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서문다미 님의 순정만화
'이 소년이 사는 법' 21화 후반부



난.. 엄마 얼굴을 모른다.
아빠 얼굴도 모른다.
어느 날 눈을 뜨니 이 곳에 있었다.
난 [재우]다. 다들 그렇게 부르고 나도 그게 나인줄 아니까. 난 [앵벌이]다. 앵벌이는 구걸하는 사람이고 나도 구걸을 하니까. 난 [재우]라는 [앵벌이]다.
돈 버는 건 쉽다. 손만 벌리면 되니까. 그러면 어른들은 내게 돈을 줬다.
두목은 돈을 좋아한다. 많이 주면 때리지도 않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난 그 온기가 너무 좋았다.


단속반이다.
누나가 잡혀간다. 형들이 잡혀간다.
무섭다.
난 도망쳤다.
형은 잡히면 죽는다고 했다. 단속반에 잡혀 돌아온 아이는 없었다.
싫어! 따라오지마!
나는 다리에서 굴러떠러져 눈밭에 푹 하고 파묻혔다.
"저쪽이다! 저쪽으로 갔어!"
"중요한 증인이다! 어서 찾아!"
"젠장! 어딜 갔지?"
들려오는 목소리들. 나는 가뿐 숨을 몰아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얘들아...!두목..! 모두 어디 있어...!"
나는 눈밭에 파묻혀 울기 시작했다.
눈은 참 포근해...
이건 말로만 듣던 엄마 품인지도 몰라...
그때였다.
누군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쑥 하고 내 몸이 들려 올려졌다.
"뭐야? 안 죽었잖아. 살았으면 죽은 척을 하라구. 헷갈리게 하지마!"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거꾸로 들린 채로 내 앞에 있는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가 나를 놔 주고 다시 뒤돌아 걸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바쁜게 별게 다 신경쓰이게 하네. 어이~ 일어났음 니 집으로 돌아가. 왜 쫄래쫄래 따라오는 거야?"
나는 대답했다.
"...집 없어."
"뭐? 가만... 그러고보니 윗동네 앵벌이 조직 하나 잡았다더니 거기 있던 애구나. 잘됐네~ 그런 질 나쁜데 있어봐야 몸버리고 돈버리고 일찌감치 고아원 들어가 새 사람 되려무나. 난 이쪽, 넌 저쪽, 아?"
할아버지는 뒤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나는 눈밭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 앞에 어둑어둑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왜 또 주저앉아? 신경쓰이잖아!"
내가 할아버지를 올려보자 그는 짜증나는 말투로 말했다.
"뭐해? 빨랑 일어나! 으이구, 팔자도 사납지. 이 나이에 무슨..."
나는 쫄래쫄래 할아버지를 딸아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나와 같이 가려는 모양인가 보다.
"그래,. 이름은 뭐냐?"
"재우..."
"재우? 성은 없어? 이런 븅신. 흔해빠진게 성씬데 하나 꿰어차지 않고 뭐했냐? 너 이제부터 '임'가 해라."
나는 왜냐고 물었다.
"왜긴 왜야! 내가 임가니까 그렇지. 불만 있냐 임재우?"




만화책의 장면을 토대로 필자가 재구성한 것을 알려드립니다.
대화는 거의 그대로이며
줄띄움이 많은 이유는 만화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마지막에 가서 할아버지의 대사만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재우의 말도 같이 실었습니다.

집의 창고를 뒤져보니
이 작품이 실려있는 잡지가 있더군요.
몇 권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21화군요.
후반부쯤입니다.
외전이지요.

이해를 도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이 글들은 오늘의문학 공식홈에 올라갔습니다.

한번 두고 보지요.

작가가 웬만하면

그냥 이 만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쪽으로 좋게 처신했으면 하는 바램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