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인. 좋아한다고는 안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던 나의 연인..
그녀는 어릴때부터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하고 있었다고 했다. 자신의 연인이 될 사람은 최소한 자신이 정한 열가지의 법칙은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커트라인은 100점. 열가지중 단 한가지도 양보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다고 했다. 그것을 쪽지에 적어서 언제나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나를 만났다. 오랜시간 나를 지켜보던 그녀는 좀처럼 꺼내지 않던 그 쪽지를 꺼내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위에서부터 조목조목 체크해 나갔다. 그녀는 나의 연인이었던 사람.. 나의 점수는 몇점 이었을까? 80점... 그녀가 나에게 고백했다. 솔직히 나의 점수는 80점이었다고, 나머지 두 항목은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그녀는 커트라인을 낮추었다. 그 두가지 항목이 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키가 180 이상이어야 한다.', '잘생겨야 한다.'....
그녀말이다... 2개의 항목을 묵살하기 위해서 아흔 여덟개의 다른 항목을 만들기 위해 구상할 수 있는 그녀말이다. 우리가 사랑을 시작할 때...
나는 그녀와 헤어진 후 내가 얼마나 많이 좋아졌는지 알고 있다. 정말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정말 많은 것들을 참아낼 수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날카로운 칼로 성찰을 했었다. 나는 정말이지 더욱 더 멋진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을 나는 알 수 있다. 그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본 사람이 성장을 하는 것은...
나는 지금 나의 호주머니 속에 그 옛날 그녀의 쪽지보다 더 잔인한 20개의 항목을 적어가지고 다닌다. 그 항목들은 너무나 객관적인 지표이기 때문에 아무도 그 무시무시한 칼날을 쉽사리 빠져나가기는 힘들 것이다. 커트라인은 물론 100점이다. 완전하지 않은 것은 최고가 아니고, 최고가 아니라면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도 기다린다. 그녀를... 나의 커트라인을 바짝 내려줄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높았던 거라고..말할 수 있을까요? (헤어지자 마자 얼마나 사랑했는지 자연히 알게 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