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지각 이동설 국내 첫 입증
한반도가 속한 지각인 유라시아판이 지구 전체의 좌표에서 볼 때 서서히 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는 판구조이론을 재확인하는 한반도 지각이동 실측자료가 나왔다. 또 한반도는 일본과 해마다 약 3㎝씩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실측됐으며, 서해안에선 하루 최대 3㎝ 가량 진폭의 수직 변위가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천문연구원 박필호 박사(책임연구원) 연구팀은 13일 “지구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지구 지각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국제지각연구의 하나로, 2003년까지 지난 3년 동안 모은 한반도 지각이동의 지피에스 자료를 잠정 분석한 결과 한반도는 유라시아판과 동일한 방향과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은 연구팀의 다른 연구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대전과 타이완·상하이·츠쿠바 등 동아시아 지역 8곳의 지피에스 관측소에서 얻어진 1995~97년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남동쪽으로 움직이는 유라시아판과 북서쪽으로 움직이는 태평양판이 맞부딪히면서 한국과 일본은 해마다 약 3㎝씩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이 측지학적으로 판명됐다. 반면 유라시아판 안쪽에 놓인 타이완·상하이 등 5곳은 대전과 연간 1㎝ 이하의 상대운동 속도차이를 나타냈다.

지피에스는 자동차와 항공기·배의 항법장치에 실시간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데 주로 쓰이지만, 이번 연구처럼 지각 운동을 수평과 수직 방향에서 연간 1㎜까지 정밀하게 측정하는 우주측지학에도 쓰이고 있다. 연구팀은 그동안 천문연과 국토지리정보원·지질자원연구원 등이 세운 관측소 60여곳을 이용해 지피에스 좌표의 변화를 추적해왔다. 좌표 자료는 지상 2만㎞ 상공에서 24개 지피에스 위성들이 보내는 신호를 30초마다 한번씩 관측해 계산한 것이다.

박필호 박사는 “이는 한반도의 지각 변위가

유럽·러시아·중국을 포함한 유라시아판의 변위 방향과 일치한다는 것을 국내 60여곳 관측소를 통해 확인한 첫 실측자료”라며 “한반도가 유라시아판에 속해 있음이 다시 입증됐다”고 말했다. 지구의 껍데기는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 북아메리카판 등 여러개 판으로 이뤄져 있으며 제각기 일정한 방향으로 조금씩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동안 널리 받아들여진 판구조이론이다.


이 연구에 참여한 박관동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국내 지피에스 자료의 진가는 앞으로 한반도 지역의 단층대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작은 규모의 지각운동을 살필 수 있다는 데 있다”며 “관련 연구를 3년째 벌이고 있는데 앞으로 2~3년 더 관측자료가 쌓이면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안 단층대별로 미세한 지각운동의 속도 차이가 관찰된다면 한반도의 단층 구조와 지층 안정성에 관한 연구와 예측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박관동 박사는 “서해안의 지피에스 관측소 4곳에서 지각의 변화를 계측한 결과 인천지역에는 하루 평균 2㎝, 최대 3㎝ 가까운 진폭의 지각 변위가 수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수직 변위는 마치 거대한 그릇과 같은 서해안에 밀물과 썰물에 따라 바닷물이 밀려들고 나가면서 지각을 누르는 바닷물 무게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한반도 지역 단층대의 운동속도를 측정하는 한편, 서해안 지각의 수직운동을 정확히 측정해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지피에스의 지역관측소는 일본에 1천여곳이 운영되는 등 전세계 나라별로 무수하게 세워져 크게는 지구 전체, 작게는 지역별 지각운동을 살피며 지진 등 자연재해를 예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