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CES 긴급 리포트
환상의 게임기 ‘팬텀’과 ‘게임트랙’, 드디어 베일을 벗다

지난 8일부터 11일(현지 시간)까지 미국 라스베가스 컨벤션 센터에서 ‘2004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이하 CES 2004)’가 열렸다. 북미 지역에서 열리는 게임관련 이벤트로는 세계최대규모를 자랑하는 E3가 이미 있기 때문에 게임업계는 CES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보통. 그러나 올해에는 CES 기간 중에 ‘Digital Game Summit’이라는 게임관련 컨퍼런스 이벤트가 준비되고, ‘Cyber X Games’라는 게임대회도 열리는 등 게임과 관련된 화제가 예년에 비해 풍부했다. 게다가 이번 CES 2004에서는 최신 게임기가 소개되는 등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만한 볼거리들이 많이 선보였다.

물론 최신 게임기라 해서 소니나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가정용 게임기 메이커가 개발한 차세대 게임기가 아닌 중소기업이 개발한 오리지널 게임기였다. 하지만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이들 게임기가 전시된 곳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스였다는 점이다. 어째서 Xbox를 발매 중인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 마이크로소프트 이외의 메이커가 개발한 게임기가 전시되어 있을까? 그 이유는 이들 게임기가 모두 ‘Windows Embedded’라는 윈도를 기반으로 하는 OS를 이용해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CES 2004에서 베일을 벗은, 게이머들의 눈길을 끄는 새로운 게임기에 대해 살펴보자.


이 행사를 주최한 CEA(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의 CEO, 게리 셰피로 씨

       ▲ MS의 빌 게이츠 회장도 직접 참석했다

       ▲ 전화기+익스트림 스포츠시의 상호교신 기능을 갖춘 무선 2-way 라디오
GPS, 디지털 카메라 기능까지 갖춘 휴대용 게임기 GAMETRAC
‘GAMETRAC’은 휴대용 게임기로 윈도 CE를 베이스로 하는 삽입용 OS ‘Windows CE.NET’을 이용해서 만들어졌다. 발매시기는 3월 경.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본체 사이즈는 게임보이 어드밴스와 거의 비슷하며 주변부가 약간 둥그스름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화면은 2.8inch의 TFT 액정화면을 채용했고 왼쪽에 방향키, 오른족에 4개의 버튼, 안쪽 측면에 2개의 버튼이 각각 자리잡고 있다. 400MHz로 동작하는 ARM9 코어의 CPU, 64bit 그래픽칩을 탑재해 빠른 처리가 가능하며 북미와 유럽에서 보급되고 있는 GSM 방식의 휴대전화망을 이용하는 패킷 데이터 통신 서비스(GPRS)에도 대응되어 네트워크 대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기능으로는 블루투스에 대응되기 때문에 블루투스를 이용한 대전, PC나 휴대전화와 블루투스로 접속해 음악 파일이나 동영상 파일을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본체 뒷면에는 CCD를 갖추고 있어 디지털 카메라로도 사용할 수도 있으며 GPS 기능까지 대응되기 때문에 지도상에 현재 위치를 표시하는 것은 물론, GPS 기능을 이용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이밖에도 MP3 재생기능, MPEG-4 형식의 동영상 파일을 재생할 수 있으며 GPRS 네트워크 기능을 이용한 인스턴트 메시징 기능 등 휴대용 게임기로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 구현기기로도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간단히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은 Windows CE.NET를 베이스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대응되는 게임은 카트리지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GPRS를 이용해서 네트워크로 다운로드받는 시스템으로 짐작된다. 다운로드한 게임은 본체에 준비되어 있는 MMC/SD 카드 슬롯에 부착되어 있는 메모리카드에 보존된다. 또한 MP3와 MPEG-4 데이터, 디지털 카메라 기능으로 촬영한 화상 데이터 등도 MMC/SD 메모리카드에 보존된다.

이번 행사에 전시되어 있던 데모스트레이션 기기에서는 ‘DOOM’이 시연됐는데, 아무런 문제 없이 매끄러운 스피드로 실행되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툼 레이더도 원활하게 플레이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제 DOOM 정도의 게임은 게임기의 제대로 된 능력을 정확히 보여주는데 부족한 타이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트랙이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이후에 공개될 정보를 기대해야 할 듯 하다.



PC를 베이스로 한 환상의 게임기 ‘Phantom’, 드디어 눈으로 확인!
작년 6월 경에 개발 소식이 발표된 PC 기반의 게임기 ‘Phantom’. PC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광학식 드라이브는 탑재되지 않았으며 대응 게임은 전부 네트워크 다운로드 형식으로 제공된다는 특이한 시스템 때문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팬텀을 이번 CES 2004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2003년 1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렸던 ‘COMDEX Las Vegas 2003’에서 실제 모습이 공개된다는 정보가 팬텀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왔는데, 실제로 COMDEX 회장에서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이대로 개발이 사장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던 팬텀. 하지만 이번 CES 2004에서 그 모습이 실제로 공개되었다.

팬텀의 실제 모습을 본 감상은 ‘상당히 크다’는 것이었다. 눈으로 재본 것이긴 하지만 Xbox와 거의 같거나 조금 작은 정도의 크기였다. 또한 무게도 상당히 무거워 Xbox와 비슷한 정도의 레벨이었다.

광학식 드라이브를 탑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체 전면부는 아주 깔끔한 편이고 전원을 넣으면 본체 전면부에 Phantom의 로고가 파랗게 떠오르기 때문에 디자인적으로도 보기에 좋다. 한편 본체 뒷면에는 각종 단자가 준비되어 있다. 비디오 출력은 3핀의 콤포넌트, S-VEDIO, 콤포지트 비디오 등 세 종류가 준비되어 있으며 아날로그 음성출력 단자는 2채널이지만 광음성 출력단자 경유를 통해 돌비 디지털 5.1채널 사운드를 지원한다. 본체에는 RF 방식의 와이어리스 모듈(무선 모듈)이 내장되어 와이어리스 타입의 컨트롤러와 키보드, 마우스를 사용할 수 있다. 본체 뒷면에는 USB 2.0 단자를 4개 갖추고 있는데 이쪽은 컨트롤러 증설용으로 생각하면 될 듯. 여기에다 10BASE-T/100BASE-TX에 대응되는 LAN 커넥터, 케이블 모뎀 접속용 커넥터도 구비하고 있다.

회장에서 입수한 카탈로그에 기재되어 있던 본체 스펙은 CPU가 AMD 애슬론 XP 3200+, 그래픽칩이 NVIDIA의 NV36(GeForce FX 5700급), 칩셋은 nForce2 울트라 400, 탑재 HDD는 320GB, OS는 Windows XP Embedded였다. 참고로 본체 스펙은 처음 발표된 이후 계속 바뀌어왔기 때문에 이것이 최종 스펙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스펙에다 400달러 정도의 가격이라면 PC로 고려해볼 때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이라 할 수 있다. 뭐, 그렇다고 해도 게임기로서 생각하면 이 가격은 좀 비싼 편이 아닐까?

전시되어 있던 팬텀은 전원이 켜져 있어 본체 전면에 팬텀의 로고가 파랗게 빛나고 있었지만, 디스플레이에 연결되지 않았으며 컨트롤러도 준비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단순히 본체만 전시되어 있던 것.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볼 수도 없었으며 안내원도 따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실제 모습을 눈앞에 두고서도 역시 아직은 ‘환상’의 영역에서 나오지 못했다는 인상이 들었다.



이밖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Windows Embedded 코너에는 이 두 개의 게임기 외에 하나의 게임기가 더 전시되어 있었다. 그것은 Digital Interactive Systems Corporation이 개발한 ‘DISCover’라는 테크놀로지를 채용한 게임기의 프로토 타입이었는데, 이 DISCover 테크놀로지를 채용한 가정용 게임기는 미국의 DVD 플레이어 메이커인 Apex Digital이 ‘ApeXtreme’이라는 이름으로 발매했던 것. 이와 관련된 내용은 다른 기사에서 다루겠다.

이번 CES 2004에서 게이머들이 특히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앞서 소개했던 두 개의 새로운 게임기와 관련된 부분일 것이다. 아직 궁금한 점도 많고 알려지지 않은 점도 많지만 거대 가정용 게임기 메이커가 아닌 중소기업들에서 이런 게임기가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게임시장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다양한 게임들이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더 나아가 GP32처럼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게임기가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출처:게임메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