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같은 곳에 있어서 육년간 같은 길로 등하교 했습니다. 교육단지라고 해서 초등학교,중학교, 공고, 전문대 같은게 뭉쳐 있는 블럭인데 근처에 오뎅 한 개 사먹을 가게도 없는 휑한 곳이었죠.

오랜만에 휴일이 아닌 날 창원에 내려와서 일주일 넘게 있어야 할 것 같아 도서관에 왔습니다. 이 도서관도 그 교육단지 있는 곳에 있어요. 오면서 감탄한 것이 오년 만인데도 변한게 별로 없다는 거네요.

내가 처음 네츠케이프로 접속해보고자 애썼던 이 컴퓨터가 액정에 펜4로 바뀐 정도가 차이라면 차이일까요. 새로 건물도 하나 생겼고, 인테리어 문제로 쿵쾅거리며 시끄럽기도 하네요. 근처에 아무것도 없는 탓에 시립도서관만큼은 손님이 없어서 주욱 내리막길을 걷는 도립도서관(주춧돌에 전두환 이름이 새겨져 있어서 그럴지도 =ㅅ=).

나는 오래된 책 냄새는 싫어하지만 이곳에서 나는 냄새만큼은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제야 내가 왜 대학교를 두 번째로 입학할 때까지 무라카미를 한 번도 읽지 않았는가도 알게 되었구요. 일본 서가에는 나온지 이십년은 넘은 것 같은 책들이 가득해서 제목만으로 절 끌어들이기 어려운 서가였습니다. 여전히 별로 뒤져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졸업하고 이 도서관에 오게되지 않게 될 때까지 일본 소설은 미스테리와 추리 소설 밖에 읽지 않았어요. 다른 소설도 마찬가지이고. :)

오 년만에 왔는데 아직도 제 기록이 남아있어서 새로 대출증을 받고(바코드가 찍힌 플라스틱 카드로 바뀌었네요) 책을 다섯권 빌려서 내려왔습니다. 여전히 오래된 서가를 뒤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 탓에, 그냥 예전에 읽다 만 캐드펠 수사 시리즈 중 두 권, 처음으로 스티븐 킹에게 반했던 태로우 카드 두 권, 다른 한 권은 뭐더라. ...아 멋진 신세계. 이렇게 '케케묵은' 소설만 빌려서 집에 가기 전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어요.

누구 말대로 눈물이 다 나네. 진짜 하나도 안 변했네요. ...

제가 처음 여기 온게 11살 때였는데 그때보다 사람이 적은 것만 빼고는 진짜 하나도 안 변했네요. 뭉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