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간 없어서 급히 사과글 쓰고 나갔는데요,

중간에 쓰다 말아서 좀 그러네요.

어떤 분께서.

'그래, 내가 잘못했을 수도 있어. 하지만 너도 이런저런 부분 잘못했잖아. 사과해' 이러면 사과가 아니죠. 끝까지 해보자지.

라 하셨는데, 기본적으로 맞는 말씀입니다만 굳이 더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긁어부스럼이 될지도 모릅니다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풀고 싶습니다.



일단 제가 화가 났던 이유를 좀 얘기하겠습니다.

근래 레임에서 그럭저럭 얘기하면서, (이번 일은 논외로 치고) 별달리 하자도 없는 글인데도 의사 전달이 안되는 경우, 상당히 어이없는 반응에 직면한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다 충돌이 될 줄은 예상도 못한 잡상스런 글에 공격적인 댓글들이 달리니 참기 어려웠습니다.

사실 몇몇 분들이 지적하신 것처럼 웬만하면 충돌이 생겨도 적당히 넘어가는 게 맞습니다.

인터넷에서 활동하면서 감수해야할 부분들이구요.

제가 글을 쓰고 이틀 뒤 확인해 뒤늦게 뜬금없이 화를 냈으니 제 심정이 어쨌든 잘못은 잘못입니다.





그리고 처음에 썼던 글 본문에 대해서도 얘길 해야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읽기 나름일 수 있고, 서술자가 정확하게 서술하는 게 중요합니다만,

전 여전히 '왜 그렇게 이해하고 쉽게 단정지었나'하는 불만이 있습니다.





'적당히 타협해 결혼하고 사는 사람들 보면 대단하다 싶기도 합니다.

전 눈이 꽤 높아서리...'

이 부분이 특히 문제였는데요,

사실 이게 어떻게 '결혼한 사람들은 적당히 타협한 거다'로 이해되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결혼한 사람들 중 '타협'해 결혼한 사람들을 얘기한 건데 왜 '결혼한 사람들을 일거에 몰아붙이는' 것으로 해석되는지요.


저는 이 글을 쓸 때 이 의미를 명확하게 생각하며 쓰진 않았습니다. 그냥 잡글이고, 크게 위험한 내용이 아니라 여겼거든요.

제가 쓴 글의 주 내용은 '현실이 참 힘들다'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돈만 있으면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넘치는 세태 속에서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자신과 함께할 짝을 찾기란 참 힘들지 않은가.

돈이 중요한 현실이나 자신의 능력 같은 것에 가로막혀 타협을 강요받는데.

적당히 타협해 결혼하는 것이, 주제 넘게 눈 높고 까다로운 제게는 힘들게 느껴졌어요.

돈 하나만 보고 결혼하고, 여건이 안돼서 사랑도 없이 결혼하고... 그러면서도 살아가는 건 대단하기도 해요.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저도 어렵긴 매한가지일 거란 생각에 불안했습니다.

눈 높다와 급이 높다는 다릅니다. 눈이 높은 건 쉽게 만족을 못하는 것일 뿐이죠.

물론 눈 높다는 게 오만하다는 식으로 이해될 소지는 있습니다. 그 부분은 부주의라 할 수 있어요.


'사랑해서 결혼한 걸 함부로 왈가왈부하느냐'는 반응은 정말 답답했습니다.

사랑해서 결혼한 걸 부정적으로 봤으리라고 어떻게 단정했는지 난감합니다.

'타협해서 결혼한 사람들 보면'에서 어떻게 '사랑해 결혼한 사람들 보면'도 추출되나요...

사랑해서 결혼한 걸 어떻게 타협으로 매도했냐는 분들이, 어떻게 '타협한 결혼'에 '사랑해서 한 결혼'도 포함시킬 수 있는지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잘 살면 그만입니다. 현실이 어려워서 돈만 보고 결혼하고, 짝을 찾기가 어려운 세태를 얘기하는 게 주 내용이었는데....




마지막으로 정리해서,

제가 의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넘길 수 있는 부분을 끄집어내 화를 내고 많은 분들을 불편하게 한 것에 대해서는 죄송합니다.

일부 오해의 소지를 만든 것도 제게 책임이 있습니다.

글을 통한 표현을 잘못해 문제가 생겼다면, 그 글을 쓴 사람의 책임입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서 최소한 제가 보기에 제가 만든 오해의 소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심하게 글을 왜곡해 해석하신 것 같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게 읽을 수 있는 것이지만, 글 내용에서 너무 벗어난다면 문제가 있지 않은지요.

위의, '사랑해서 결혼한 걸 어떻게 타협으로 매도했냐는 분들이, 어떻게 '타협한 결혼'에 '사랑해서 한 결혼'도 포함시킬 수 있는지요?' 이 부분은 정말 이해가 안가요....


글을 쓴 사람의 표현이 모호해 보였다면, 나쁜 쪽으로 단정짓고 공격해들어가기 전에 여유 있게 봐주시면 안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