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두 화두를 잡고 씨름을 했다. 왜 살아야 하는가? 왜 배워야 하는가?

어느 덧 15년이 흐른 어느 날, 나는 도서관을 벗어나던 중 공허한 가운데 ‘자유’를 깨닫게 되었다. 그때부터 내 삶에 자유가 자리한 것이다.

나는 자유를 놓고 다시 생각을 해보았다. 자유란 무엇인가? 나는 왜 자유를 열망하는가?

또 시간이 흘러 나는 열차를 타고 야경을 바라보던 중, 야경을 바라보는 나를 창문이 가로막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나는 자유의 한 가지 전제를 알게 되었다. 바로 자유를 가로막는 어떠한 경계가 있다는 것, 나는 그것을 알게 되었다.

경계란 무엇인가? 경계는 왜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 경계 없는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나는 그때 책임을 알게 되었다. 자유의 경계는 책임이며 그것이 자유를 가로막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책임은 자유에 꼭 필요한 것인가? 책임 없는 자유는 존재할 수 없는가? 왜 자유에 책임이 뒤따르는 것일까?

나는 그때 신체와 정신을 나누었다. 인간은 신체가 있기에 자유롭지 못하며 인간은 정신이 있기에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즉, 인간은 신체에 뒤따르는 책임이 존재하며 정신에 뒤따르는 책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신체의 책임은 식사에서 시작된다. 인간은 자신의 신체를 위해 먹고 자고 아프지 않게 하며 생명을 유지해야 할 책임이 존재한다. 더 나아가 배우자를 찾아 종족을 번식하고 그 속에서 태어난 아이를 기를 책임이 존재한다. 더 나아가 후손들을 위해 좋은 환경과 제도를 만들고 보다 낳은 세상을 물려주어야 하는 책임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신체가 있기에 책임이 있는 것이며 책임이 있기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은 책임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신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그 형태도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섭취할 필요도 없으며 무엇인가를 행할 필요도 없다. 정신은 무형이기 때문에 어떠한 틀에 고정되어 있거나 어떠한 것에 가두어져 있다고 하여도 그 경계를 언제든지 벗어날 수 있다. 그렇기에 정신은 고정될 수 없고 가둘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신은 자유로울 수 있으며 무한한 것이다.

인간은 신체와 정신이 동시에 존재한다. 어느 것도 어느 것에 우선될 수 없다. 때로는 동화되고 때로는 공존하며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순환한다. 정신이 자유롭다 하여도 신체를 벗어날 수 없고 신체가 정신을 가두고 있다 하여도 정신의 자유를 막을 수 없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게 있다. 정신의 자유는 오직 수직적인 것에 무한인가? 한 가지 영역에 얽매여 그 수직적인 것에만 무한인가? 그것이야 말로 자유롭지 못한 정신이며 자유롭고자 하는 정신의 행위를 방해하는 것이다. 진정한 정신의 자유는 수직적인 무한을 포함한 수평적인 무한을 추구하는 것이다. 바로 그때가 ‘자유롭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자유는 바로 이런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유는 ‘나는 자유롭지 못하기에’, 또한 ‘나는 자유롭기 때문에’ 나는 살고 있는 것이다.



왜 배워야 하는가? 불과 며칠 전에 깨달은 것이다. 부족할지 모르지만 우선 작성해 본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인간 세상도, 자연도, 지구도, 태양계도, 저 거대한 우주마저도 변하고 있다. 태어난 모든 것은 이 변화에 적응하고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생존이 위태롭게 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지구가 탄생했을 당시 지구는 어떠했겠는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궤도로 태양을 돌고 있었을 같은가? 마치 예정된 것처럼 태양계에서 탄생하여 혹은 태양계로 들어와 자축이 23.5도 기울어져 태양 주위를 돌고 있었을 것 같은가?

아마도 수십억 년의 시간 동안 지구는 변화하는 우주 환경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적응했었을 것이다. 누적된 변화의 흐름에 지구는 꾸준히 맞추어졌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과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별의 이름은 기역나지 않지만 태양계도 어느 별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이것 역시 태양계가 생성되었을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보는가? 설사 이것이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이라도 그 과정에서 엄청난 시간 동안 변화하는 우주와 균형을 맞추었을 것이다.

탄생이란 것은 새로운 형태의 형으로 생성된 것을 뜻한다. 처음 탄생한 것은 순수하다. 그러나 세상에 탄생한 것은 그 세상에 적응해야 하는 운명을 지닌다. 세상은 변화하고 또 변화하기 때문에 그것에 맞추어 탄생한 것은 다시 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저 거대한 우주의 변화 속에 인간도 영향을 받는다. 인간은 태양에게 영향을 받고 인간은 지구에게 영향을 받으며 인간은 자연에게 영향을 받고 인간은 인간에게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변화에 따라 적응하지 않으면 안되며 배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잊는다. 잊고 또 잊는다. 인간의 정신은 잊어버리기 때문에 자유롭고 또한 투명한 것이다. 인간의 신체가 이 세상에 영향을 받을지라도 정신은 그 영향을 잊어버린다.

인간은 본래 배우고 까먹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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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