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갤문학] 노란거탑 1-6화. by 역사가. 스갤문학



1화







히어로 센터.



온갖 박순희들이 환호하는 전투의 현장.

촉망받는 2인자 송병구가 히어로 센터에 입장한다.



오늘의 매치업은 송병구 vs 이제동.



송병구에게 있어서 이제동은 결승전이 아닌이상 죶고딩에 불과하다.

송병구는 관람석을 흴끗 본다.

현 2인자 콩은 아니꼬운 얼굴로 송병구를 쳐다보고 있고

송병구는 그를 보며 가볍게 웃으며 목례한다.

맵은 파이썬, 송병구는 8시, 이제동은 6시에 위치.

송병구는 9.5,11 게이트를 올리며 질럿을 생산한다.

관람객들은 철지난 하드코어를 선택한 송병구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고 콩에게 말한다.


"2게이트 하드코어는 철지난 빌드이지 않소 콩선생?"

"글쎄요.. 허허 송병구이니 지켜봐야죠..."

송병구의 2게이트 질럿은 살아있는듯이 움직인다.



"역시 송병구..."



2게이트 질럿에 당황한 이제동은 다수 성큰 건설을 택할수 밖에 없었고, 여기서 많은 미네랄 손해를 보게 되었다.

이후 송병구의 완벽한 운영으로 이제동은 철저히 수비로 일관할수밖에 없었고, 송병구의 운영에 밀린 이제동은 결국 지지를 선언한다.

"결승전만 아니면 이런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니 2인자의 앞날이 밝군요.



뛰어난 후임을 가지신것에 대해 축하드립니다 콩선생."

콩은 간지 미소를 짓는다.

"허허 다 송병구 선생이 노력한 덕분이지요.."

관람객들이 떠나간후, 콩은 송병구를 무섭게 노려본다.

콩은 송병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2인자에 걸맞는 실력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정신상태가 문제다.

어디서 뭘 하든 시건방진 태도가 문제가 되는것이다.


특히 지난번의 사업핑계는 주변에서도 말들이 많았다.

저런 인간성을 가진사람에게 2인자의 자리는 적합하지 않다.

"그 새끼는 인간이 안돼... 인간이..."


자신의 은퇴시기는 점점 다가오지만 후임자의 자격을 갖춘자는 송병구뿐이다.



콩은 벽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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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좌절하고 있는 콩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2인자의 지존 콩선생이 지금 뭐하나?"

콩이 고개를 들어서 보니 긴동준이다.

"오 형."

"송병구의 플레이 정말 쩔지 않아? 요즘 정말 우주 최강 2인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뭐 물론 잘하는 선수지."

콩은 잠시 미간을 좁히더니,

"하지만 인간성은?"

이라고 뜬금없이 묻는다.

긴동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이 색히가 지금 뭔 짓하나...

"뭐 송핑계다 뭐다 말은 많지만 뭐 그정도 인격이면 나쁜건 아니지 않나?"

"뭐 그렇긴 하다만 허허..."

"뭐 니 후계자에 대해서 나쁜 소리를 하냐?"

"아니 그냥 걱정되서..."

콩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자리를 떴다.

숙소로 돌아가는 자리에서 콩은 생각한다.

송병구를 더 이상 결승으로 보낼순 없다.

자신의 메이저 5회 준우승이 물론 깰수 없는 금자탑이긴 하지만

송병구는 짧은 기간 사이에 2회 준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송병구의 2회 연속 OSL 준우승을 막아야 한다.

이전부터 스멀스멀 이어져 오던 생각이 갑자기 확실시 되어 나타난다.

일단 조력자를 찾자.

콩은 급하게 휴대전화를 들어

누군가의 번호를 누른다.

"허허허 자네가 왜..?"

"드릴 말씀이 있으니 이 근처 커피숍으로 나오실수 있습니까?"

"아들 구몬숙제 시켜야 해서..."

"엄 선생님, 급히 드릴말씀이 있습니다. 고깃집에서 보시죠"

"알겠네. 그럼 근처에 도착할때 연락하겠네"

엄선생의 말은 짧고 간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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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엄선생이 입을 조용히 연다.

"그래.. 그래서 송병구를 4강에서 떨어뜨리자...."

"그렇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간의 조작이 필요한데...

그것은 불법적인 행동아닌가?"

"...."

"사람의 예의를 중시하는 자네가 그러는것도 이해가 가네만 참...."

"도와주십시오...."

엄선생의 턱살이 푸르르 떨린다.

"경기 조작이 힘들다는건 자네도 잘 알지 않는가....."

콩은 이정도는 충분히 예상했다.

"선생님 계좌번호 이것 맞죠? 5000만원 입금 해놓았습니다"

콩은 명세표를 내민다. 엄선생이 명세표를 확인하며 껄껄 웃는다.

"자네는 역시 남들보다 좀 빠르단 말이야 껄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엄선생은 턱살을 부르르 떤다.

"지금 우리가 할수있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네. 첫째, 상대를 조정하는 방법

둘째, 귀치터 등의 방식으로 게임 자체를 조작하는 방법이네"

콩은 프로게이머고 자존심이 있다.

귀치터는 아니다.

"첫번째 방법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4강 상대로는 어떤 선수가 좋을까?"

"글쎄요..."

둘은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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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강남역 주변의 흔한 횟집

그곳에 송병구와 김태형이 앉아있다.

".... 그래서... 널 좀 도와달라....?"

"앞으로 캐리어도 더 열심히 뽑겠습니다. 아비터는 한대도 안뽑겠습니다."

송병구가 까만콩 한 상자를 꺼내어서 김태형의 옆자리에 놓는다.

"자네 똑똑하구만..."

"감사합니다. 충분히 넣었습니다."

"일단 16강부터 통과해.. 16강을 통과해야 내 손길이 닿으니까...."

"감사합니다. 16강은 자신 있습니다."

"엄돈이 콩과 요즘 잦은 만남을 가지는거 같던데...?"

"....?"

"은퇴가 다가온다고 콩을 무시하지 말게. 콩은 똑똑한 사람이야..."

"명심하겠습니다."

"하지만 단 자네는 나라는 훌륭한 파트너를 획득했고,

자네는 이제 나만 믿고 움직이면 되는거야"

"감사합니다."

"자네 이번 준우승자와 콩의 경기가 주선되고 있다는 사실 아나? 콩의 은퇴경기가

될 경기 같은데"

"콩이 어떻게 나오든 제가 꼭 준우승을 성취해서 콩의 굴욕을 만들고 말겠습니다."

"자네 술한잔 받게. 자네는 자세가 마음에 든단 말이야?"

"감사합니다"

술잔이 오가는 가운데 밤은 깊어간다.







며칠후, 용산에서 콩과 송병구는 우연히 마주친다.

"아니. 요새 용산 올일이 없으신 콩선생님이 무슨일로...?"

콩의 안면근육이 움찔한다.

"허허 여기에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엄선생님 말입니까?"

"아니.. 자네가 그걸 어떻게...?"

송병구는 피식 쪼갠다.

"그건 비밀입니다."

"허허허.. 뭐 그렇다면 할수 없고... 자네 리그 준비는 잘 되어가나?"

"네. 콩선생님의 후임이 될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콩은 순간 송병구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움찔한다.

"자네가.... 내 후임이 된다고?"

"네 그렇습니다."

"자네 건방져 졌구만? 신인때는 안그랬던걸로 아는데"

"스갤도 안하십니까?

콩의 얼굴이 움찔한다. 콩은 스갤과의 안좋은 추억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자네에게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는데?"

"대세를 거부하시는 겁니까?"

송병구가 콩을 무섭게 노려본다. 콩 또한 송병구를 노려본다.

콩이 갑자기 피식 웃는다.

"내가 자네와 같이 젖비린내 나는 친구와 이러고 있었다니..

그러면 몇달뒤에 피시방에서 보세..."

콩은 송병구의 어깨를 툭 치고 빠져나간다.

송병구는 콩의 뒤를 무섭도록 노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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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온게임넷 회의실.

해설자들과 주요 pd들이 모여 리그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다.

위피디가 무겁게 입을 연다.

"날이갈수록 엠겜이 치고올라오는 기세가 무서워집니다."

"진행방식의 변화로 돌파구를 찾는건 어떤가?"

엄돈이 대답한다.

"진행방식을 바꾼다구요?"

"대진표를 조작하는거야."

"그건 발각될경우 위험성이 크지 않습니까? 코카배 맵부커도 수년이 지나고

나서야 밝혔는데.."

"그니까 조심스럽게 짜야지. 내가 짜온 시나리오는 마신의 부활일세."

그놈의 마신타령..

위피디는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그리고는 입을 연다.

"가뜩이나 우리 온게임넷이 온부커넷이라고 불리우는것은 대진표때문입니다.

또다시 그런 오명을 받고 싶습니까?조금 조작된 대진표도 팬들이 쉽게 알아차리는것이

요즘 세상인데.. 과연 그게 통할까요?"

엄돈이 입을연다.

"자네 팬들이 우리 온게임넷에 원하는것이 무엇인지 아나?

공정한 경기가 아닐세. 온게임넷을 키운것은 임진록, 찌질파이트지

공정한 경기가 아니란 말이야! 팬들은 조작이라는것 자체에도 흥미를 느낄걸세

밝혀지지만 않는다면 말일세."

위피디는 꿋꿋하다.

"하지만 팬들의 수준도 올랐습니다. 팬들은 이제 수준 높은 경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잘 짜여진 대진에서 좋은 경기가 나온다는 사실을 모르는건가!?"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진다.

위피디는 엄돈을 진정시킬 필요성을 느꼈다.

"진정하시고.. 이는 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할 문제 같습니다.

이거 비밀투표를 통해 결정 해야 하겠군요. 저도 그렇지만 엄선생님도

이번일에 소신이 있으신 모양이니까요.."

엄돈이 입을 열어 마지막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팬들이 원하는 완벽한 대진표 정도는 내가 생각해두고 있네.

걱정하지 말게나."

투표가 끝난 이후

김태형은 한장한장 종이를 넘기며 개표 결과를 발표한다.

"찬성 ... 반대... 찬성..."

개표 결과가 발표 되었다.

18:2로 엄선생의 압승이다.

김태형은 비록 엄돈 때문에 기회를 놓쳤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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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16강이 끝났다.

김택용, 송병구, 이제동, 박성준, 마재윤, 서지훈, 안기효, 염보성등이

8강에 진출하였으며

신구가 조화된 대진에 팬들은 환호했다.

16강은 조지명식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손을 댈수 없었던 온게임넷 운영진은

이제서야 대진표를 짜기 위해 회의를 가졌다.

20명의 온게임넷 운영진들이 모인 가운데

위피디가 입을 열었다.

"누가 봐도 손색없을 8강 진출자가 가려졌습니다. 정말 기쁜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모두가 박수를 치며 축하한다.

"오늘 우리가 모인 이유는 8강의 대진을 짜기 위해섭니다. 리그의 흥행을 위해

모두 적당한 의견을 내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이번 계획을 건의 하신 엄 선생님의 의견을

들어보시죠"

"내가 접때도 말했듯이 이번에는 마신..... 마에스트로의 부활이 모토일세.

마재윤과 8강에는 서지훈, 4강에는 송병구를 붙이는게 어떤가?"

김태형이 손을 들었다. 위피디가 김태형에게 발언권을 주었고 이에 다른 운영진들은

모두 한숨을 쉬었다. 김태형과 엄선생은 최고의 권력자들이기 때문에 도무지 자신들이

끼여들 입지가 서지 않기 때문이다. 김태형은 엄재경과 반대되는 의견을 꺼낸다.

"그렇게 된다면 분명히 팬들의 부커 의혹이 커질겁니다. 차라리 자연스러운 대진을

짜서 명경기를 유도하는게 좋을겁니다. 마재윤에게 두명의 프로토스를

넣는것은 오버플레이라고 봅니다. 조작한 대진이라는 소문이 돌수도 있구요."

엄선생의 비곗살이 꿈틀한다.

"우리가 조작한다는 증거가 우리 20명 말고는 있나?"

"....."

"여기중에 우리가 조작하는것을 말할 사람이 있는가? 자네는 지금 우리 모두를 의심하는건가?"

김태형은 아연실색이다.

"그건 아닙니다만.."

위피디가 입을 연다.

"김태형 선생님의 뜻은 혹시나 하는 일을 염려하는 것이지 세나간다는 말을 하시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엄선생님께서는 지나친 발언을 삼가셨으면 합니다."

엄선생은 스스로 지나치게 오버했음을 인지한다.

"으흠.. 내가 좀 흥분했네 보네. 미안하네."

위피디는 좌중을 향해서 말한다.

"이번 일 또한 회의로 결정될 문제가 아니고 투표를 통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인것 같습니다.

마재윤의 부활인지 아니면 명경기의 배출인지에 대해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자 그러면 투표 용지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엄선생은 땀을 닦으며 생각한다.

위피디는 지난번 맵부커 논란도 있고 하니 자신의 발언은 되도록 삼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이번 투표는 결국 자신과 김태형의 세력 다툼이 될수 밖에 없었다.

그래 김태형 네놈의 무능력이 좀 있으면 밝혀질 것이다. 요새 세력이 좀 늘었다고

까부는것 같은데 내가 너보다 우위에 있다는것을 확실하게 밝혀주마.

엄선생의 생각이 이어지는 사이에 개표가 시작된다.

"마재윤... 명경기... 명경기... 마재윤..."

엄선생과 김태형은 피가 마르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마침내 개표가 끝나고 위피디가 입을 연다.

" 이번 대진을 어떻게 잡을 건지에 대한 투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투표의 결과는...

7화



"이번 투표의 결과는... 11:9로.. 엄 선생님의 의견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마재윤 선수는 8강에서 서지훈, 4강에서 송병구 선수를 만나 결승에 진출할 겁니다.

'마신'의 부활이 이루어지는 것이죠"

김태형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진다.

이건 받은돈을 모두 돌려줘야 할 판이다.

김태형이 자리를 뜨고 엄선생에게 모두가 한마디씩을 던진다.

"축하합니다 엄선생님"

"떠오르는 김선생의 추격을 잘 따돌렸군요."

"허허 감사합니다. 아직 시작일 뿐인걸요."


김태형은 방에서 나오자마자 침을 뱉는다.



송병구는 김태형에게 전화를 한다.

김태형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다.

송병구는 고개를 숙이며 낙담한다.


그날밤, 강남의 어느 횟집에서 콩과 엄선생은 술잔을 주고 받고 있다.

"제가 줄 하나는 꽉 잡았군요. 허허허 엄선생님 술 한잔 받으시죠"

"허허 그럴까? 내가 생각한일이 잘 풀어져서 기분이 좋구만."

"이제 후임일은 잘 정해진듯 하군요, 안심하고 명예롭게 은퇴경기를 치를수 있을것 같습니다.

은퇴 경기는 이번 스타리그의 준우승자와 치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새 껄껄"

회가 나오기 시작하자 엄선생은 말을 멈췄다.


마침내 4강.

송병구의 몰락을 지켜보기 위해 홍진호는 용산을 방문했다.

어느 e 스포츠 관계자가 콩을 보고 입을 연다.

"홍진호 선생 아닙니까? 송병구 선수가 난적을 만났군요. 선임으로써 안타까우시겠습니다."

홍진호는 억지로 슬픈 표정을 짓는다.

"아쉽지만 고난이 있어야 성공이 빛이나는것 아니겠습니까?"

마재윤이 요새 주춤하긴 하지만 송병구와의 스코어 격차가 워낙에 크기 때문에

모두들 마재윤의 낙승을 예상하고 있는듯 했다.

마침내 경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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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콩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일방적인 경기가 될것이라는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2:2의 팽팽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콩은 자신도 모르게 담배를 빼물었다.

관계자가 콩의 담배를 뺏는다.

"실내에서의 흡연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콩은 더욱더 안절부절이다.

마침내 5경기가 시작된다.

5경기의 맵은 파이썬.

어이없게도 마재윤은 5드론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미친....

홍진호는 어이없는 전략을 시도하는 마재윤을 한심한듯이 바라본다.

송병구는 1게이트 테크트리를 올린다.

질럿이 나오기도 전에 6저글링이 입구를 돌파하여 들어오고

파일런을 때리기 시작하자마자 질럿이 튀어나온다.


김태형은 거품을 물며 흥분한다.

송병구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고 있는 것이다.

엄재경은 초조하다.

물론 콩과의 계약도 있지만 마재윤이 결승전에 진출은 리그 흥행의 보증이다.

제발...



송병구는 질럿을 차분히 움직인다.

저글링만 잡으면 내가 이긴다.

프로브가 몇마리 잡히더라도 상관없어.

프로브와 질럿의 일점사로 저글링 2마리가 일시에 죽어나간다.

하지만 프로브가 미네랄을 찍다가 3마리나 잡혀버렸다.

남은 프로브는 7기.

추가 저글링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저글링이 피가 빠진 프로브만을 찍어주자

순식간에 3기가 더 터져나갔다.

송병구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저글링은 아직 4기나 살아있고 질럿은 2기에 불과하다.

프로브는 4마리가 일도 못한채 뭉쳐 있을뿐이다.

거기다가 마재윤은 저글링 추가가 들어오지 않는걸 보아 드론을 뽑는 모양이었다.

홍진호는 주먹을 불끈쥐며 일어선다.

마침내 승리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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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아직 지지는 나오지 않았다.



카메라가 환호하는 마재윤의 얼굴을 잡기위해 전환한다.



하지만 마재윤의 얼굴 표정은 똥씹은 표정이다.



화면이 다시 게임으로 바뀌자



사람들은 일시에 탄성을 지른다.



프로브 2마리에 의해 마재윤의 드론이 한마리밖에 남지 않은 것이었다.



그 드론 한마리도 프로브 2마리에 쫓기고 있었다.



피가 두칸 밖에 남지 않았다.



한칸....



......



드론 전멸...



다시 화면이 송병구의 본진으로 전환된다.



마재윤의 저글링이 발작하듯 프로브를 향해 달려든다.



하지만 질럿 2마리가 프로브 옆에 붙어있다.



저글링 세마리는 별 힘도 못쓰고 잡혀버린다.



이제 송병구에게 남은것은 해처리 뿐이다.



"역시 송병구!! 프로브 2마리를 빼놨었군요!!!!"



김태형은 해설중인것도 잊은채 벌떡 일어나며 소리친다.



"송병구 2회 연속 결승진출인가요!!!!! 홍진호의 대기록에 한발짝 더 다가서는 건가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면에 글자가 세겨진다.



savior : WW



모두가 소리를 지르며 일어선다.



옆의 관람객들은 콩을 보며 말한다.



"역시 송병굽니다. 축하드립니다 콩선생."



콩은 간지 미소를 짓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콩의 목소리가 떨린다.



콩은 황급히 자리를 뜨다가 송병구와 눈이 마주친다.



송병구가 피식 쪼개준다. 콩은 굴욕감을 느낀다.



콩은 화장실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다.



간지 미소를 짓고 있지만 눈에선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주먹으로 벽을 몇차례 치자 주먹에선 피가 흘러내린다.



콩은 아예 벽을 잡고 통곡한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김태형이 달려가 송병구를 포옹한다.



"축하하네 자네. 드디어 준우승 3회의 위업을 달성했구만!"



송병구는 얼굴을 붉힌다.



"아직 준우승은 하지도 않았는데요 낄낄"



엄돈도 어느 사이에 다가와 똥씹은 표정으로 송병구에게 말을 건넨다.



"축하하네"



송병구의 얼굴에선 그래도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감사합니다"











며칠뒤.



'송병구 3회 준우승 달성'



'콩, 은퇴경기로 송병구와 대박 매치 치룬다!!'



포모스를 보고 있는 콩의 손이 덜덜 떨린다.



화면이 스갤로 넘어간다.



'콩 은퇴경기때 관광당하나여 ㅠㅠ'



'콩 까지마'



'기적을 믿는가? 콩을 믿는가?'



'콩 가는길엔 곱게 보내줘야지'



'송병구 콩 한판만 봐줘라 ㅠㅠ'



콩은 고함을 지르며 일어선다.



뭐든 박살내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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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콩은 심한 속쓰림을 느끼면서 잠에서 깨어난다.



전날에 소주 3병을 먹고 잤더니 속에서 알콜들이 춤을 추는 느낌이다.



콩은 화장실의 거울 앞에 섰다.



배는 나오고 얼굴살이 늘었다.



머리도헝클어져서 완전 폐인의 모습이 역력하다.



그는 문득 자신의 모습이 한심해진다.



그는 중얼거린다.



"포풍저그 였던 내가.. 왕년에 빠순이좀 몰고다녔던다는 내가...



지금 이런 폐인의 몰골을 하고 있다니..."



넌 끝났어. 이제 더 버티는것은 추해.



날카롭게 무언가가 속삭인다.



콩은 드디어 자신이 한물 갔음을 실감했다.



'나.. 웃고있지만.. 감춰진 눈물도 많아서~'



휴대폰이 울린다.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엄돈이다.



"엄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지난번 송병구의 일은 안타깝게 됬네...."



"아닙니다. 벌써 다 잊었습니다."



"... 그렇다면 다행일세...."



"그런데 무슨일로...?"



"자네와 송병구와의 경기 일정이 잡혔네."



"언제입니까?"



"다음주 일요일이야. 10일 남았지."



"그렇군요..."



"은퇴경기를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서 3경기의 맵은 자네가 지목하도록 했네."



이건 배려가 아니고 모욕이다. 3:0으로 끝나는건 면해준다는 뜻이다.



콩은 벌컥 화가난다.



"전 5경기의 맵을 지정하고 싶은데요."



"정말인가..?"



"정말입니다. 5경기 맵을 제가 지정하겠습니다."



"껄껄 자네 옛날 모습을 보는듯 하구만. 그정도는 조정가능하지.



5경기 맵은 뭘로...?"



"네오 포르테."



엄돈은 자신이 콩의 쓸데없이 승부욕을 불태웠음을 깨달았다.



"..... 승부는 그렇게 홧김으로 결하는게 아니야... 자네는 지금 만용을 부리고있어."



콩의 목소리는 확고하다.



"자신있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엄재경은 승부사의 모습을 알고있다. 지금 콩은 승부사다.



"알겠네. 그럼 다음에 보세."



전화가 끊어지고 콩은 생각한다.



그래 난 한물 간 놈이맞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끝날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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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일요일.



야외에서 마련된 특설 경기장에는



콩의 은퇴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있다.



콩은 대기실에서 뜨거운 녹차를 만지작 거리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송병구가 들어온다.



송병구는 콩에게 조용히 묻는다.



"연습은 많이 하셨습니까 선배님?"



"... 연습이야 하던 대로 했지... 자네는 어떤가.."



"콩 선생님을 상대하기에 부족함이 없이 연습했습니다."



"허허허 대답이 당차구만..."



둘 사이엔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송병구가 갑자기 입을 연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질문드릴것이 있습니다."



"뭔가?"



"왜 그토록 저를 미친듯이 방해하신겁니까. 제가 후계자가 되는것이 그리도 보기



싫었던 겁니까? 도대체 왜... 왜 저를 그토록 방해하신 겁니까.



그 이유를 들려주십시오."



"떠나는 이의 추한 모습이라고 생각할수도 있네... 아니 실제로 그렇지...



자네가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는 그것에는 그다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네... 다만.....



내 마지막 발악이랄까..."



"마지막 발악이라니요?"



"테란. 저그. 프로토스중에 본진을 밀리고도 역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족이 무언가?"



"당연히 저그지요."



"나는 저그이므로... 본진 한번 밀렸다고 지지를 치는 그런 보통저그의, 바보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네...



마지막 발악의 의미가 없을지라도.... 결국 그것은 나의 마지막을 수놓았고.....



그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것 아닌가?"



송병구는 생각에 잠겼다가 마침내 입을 연다.



"알겠습니다. 제가 경솔했던것을 인정합니다. 당신을 고이. 얌전하게 떠나보내야했습니다.



끝까지 당신을 짓밟으려 한점은 죄송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승부사입니다.



저는 승부를 걸어오는 당신에게 응수한것 뿐이었습니다.



당신의 말을 들었지만 여전히 저의 행동이 후회되지는 않는군요."



콩은 조용히 입을 연다.



"그렇다면 알겠군. 승부사는 입으로 나불대는것이 아닌. 실력으로 말하는 것이라는것을."



송병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걸어나간다.



콩은 가슴속에서 마지막 폭풍이 피어오르는것을 느낀다.



"폭풍이 너를 쓸어버리든... 그러지 못하고 자멸하든.. 그것이 바로 하늘에 뜻이겠지...."



콩은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일어선다.



걸어나간다.



마지막 경기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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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stork : 지지요



yellow : 지지.



4경기가 끝났다.



어이없게 콩의 5드론에 끝난 송병구는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이렇게 2:2라니.



콩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송병구는 스스로의 머리를 툭툭 때린다.



정신이 맑아진다.





콩은 갑작스런 호흡 곤란 증세를 느낀다.



너무 긴장했나보다.



콩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5경기를 생각한다.



네오 포르테.



마지막 경기를 이 맵에서 하다니...



그는 피식 웃는다.









해설자와 캐스터 모두들 긴장한다.



이제 마침내 콩의 마지막 경기가 시작된다.



5..4..3..2..1..0.....











5경기가 시작된다.



저주의 맵. 네오 포르테가 밝아진다.



홍진호는 5시, 송병구는 11시다.



둘다 정찰을 적시에 성공한다.



송병구는 대각선 방향인걸 확인하자마자



넥서스를 건설했고



콩도 송병구의 본진을 확인하며 스포닝풀을 올린다.



정찰온 송병구의 프로브가 실수로 인하여 잡힌다.



프로브가 잡히고 1초가 지나자마자 드론이 익스트렉터로 변태한다.



엄재경이 말한다.



"허허허 프로토스에게 걸리지 않고 2해처리 레어를 올리려는 모습을 보이네요.



용의주도한데요 콩 선수?"



김태형이 맞받아친다.



"요즘 2해처리는 프로토스전에 거의 쓰이지 않는데 과연 통할지가 의문이네요.



그것도 송병구에게."



콩은 2해처리 상태에서 럴커 저글링을 모은다.



송병구는 일반적인 체제를 갖춘다.



콩은 이를 확인하며 6시에 두번째 멀티를 시도한다.



비교적 이른 멀티이다.



해처리가 완성될 타이밍에 질럿 5마리가 도착한다.



3분의 1정도의 hp가 소모되자



럴커 4기와 저글링 8기정도가 달려온다.



송병구는 질럿을 철수시킨다.



하지만 아뿔사.



어느 순간 들어온 다크 한마리가 드론을 썰고 있었다.



드론 여덟마리 정도가 무참하게 썰리고 나서야 콩은 드론을 뺀다.



김태형이 신이나서 소리친다.



"질럿 5마리로 시선을 유도하고 다크로 이득을 보는 플레이!! 역시 송병구인데요!!"



엄재경은 풀이 죽어있다.



콩은 이윽고 7시 입구 미네랄 주변에도 럴커를 버로우 하며 해처리를 피고



하이브 테크를 올린다.



12시에 두번째 멀티를 마련한 송병구가



한방병력을 6시를 향해 출동시킨다.



오버로드로 그것을 확인한



콩은 순간 가슴에 뜨끔하는 충격을 받는다. 엄청난 통증이다.



정신을 차렸을때는 이미 한방병력이 6시에 당도해있었다.



성큰과 럴커가 있지만 수비하기에는 부족하다.



성큰이 하나하나 깨져나간다.



"왜 홍진호 수비 병력을 보내지 않나요?!"



엄재경이 안타깝게 소리친다.



홍진호는 본진에 모아놓은 병력을 보내려 하지만



도착하는 타이밍에는 이미 해처리가 박살나 있을듯 하였다.



멀티를 포기할수밖에 없었다.



6시를 파괴한 송병구는 7시를 향해 자리를 옮겼지만



7시에 도착할때에는 이미 다크스웜이 펼쳐져 들어가는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6시를 깬것만으로도 엄청난 수확이다.





피해를 본 콩은 게릴라를 시도한다.



본진에 럴커와 저글링, 디파일러를 드랍하여



로보틱스와 템플러 아카이브, 아둔, 게이트 여러개를 박살낸 콩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리버 때문에 7시 미네랄쪽에 형성된 방어라인이 깨지고 있었던 것이다.



7시 본진에 모여있는 히드라를 일시에 빼내면 분명 드라군의 집중 사격을 받을것이었다.



콩은 오버로드를 던져서 드라군을 유인해낸 후에



히드라를 이용해 리버 3기를 모두 잡아냈다.



콩의 유인술에 모두가 감탄한다.



하지만 이미 방어라인은 허물어져 있다.



질럿이 우 하고 들어와 남은 성큰과 럴커를 모조리 작살낸다.



7시가 파괴되었다.



발작하듯 콩의 본진에 모여있는 히드라 저글링이 12시를 향해 달린다.



12시는 손쉽게 파괴했다.



하지만 1시가 문제다.



저글링을 던져 확인해보니 송병구의 본진과 앞마당엔 이미 자원이 말라있었기 때문이었다.



1시에 오버로드를 보내자 7시에 있었던 한방병력들이 보인다.



콩의 본진 미네랄과 앞마당 미네랄이 좀 남아있긴하지만



1시 미네랄에 비해선 택도 없다.



거기다가 1시 입구쪽에 병력을 집중시킨 송병구는 1시 앞마당까지 먹고 있었다.



이건 누가 봐도 콩의 패배다.



"콩선수... 이렇게 끝나나요....."



엄재경이 소리친다.



어느순간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콩은 네오포르테라는 관을 지고 무덤에 들어간것이나 다름 없다.



관중들중 일부도 눈물을 흘린다.



콩이 기침을 하자 모니터에 피가 튄다.



콩은 생각한다.



이건 내 피가 아니다. 저그의 피다.



콩의 손가락의 g자를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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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콩의 머리속에 지나갔던 수백,수천,수억게임들이



마치 주마등과 같이 흘러간다.



콩은 피식 웃는다.



마지막 하나의 가능성이 떠오른다.









실패의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병력을 남기고 경기를 포기한다는것은 수치이다.



나의 마지막은 폭풍과 함께 해야 할것이다.....





콩은 마지막 남은 병력들을 오버로드에 태우기 시작한다.



엄선생이 소리친다.



"이게 폭풍저그 홍진호의 마지막 공격인가요!! 마지막 폭풍인가요!!!"



김태형마저 눈물을 훔친다.



오버로드가 12시를 경유해



1시에 병력을 드랍한다.



병력들이 넥서스를 일점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앞마당에 있는 병력이 문제다



두부대에 약간 모자라는 병력이 1시를 구원하기 위해서 올라오고 있다.



그때였다.



본진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히드라 두기가 선다.



히드라 두기 위해 다크스웜이 뿌려지고 히드라가 에그로 변한다.



엄재경이 악을 쓴다. 김태형도 제정신이 아니다.



"장판파!!!! 홍진호 선수의 장판파가 여기에서...."



엄선생은 말을 잇지 못한다.





스타를 하는 자라면 누가 이 장면을 잊을쏘냐.



송병구도 멍청하진 않다.



스톰이 뿌려지고 첫번째 애그가 이내 깨진다..



하지만 다음 히드라가 어느새 도착하여 에그로 변한다.





1시 본진의 넥서스는 순식간에 박살났다.



1시 앞마당의 넥서스를 확인한 송병구는 힘이 빠진다.



앞마당 넥서스가 취소도 못하고 저글링에 의해 저지 당했기 때문이다.



옵저버 화면이 송병구의 화면으로 전환한다.



미네랄이 100뿐이다.



홍진호의 본진과 앞마당에는 미네랄이 아직도 마르진 않았다.



그가 드론을 상당히 적게 뽑기 때문이다.



김태형이 소리친다.



"이거 미네랄 릴레이해서 넥서스를 복구한다고 하더라도 늦거든요.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송병구 선수!"



송병구는 용단을 내린다.



송병구의 잔여병력이



홍진호의 본진을 향하여 돌진한다.



본진엔 이미 홍진호의 병력이 나와있다.



1시의 병력이 이에 합류하면서



송병구의 병력 위에 스웜이 펴지고



럴커가 버로우 한다.



스톰이 뿌려지지만 아까 럴커 에그에 스톰을 너무나도 많이 소진했기 때문인지



시원치가 않다.



병력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마지막 아콘이 춤을 추더니 이내 터져버린다.



카메라가 송병구를 비춘다.



송병구는 키보드에서 손을 때고 넋을 잃고 앉아있다.



누가 이 경기를 홍진호가 역전할줄 알았을까.



옵저버로 다시 화면이 돌아온다.



STORK : GG



YELLOW : 지지요.



송병구가 넋이 나간 모습으로 경기석에서 빠져나온다.



팬들은 기대감에 가득차 홍진호를 기다린다.



홍진호가 나오지 않자 몇몇 스텝들이 그를 부르기 위해



경기석으로 들어간다.



그곳엔 홍진호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피가 바닥까지 흐른다.



엄돈은 해설자의 신분조차 잊어버린채 그를 업고 병원으로 뛰어간다.



경기장은 아수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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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완.



홍진호는 통증을 느끼면서 눈을 뜬다.

눈을 떠보니 앞에 엄돈이 서 있다.

"선생님 오셨군요."

홍진호는 앉으려고 하지만 엄선생이 제지한다.

"아 그대로 있게."

"감사합니다."

"갑작스러운 과로로 자네 폐결핵이 심해졌다고 하더군.

6개월은 요양해야 한다던가."

"....."

"솔직히 자네의 경기력에 놀랐네. 도대체 은퇴를 하는 이유가 뭔가?"

"쉬고 싶어서요."

"자네 경기력이 아깝지도 않나?"

"단지 회광반조에 불과합니다. 다시 그런경기를 하라면 못할겁니다."

엄선생은 한숨을 쉰다.

"영영 다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인가?"

"아니오.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이 서면 돌아올 생각입니다."

"그때가 언제쯤일까?"

"모르죠."

홍진호가 피식 웃는다. 엄재경도 어이없어 껄껄거린다.

둘은 한참동안 말 없이 앉아있다.

간호사가 와서 떠날 시간이 되었음을 알린다.

엄재경은 인사하고 자리를 뜬다.

홍진호가 은퇴함에도 그렇게 슬프지가 않다.

그는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올것이니까.

홍진호는 창 밖으로 돌아가는 엄선생의 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쥔다.





5년후.

msl 서바이버 피시방 예선장.

한 사람이 참가 신청을 하기 위해 들어온다.

접수를 받은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무소속 홍진호? 들어본 이름인데...."



임요환은 가볍게 피시방 예선을 통과하고 상쾌한 마음으로

피시방을 나서는중이다.

어?

그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뒤돌아본다.

"아닐꺼야."

임요환은 문 밖으로 나간다.

그러다 미친듯이 되돌아 온다.

모니터를 먼저 본다.

저그와 테란의 경기이다.

저그의 플레이는 예술과 같다.

플레이가 눈에 익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경기는 저그의 승리로 끝났다.

XXXX : GG요.

YELLOW : GG요.

임요환은 놀라 게이머의 얼굴을 확인한다.

아는척을 할까?

아직은 아니지.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우리 더 높은 정상에서....."

"다시 만나자."

홍진호는 중얼거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피시방의 구석에 주저앉아 낙서를 남긴다.





'폭풍재림'










(스갤 펌)






-Ze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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