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손떼탄 물건은 절대 안씁니다.
돈이 궁해도 신품을 사지, 중고 구입은 안합니다.
중고를 사는 경우는, 단종되어 더이상 신품을 구할 수 없는 경우일 때만입니다.

명절날 사촌들이 마우스와 키보드에 손을 대면 완전 분해한 다음에 기판 빼고는 전부 물에 담궈서 닦습니다.
아니면 새로 사든가..



엊그제 의자를 하나 주분했습니다.
맨날 2~3만원짜리 싸구려 의자만 쓰다가 너무 불편하고 의자 자체 수명도 길지 못해서
이왕 사는 거 비싼 돈 주고 좋은 놈으로 골랐습니다.

21만원짜리 회장님 의자랍니다.



목요일 주문을 했고, 금요일 오전 쯤 택배기사로부터 곧 도착한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근데... 금요일 밤 12시까지 기다려도 온다던 기사는 안오더군요.
몇번이나 택배사로 전화를 해봐도 전화도 안받습니다.

그리고 오늘, 참다못해 홈페이지에서 송장번호로 검색을 해보니
배송 완료로 떠있더군요.

맨 밑엔 수령자의 이름으로 싸인까지 되어 있습니다. XXX 제 이름으로 말이죠.


어라. 난 받은 적도 없는데, 누가 내 이름으로 싸인을..?
정신 나간 놈들. 엉뚱한 사람한테 본인 확인도 안해놓고 내 물건을 전달한건가?
다시 말하지만 전 결벽증 환자입니다. 남의 손 떼 탄 물건은 안씁니다.



머리 끝까지 열이 뻗쳐서 본사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본사에서 곧 확인해보고 전화를 준다고 하더니 30분... 연락이 없습니다.

1시간쯤 후 어제는 수천번을 전화를 걸어도 절대로 전화를 안받던 해당 지점에서
전화가 왔는데 횡설수설.. 이랬다 저랬다... 장황하게 떠들기 시작합니다.


그 앞뒤가 안맞는 내용들을 대충 정리해보니 말인 즉슨,
신입기사 양반 하나가 어리버리해서 담당지역 전체가 배송이 늦어졌고...
어쩔 수 없이 담당기사가 제 이름으로 싸인해놓고는 오늘 배송을 해줄 참이었답니다.

의자는 포장도 뜯지 않은채, 사무실에 있다고 합니다.
결코 타인에게 전달한 적도 없으며, 남이 개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근데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너무 노골적으로 막 둘러대는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직접 "그 문제의 신입기사랑 통화 좀 해보고 싶다, 담당기사란에 적힌 핸드폰 번호가 그 문제의 신입기사냐"고 물어보니 아니랍니다.
그냥 임시로 적은 다른 기사의 전화번호랍니다.

이건 뭐...



정말이지 날 사칭하고 물건 받은 놈이나, 그걸 전달해준 놈이나
좀 심하게 때려줘서 몸 어디 한군데 영영 못쓰도록 망가뜨려주고 싶더군요.


일단 의자 판매점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
만약 포장을 뜯은 흔적이 있으면 곧바로 반품하겠다고 하니, 판매점에서는 알겠다며 즉시 새제품을 발송하겠답니다.



그동안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수차례 택배와 퀵을 이용해봤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네요.


절 사칭해 제 이름으로 서명한 놈은 대체 뭔 생각이었을까요?
영원히 모를거라고 생각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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