하나 있어요.
이 놈이 덩치는 송아지 만한게 머리가 어찌나 좋은지,
동생이 1년이나 밖에서 살다 들어왔는데도
꼬리 살랑살랑 흔들면서 애교를 떱니다.
그런데 가족이 아닌 사람이 대문안에 발을 들이면 악마가 따로 없어요.

여하튼 이 녀석이 애교를 떠는 방식이 사람한테 덤벼들어서
손을 콱콱 무는 식으로 애교를 떠는데,
아프진 않지만 물고있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로 뭅니다.
그런데 어느날인가 이놈이 제 손 물면서 장난을 치다가 힘을 잘못 줬는지
손에 이빨자국이 남도록 물었어요.
제가 아야 하고 얼굴만 살짝 찡그렸는데,
다음날부터 손을 물때 문다는 느낌도 안나게, 이빨만 갖다대는 식으로 물더라구요.
지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개 말고도 소와 닭도 키웁니다.
보통 머리가 나쁜 사람들 보고 닭대가리라고 하잖아요?
기억력이 몇초 안간다고도 하구요.
그렇지도 않은게, 저희집 닭들은 모이를 주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 다리에 지들 몸을 마구 문댑니다.
물론 낯선 사람을 보면 구석으로 도망치구요.
가끔 달걀 빼러 모이도 없이 닭장안에 들어가도 다들 반겨주는게,
아무래도 닭들은 주인이 누군지 기억을 하는 모양입니다.
주인이 아니라 모이셔틀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기억을 해요.

소들도 생각을 하고 삽니다.
소들중에 종종 송아지에게 젖을 안먹이는 소들이 있어요.
먹이고는 싶은데 송아지가 젖을 물면 아프니까 반사적으로 송아지를 걷어차지요.
이런 소들은 송아지가 맘놓고 젖을 빨도록 젖먹을 시간에 사람이 어미소를 묶어놓습니다.
그런데 어떤 소는 이렇게 행동해요.
젖먹을 시간이 되면 송아지를 툭툭 쳐서 깨웁니다.
그리고 지 머리를 항상 묶어놓는 곳에 끼워서 자기 자신을 속박해요.
송아지가 젖을 다 먹고나면, 그제서야 머리를 빼냅니다.
소를 7년째 키우고 있는데 이런 신박한 소는 처음 본다니까요.

이런걸 보면, 동물들도 다들 자기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산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오로지 개만 소중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멍청하고,
동물은 생각을 못하니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멍청한거죠.
물론 우린 사람이고 고기를 먹어야하니 할 수 없이 동물을 죽여서 그 고기를 취하지만,
항상 동물들도 생각을 하는 개체라는걸 염두에 둬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왜 이런소릴 하느냐! 뻘글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