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우테나!!!

요즘 고민하던 문제 중 하나를
12년 전 애니가 한방에 풀어주다니..

이걸 행운이라고 해야할지, 이제 봐서 불행이라고 해야할지..어허허;;

혹시 요즘 볼 애니 없다 옛 애니 땡기시면 한 번 봐보세요..
처음부터 거부감으로 완전히 버리던가,
아니면 제대로 빠져서 허우적 거리거나 딱 둘로 나뉘는 애니랍니다;;

실제로 에바와 더불어 전설급 애니라네요..(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판 딱하나 나오고 잊혀진;ㅅ;)


아래는 사적인 긴~ 이야기라 귀찮으면 패스하세요 ㅎㅎ(언제나 긴 글 쓰는게 특기'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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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애 실패 후에 다음엔 잘 하고 싶어서
저랑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없나 찾아보고
사람들이랑 대화도 해보았지만

일단 제 케이스가 워낙 특이하다보니.. 어떻게 모범으로 할 만 한 것도 없었고,
연애 상담가를 자칭하는 사람한테 상담요청도 했지만 묵묵부답;; (님이 보시기에도 쫑이었슴메?)

결국 저 혼자 풀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이래저래 연애에 대한 글들을 답습해왔죠.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역시 난 남자로 태어났어야 했어..'

여자들이 너무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고, 또 취해야 하도록 가르치는 연애 지침서들..
특히, 남자가 질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언제나 새로운 모습, 애교, 띄워주기 등등..

저도 처음엔 저렇게 해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더랍니다. 아래의 의문점들과 함께..

왜 여자가 먼저 질리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
나도 자존심이 생명이고 내 자존심 지켜주는 사람 못떠나는데 그럼 난 남잔가?
.. 기타 등등..

그러니까 여자->남자 로 해당되는 대부분의 것들이 저는 남자인쪽에 가까웠던 것입니다.(네 저는 예쁘고 애교 잘부리고 자존심 세워주고 열심히 노력하며 꾸미는 사람 좋아요=-=; 제가 못하는 것들을 해주어서일까나;;)
하지만 동시에 XX염색체로서의 감성적인 것들, 그리고 사회적인 척도와 성 분리적 사고방식에 대한 생각도 가지고 있어서 참, 뭐랄까.. 많이 괴로웠습니다. 이 나이에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다니...흑흑;ㅅ;

그러던 어느 날, 우연찮게 우테나 코스프레를 보고 아 예전에 이런 것도 있었지 하면서 검색하다가
결국 TV판을 보게 되었죠. 오래된 애니를 봐서인지 옛 생각이 나더군요.
제 어렸을 적 목표 중 하나가.
멋진 남편과 참한 신부를 맞는 것이었습니다...응?

어쨌든, 이 애니 상태가 좀.. 괜히 전설이 아닌 만큼 춈 많이..그렇지만;(근친이라던지 동성이라던지.. 진지한 와중에 개그를 한다던지;;)
자신이 여자임을 자각하면서도 왕자님이 되고 싶은, 그래서 그것을 선택한 우테나에 자꾸 감정이입이 되더군요. 이 아가씨는 '남자로 태어났어야 했어'가 아니라 '나는 여자이니까. 하지만,' 이던!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지금도 왜 남자로 태어나지 않은걸까 생각하지만, 그래도 우테나를 본 이후에는 억지부리지 않아도 된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네타주의)
결국 여자이기 때문에 왕자님이 될 수 없었지만, 혁명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영향력이 결국은 그 주변에 혁명을 가져다 주었을거라 생각합니다. 혁명이란 원래 작은 떨림부터 시작하는 것이니까요.

요컨대, 연애에 있어서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로서의 역할을 굳이 하려들거나 혹은 하고싶지 않기에 그 자체를 거부하지 말자는 깨달음 이랄까요.
거기에 덤으로 주변사람들에게 영향력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좋은 목표도 얻었으니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애니였네요. (약간 오바하는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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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까.. 신이 있다면 진짜 가호를 받고 있는 건지.. 제가 꼭 필요할 때 무언가 답이 될 것이나 도움이 될 것이 제 손에 딱딱 떨어지는..+_+ 걍 운이 좋은걸까요...아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