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매우 정성껏 잘쓰신 글이라 허락 받고 퍼옵니다...
출처는 맨아래...


이브의 만렙 컨텐츠 1/3



작은 주제별로 적어냈더라면 조금은 손쉬운 작업이었을 텐데, 어떤 큰 맥락을 가진 글을 쓰려는 욕심을 부린 나머지 글을 완성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1년반이라는 시간 동안 true0.0을 경험하면서, 아니 그냥 단순히 경험한 것이 아닌 항시 폭풍의 중심지에서 싸워나가며 경험하고 느낀 것을 ‘커뮤니티’라는 큰 맥락에서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적고 싶은 것을 모두 적자면 책 한권을 써도 부족할 만큼 많지만, 현재 코리안채널과 게시판에서 논의되는 수준에 맞춰, 앞으로 더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문화적 충격



먼저 제 경험으로 얘기를 시작해야겠네요. 채널(코리안채널을 말합니다)과 게시판에서도 여러번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제 첫 0.0얼라이언스이자 true 0.0 얼라이언스는 BRUCE라는 얼라이언스였습니다. 브루스에서 경험한 많은 것들이 저에겐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얼라이언스의 리더쉽이 멤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 보다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토론하는 모습, 리더쉽과 멤버 상호간 서로 존중하는 모습, 그 어떤 동의된 내용을 행동에 옮겨 실천하는 모습, 장기적인 계획 하에 조직이 움직이는 모습,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내용들을 고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 인간적이고 민주적이면서도 필요할 때엔 군대식의 역할 놀이를 훌륭하게 해내는 모습 등 브루스에서 겪었던 이루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지금껏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이었고 제겐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류의 게임은 제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러한 충격이 게임 시스템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닌, 커뮤니티에서 오는 충격이었다는 것입니다. 첫 얼라이언스였고 제겐 다른 비교대상이 없었던 만큼 “외국애들은 어렸을 적부터 교육을 잘 받아서 토론에 익숙하고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구나” 내지 이브라는 게임은 원래 이런 형태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도록 만들어져 있구나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후 서너 얼라이언스를 더 경험하면서 커뮤니티의 특성이 얼라이언스마다 저마다 조금씩 다르며, 이것이 게임 상에서는 사실상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걸 알게 되는데, 이때부터 저는 이브의 ‘커뮤니티’, ‘조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게 됩니다.



채널에서 이브의 커뮤니티에 대한 주제를 던지면, ‘매사 사람사는 것이 결국 다 똑같은 것이다‘, ’다른 게임과 크게 다를 바 없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많고 또 실제 다른 게임과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인데요. 하루하루를 미션으로 마감하는 솔로 미셔너들이 대다수인 코리안채널에서의 이 같은 반응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매일 사람들과 부대껴야하고 또 항상 ’조직’으로써 움직여야했던 저에게 이브는 조금 ’다른‘ 게임이었습니다. 저에게 이브는 ’커뮤니티‘ 그 자체였고 게임을 진행할수록 느껴지는 이브에 대한 경이로움 역시 게임 시스템 자체보다는 ’이것이 정말 온라인 게임 조직인가?‘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만큼 다양하고 무게감 있는 유저들의 커뮤니티에 집중되었습니다. Mittani라는 유저가 TenTonhammer라는 게임포털 사이트에 게제하고 있는 글들이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과 사실상 맥락을 같이합니다. Mittani의 글 중 ’Bad Crazy in Internet Spcae'란 글의 서두를 링크/인용하면서 얘기를 계속해나갈까 합니다.



와우, 그리고 이브



원본글, http://www.tentonhammer.com/node/65475







와우와 비교를 해보죠. 와우는 전 세계 천만명이 즐기는 게임입니다. 이 천만이라는 엄청난 수는 서버당 적게는 만명, 많게는 2만명이라는 인원으로 나뉘어, 유저들은 각각의 서버에서 몹을 잡고 레이드를 뛰며, 혹은 전장에서 pvp를 즐기며 살아갑니다. 서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다른 서버, 다른 커뮤니티 환경─어느서버 어느 호드가 좋다더라 등등─을 찾아 떠날 수 있기에 부담이 없고 천만이라는 수가 증명하듯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뉴비 친화적인 게임입니다. 기본 단위가 되는 길드는 보통 10명에서 100정도의 인원이지만, 실제 게임을 통한 사회활동이 이루어지는 주된 단위는 5~25명 정도입니다. 물론, 이 적은 단위에서도 분쟁과 논쟁이 존재하고, 치열함은 존재합니다.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전장을 돌아야 하며, 보다 효율적으로 인던을 돌기 위해서는 숙력된 공대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일부 컨텐츠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기본적으로 컨텐츠에 대한 접근권이 열리기 때문에, 누구든 파티 참가버튼을 통해서 또는 공개/파티초대 채널을 통해서 언제든 던전을 탐험하고 전장에 참여하여 원하는 컨텐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컨텐츠 획득에 필요한 리스크가 적은 편이며, 그날그날의 논쟁은 대부분 ‘에픽템 루팅은 누가 했느냐’와 같은 개인단위에서 일어납니다. 최악의 상항은 파티원과 싸우고 몹을 잡는데 실패하여 아이템을 획득하지 못하고 방어구가 망가져서 약간의 금전적 손실이 있는 경우가 될 것입니다.







반면 이브는 45만명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45만은 천만이라는 숫자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숫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브는 와우와는 달리 단일 서버로 운영됩니다. 45만명의 유저는 Tranquility라는 단 하나의 서버에서 살아가고, 이 서버에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A얼라이언스가 싫다고해서 A얼라이언스가 없는 곳으로 갈 수 없고 또 이브의 Jita는 단 하나 뿐입니다. 원하는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이미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A얼라이언스와 반드시 싸워야하며, 마켓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미 이브의 제작/마켓 시스템을 꿰뚫고 있는 기존의 제작자와 상인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둬야 합니다. 단일 서버라는 것은 다른 대안의 서버가 없다는 것이고 대안의 선택이 없다는 것은 모든 것을 치열하게 만들어 줍니다. 또한 이제 막 시작하는 유저들 앞에 놓여져 있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계산식, 수식, 스프레드쉬트, 그리고 엄청난 양의 자산손실(함선뿜, pod킬, 값비싼 임플란트와 팩션 아이템들)을 내고 값비싸게 치루는 배움의 비용─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CCP도 뉴비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만, 이브에서 뉴비가 겪어야할 학습곡선은 여전히 가파르기만 합니다.







커뮤니티 컨텐츠는 유저들 스스로의 몫



Mittani의 글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은 내용이지만─아마 이건 제가 한국인 유저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고민하게 된 내용인 것 같습니다─이브는 조직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유저들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게임입니다. 예를 들어 주기적으로 웜홀을 도는 콥을 조직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먼저, 리스크를 감수하고 컨텐츠를 즐기려는 ‘믿을만한‘ 인원이 필요하고 조직을 이끌어 나갈 액티브한 리더가 필요합니다. 시간대와 클래스(탱킹, dps, 로지스틱, 프로버 등)를 조정해야하고 실패를 겪으면서 ’자신들의 조직에 맞는’ 웜홀 데이터를 본인들 스스로 작성해나가야 합니다. 일부 멤버의 희생이 필요(망보는 인원, 자료를 정리하고 조직을 조정하는 인원 등)하고 획득한 물품에 대한 분배 역시 유저들 스스로의 몫입니다. 이 모든 것을 완비한 후에도 리스크는 항시 존재합니다. 누군가로부터 습격을 받는 것, 웜홀에 갇히는 상황, 예기치 않은 사고─Rig과 T2모듈을 장착 BS 한 대의 손실은 한달 계정비에 맞먹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브에 존재하는 무수한 컨텐츠 중 고작 하나인 ’웜홀’을 즐기기 위한 것입니다. 보다 많은 컨텐츠를 즐기기 위해 장기적으로 콥을 조직하고 얼라이언스를 조직하는 일은 당연히 더욱 힘들 일이 되겠죠.



player generated content



엄청난 양의 데이터, 그리고 커뮤니티/조직에 관련된 부분을 전적으로 유저가 해결하도록 되어 있는 이브의 시스템은 분명 처음 시작하는 유저들의 컨텐츠 접근을 어렵게 만듭니다. 방대한 양의 놀잇감만이 놓여 있을 뿐, 이것을 어떻게 가지고 놀아야하는지에 대한 방향설정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그 쓰임새와 컨텐츠를 유저 스스로 채워가야한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방향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지 않음‘, '정해진 룰이 없음' 이는 'player generated content'를 가능하게 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앞서 제 첫 얼라이언스에서 받은 문화적 충격이 게임 자체가 아닌, 커뮤니티에서 오는 충격이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모든 얼라이언스를 경험한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얼라이언스들의 모습은 서로 모두 달랐습니다. 콥을 취할 때 자신들과 비슷한 성향의 콥들을 모집하여 확장하는 조직이 있는가하면 기능별로 취하는 조직이 있었고, 특출난 1인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이 있는가하면 특출난 리더는 없되 여러콥의 의견을 조율하여 운영되는 얼라이언스도 있었습니다. 또 비단 리더쉽과 멤버들의 관계뿐만이 아닌, 갱을 조직하는 형태, 얼라이언스 분위기, 선호하는 함선/전술, 지향하는 가치, pos/세금을 관리하는 방식, 콥의 수, 멤버들의 영토에 대한 애착, 게시판을 대응하는 방식, 메타게이밍과 스파이에 대한 태도, 비영어권 유저에 대한 관용도, 언어, 문화, 멤버들에게 주어지는 자유도(개인 pos를 허용할 것인가 등, 이외에도 여러가지) 등이 저마다 조금씩 달랐고, 이 다양성은 방향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지 않은 채 그 공백을 유저들이 매워나갈 수 있기에 가능한 것들이었습니다.



원하는 것을 투쟁하여 얻다



이브의 갖가지 컨텐츠들이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비단 조직의 어려움 때문만은 아닙니다. 레벨업에 따라 자연스럽게 컨텐츠에 대한 접근이 생기는 다른 mmorpg게임과는 달리 이브는 대부분의 컨텐츠를 유저들이 스스로 ‘싸워서’ 얻어야 합니다. 자원의 기본이 되는 광물에서 시작하여 랫, 탐험, 제작, POS까지 대부분의 컨텐츠가 존재는 하되 시큐리티가 낮은 지역으로 갈수록 더 좋은 보상,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일부 컨텐츠(캐피탈쉽, 점프브릿지, 캐피탈함선제작)는 특정 시큐 이하에서만 즐길 수 있습니다. 컨텐츠의 실질적인 차별성과 접근권은 레벨이 아닌 시큐리티(하이/로우/npc0.0/true0.0)에 따라 결정이 되며, 더 좋은 컨텐츠 더 많은 컨텐츠를 누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원, 그리고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스스로 싸워─싸운다는 것이 반드시 pvp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서 얻어야 합니다. SP가 3천만이 되어도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없고, 돈이 아무리 많아도 자신을 위해 대신 싸워줄 사람을 살 수는 없습니다. 거칠게 말해 이브는 컨텐츠를 숟가락으로 떠먹여주지 않습니다. 컨텐츠 접근이 자연스럽게 열리는 기존의 온라인 게임에 익숙해져 있는 유저들에게 이브는 어려운 게임일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원하는 것을 싸워서 얻는다”



이브는 독특한 특성을 참 많이 지닌 게임이지만, 실제 게임을 하면서 느꼈던 다른 게임과의 가장 큰 차별성은 이 두가지였습니다. 타온라인게임에서 승승장구하던 게임유저들이 유독 이브에서는 적응을 쉽게 하지 못하는 것도 저는 사실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데에 있다고 봅니다. EFT의 탱킹/DPS수치, 그리고 각종 데이터베이스 수치 자료에 목을 메는 분들을 코리안채널과 게시판에서 저는 너무도 자주 뵙게 되는데요, 이브의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를 이해하는 것, 또는 SP를 쌓고 좋은 함선에 승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 즉 조직을 이해하고 참여하는 것입니다. 이브는 그 어떤 게임보다 커뮤니티에 큰 무게감이 주어지는 게임입니다─뉴비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가 바로 모든 것을 혼자서 해나가려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광 하나를 캐더라도 혼자서 캐는 것보다는 운반해주는 사람과 같이 갱보너스를 받으면서 캐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학습욕이 강하고 이브의 데이터베이스를 훤히 꿰뚫어보고 있다한들 컨텐츠 접근은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질 것입니다.



커뮤니티/조직의 중요성은 사실 싸워 얻어야할 것이 크게 눈에 보이지 않는 엠파이어에서는 그리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0.0, 아니 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true0.0이라는 공간에 입문하는 순간 커뮤니티라는 것은 매우 큰 무게─그것은 다른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게감입니다─로 다가옵니다. True0.0은 이브의 다른 어떤 곳보다도 독특한 공간입니다만, 사실 가장 이브다운 공간이기도 합니다. 영토라는 것은 어떤 이들에겐 만렙컨텐츠이며, 어떤 이들에겐 야망이며, 또 어떤 이들에겐 자존심입니다.


출처 : http://www.eve-kor.com/orig/zeroboard/zboard.php?id=Tips&no=337&PHPSESSID=4296ec0723879031af29c81538823d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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