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랜만에 뵙습니다. 저 기억하시려는지 모르겠네요. :-)

서두를 길게 잡고 싶지만, 무지 졸린 관계로 각설하고 얘기하겠습니다.


코카트리스 님 말대로 분명 게임 개발을 희망하던 본인의 앞날이 어느 날 갑자기 공인회계로 바뀌었다면 이유가 있겠지요?

본인 댓글대로 공인회계로 진로를 잡은 이유도 확실하고 다만, 문제라면 집에 있는 게임개발 관련 서적이 보일 때마다 아쉬움이 남고 그런다구요?

저도 게임을 무지 좋아해서 그쪽으로 공부하다가 정신차려보니 터번 아저씨들한테 무기를 팔고있는 제 모습을 본 사람으로써 말씀드리는데 말이지요...


지금 당장의, 혹은 자신의 취미를 직업으로 승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기보다는 미래의 전망을 따져봄이 어떠한가 생각합니다.

적어도 지금의 제 시선에서는 게임 개발자보다 공인회계가 미래를 생각한다면 더 전망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아! 물론 게임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주변 지인들에게 들은 내용만을 종합해본다면 "노동 : 댓가" 비율로 따져보면 게임 개발자가 공인회계보다 좋다고 판정짓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물론 여기서는 본인의 희망사항이나 스스로의 만족감 등의 예외사항은 배제하고 순수 노동으로 인한 댓가나 기타 미래에 대한 전망만을 가지고 판단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일이 고되고 소위 말하는 막노동판 하루벌이라도 자신이 그 현실에 만족한다면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진 직장이 되듯이 저런 세세한 사항까지 넣으면 판이 너무 커지니까요.

어찌됐든... 시간을 좀 돌려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왜 본인이 왜 공인회계로 진로를 변경했고, 고시를 준비했는지 말이지요.


도움이 되실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저 역시 일단 19살 즈음부터 게임 개발자를 목표로 놓고 달렸습니다.

당시에는 이렇다 할 만한 게임 아카데미도 찾기 힘들었고, 있다 하더라도 당시의 제 형편으로는 진학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던지라 상당 부분 독학으로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죠.

지금의 군수 무역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순전히 우연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는데요.


그저 용돈벌이 삼아 지인분의 소개로 시작한 일이고, 그 판이 조금 커지다보니 꽤 보수가 쎈 일도 몇 번 맡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저 역시 이 계통의 일을 단순히 컴퓨터 학원 진학이나 기타 게임 프로그램 관련 서적을 구매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다가 사기 몇 번 당하고, 빚 더미에 올라 앉아서 쫓기다 보니까 수입이 고정적이진 않아도 아예 이 계통으로 뼈를 묻는 것이 당시의 제 입장에서는 미래를 생각하면 더 낫다는 판단이 섰고, 군대 다녀오고 미국에 넘어갔을 때에는 아예 대학 전공을 무역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오고 어느 정도 제가 걸어온 삶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판단이 되니 젊은 시절에 못해 보았던 게임관련 공부를 하고 싶어지더군요.


물론... 본직이 따로 있는 만큼, 이제와서는 게임개발에 목숨을 걸고 일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와서 다 버리고 게임에 올인하기엔 제가 맡은 일들이 너무 크고, 그만한 책임감도 생겼으니까요.

무엇보다 가정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불투명한 미래에 쉽게 눈길을 주지 못하는 것이 상당 부분의 이유이기는 합니다.


때문에 취미 삼아서 공부하는 중이고, 불법인 줄은 알지만 프리서버 파일로 실전 연습삼아 구성원리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물론 구축을 해도 운영은 하지 않습니다.)

음? 어디가서 써먹지도 않을 공부는 뭐하러 하냐구요?

사람의 앞날을 신 말고 그 누가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이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마음맞는 사람들 몇 명 모아서 작은 게임회사를 차리게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저도 펭구리 님처럼 1인 게임 개발을 모토로 할 수도 있겠지요. :-)


그저 즐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나마 제 젊었을 시절의 못 다 이룬 꿈을 푸는 중입니다.

싸이퍼 님... 항상 생각에 그치던 꿈을 목표로 잡고 이루어낸다는 것은, 꼭 현실적 무언가로 피부에 직접 와닿아야만 이룸이 아닙니다.

물론 제 경우의 일이다 보니 제가 행한 이 모든 방법이 싸이퍼 님과는 안 맞을 수도 있고, 도움은 커녕 오히려 독이 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최선의 방법이 없다면 차선의 방책이야말로 곧 최선의 방책이 되는 이치와 같이 그저 제 입장에서는 미래에 대한 득실을 따져보시라는 말씀 외에는 드리지 않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사람을 판단하는 것처럼 어리석고 힘든 일이 어디있겠습니까만은...

적어도 제가 싸이퍼 님을 "인터넷에서만의 행적"을 토대로 판단했을 때 싸이퍼 님께서는 주변의 만류에 의해서 공인회계 분야로 진출하신 것이 아니라, 목표를 확고히 가지고 진출하신 것 같은 이미지입니다.


무슨 일이던지 선택 이전에 많은 생각을 해보시고, 한 번 선택하셨다면 후회하진 마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욕심을 버리고 순응하고 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가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내에 평안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p.s :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무슨 일이던지 기본적인 지식과 자본이 없으면 이루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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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 군수무역자 루즈베라트 입니다.

해치지 않아요. 대신 아프게 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