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한해, 한국 게임시장의 키워드는 여전히 '온라인', 아니 이제는 완벽히 온라인 전용 게임국으로 탈바꿈한 듯 하다. 2002년이 패키지 게임 시장의 무덤이었다면 2003년은 그런 과거의 전례를 딛고 완벽히 온라인 게임국으로 전환을 하게 된 변이과정이라 할 한 해였는데 국내의 온라인 게임시장에 청사진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것 같다. 포화상태를 넘어서 내부 붕괴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 주식상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에 퇴색해가는 장인정신, 국내 온라인 게임의 고질적인 시스템의 무변화, 전자게임의 후진국들에만 의존하는 해외 수출, '오픈 베타'들로 인해 양성된 '베타족', 게임의 근본적인 완성보다 단기간의 수익이나 유저 유치에 급급한 미완성작들의 향연 등.

그나마 다행인것은 온라인 게임 = MMORPG라는 것을 넘어 '장르'가 다양화되고, 아직도 장인정신을 갖고 게임을 만들고 있는 중견 및 신생 업체들의 선전이 돋보이는 것, 해외의 대작 게임러쉬에도 흔들리지 않는(?) 꿋꿋함으로 내부 시장을 고수하고, 온라인 게임의 양적 증가에 따른 발전적인 시스템이 돋보이는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지금까지 국내의 온라인 게임시장은 양면성에 있어 어느 한 단면으로만 너무 치우쳐져 균형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좀더 변화할 수 있을까? 아직도 우리가 '온라인 게임강국'으로 갈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이제 한 해가 가고 새롭게 시작하는 2004년, 올해에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는 PC용 온라인 게임계의 기대작들과 다크호스들을 하나씩 짚어보자.


리퍼블리카(Republica) - IMC 게임즈, 한국

중력연구협회 대표 로드 키마큐는 개발이사로 강등(?)당했을 때 도리어 "이젠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어 좋다"는 여운을 남겼지만 결국 중력연구협회로부터 퇴출(?)당했다. 내부 사정은 잘 알수 없으나 본인이 얘기하길 별로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니 결코 명예로운 퇴직은 아닌듯 싶다.

어쨋든 그런 과거 전례사를 뒤로하고 장인정신의 오라를 풍기는 그가 다시 돌아왔다. 한빛 소프트로부터 투자를 받아 새롭게 제작하는 온라인 게임 '리퍼블리카(가칭)'를 들고.

리퍼블리카는 17 - 18세기의 격변의 유럽을 배경으로 '민주주의'적 사회 구현의 게임으로서 단순히 전투와 PVP 같은 것에 국한하지 않고, 리얼리틱한 생활의 일상과 정치적 배경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 하지만 아직 게임이 기획 단계이고 중심 스토리 라인도 잡히지 않은 터라 이런 짧은 내용들만으로는 게임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고 하니 앞으로 공개될 정보를 기대해봐야 겠다.(참고로 이케다 리요코의 원작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미국

2004년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에 최대의 위기, 혹은 전환으로 기대되는 게임.
여태껏 워크래프트 시리즈와 디아블로 시리즈, 스타크래프트 등으로 국내 게임 시장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던 블리자드가 제작하는 온라인 게임인만큼 그 네임밸류나 기대치는 남다르다.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기본 설정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얼라이언스 vs 호드의 이분적 구분을 주축으로 기존의 온라인 게임에서 선보였던 여러가지 시스템들을 한데 조합해 블리자드 특유의 믹싱과 워크래프트의 탄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매력적인 요소들, 지금껏 외국의 대작 게임러쉬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한국인'의 입맛에도 부합할 만한 특징을 무기로 2004년 클로즈 베타를 예정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국내 온라인 게임계의 위기, 혹은 새로운 전환으로 해석되는 이 게임의 흥행을 미리 점칠 수는 없지만 이미 세간에서는 '블리자드' 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핵폭탄이 될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버퀘스트2(Everquest2) - 소니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미국

국내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얘기지만, 일단 에버퀘스트2는 2004년 클로즈 베타를 예정하고 있다. 에버퀘스트 1편의 5번째 확장팩인 '게이트 오브 디스코드'(Gate of discord)가 먼저 등장한 것으로 보아 에버퀘스트2의 서비스는 잠정적으로 미뤄진 셈이지만 2004년도에는 등장하지 않을까 한다.

해외에서는 등장 이례 지금까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온라인 게임이자, 하드코어한 매니아 게임으로도 이름높은 에버퀘스트. 국내에서도 NC가 야심차게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얼마전 사업 부문을 정리해버릴 정도로 국내에서는 인기나 인지도가 턱없이 낮았던 비운의 작품이다. 2편은 1편에 비해 더욱 복잡해진만큼 그에 상응하는 재미와 장기간의 플레이가 가능할것으로 짐작, 물론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가 될 확률은 없다고 본다.

국내에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파급 효과를 우려하지만 해외, 특히 본토인 미국에서는 에버퀘스트2 폭풍을 더 무서워하고 있다. 오히려 유저들간의 평가는 에버퀘스트 2 = Real hardcore game,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Easy kid game 정도로 분류하며 극명한 동서양간의 문화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섀도우베인: 더 로스트 킹덤(Shadowbane) - 울프팩 스튜디오 & KBK, 한국

울프팩 스튜디오가 개발한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섀도우베인. E3및 세계 유수의 매체에서 발매전부터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천문학적인 제작비에 제작기간 4년이라는 장대한 길을 걸었던 이 해외의 게임은 KBK에서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역시 에버퀘스트의 전례처럼 서비스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비스사인 KBK는 서비스 중단에 그치지 않고 엄청난 모험을 감행한다. 바로 제작사인 울프팩 스튜디오를 인수, 완벽한 '한국화'의 섀도우 베인으로 다시 제작하고 있는 것. 게임 자체의 특징인 길드전, 공성전, 다양한 캐릭터 빌더와 수많은 클래스들간의 능력은 섀도우 베인의 게임 시스템을 남다르게 했지만 현지화에 실패했다는 것을 패인으로 지적해 많은 부분을 한국형에 맞게 새롭게 제작하고 있다.

현재 티저 사이트만 오픈해 놓은 섀도우 베인은 '더 로스트 킹덤'(The lost kingdom)이라는 새로운 부재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팡야(Pangya) - 엔트리브, 한국

2003년의 온라인 게임 변화중 좋은 현상에 하나였던 '장르의 다양화'는 주로 FPS에 국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온라인 게임은 탈(脫) RPG를 선언하며 다양한 장르로 등장할 것을 예고하고 있는데 그중 한 분야가 바로 스포츠고 스포츠 중에서도 '골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 골프인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일단 온라인 게임으로 구현하기 가장 쉬운 레져 스포츠이면서도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접하기 힘든 고급(?) 스포츠이며, 동시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현실에서는 아무리 접하기 힘든 그 어떤 것이라도 온라인에서는 더이상 비현실적인 것이 아닌 것, 필드 오브 드림을 온라인으로 구현할 게임들이 2004년 공개를 앞두고 있다.

그중 플래너스에서 분사, 독립법인이 된 손노리 출신의 새로운 제작사 엔트리브가 제작하고 있는 팡야는 가장 주목 받는 게임일 것이다. 화이트데이에 쓰였던 3D 엔진인 '왕리얼 엔진'을 개조해 제작중인 이 게임은 사실적인 물리학 구현과 경사면 표시방식으로 특허까지 출원중.

  



은하영웅전설 온라인(銀河英雄傳說 online) - 보스텍, 일본

다나카 요시키 원작의 SF 소설 '은하영웅전설'을 바탕으로 온라인 게임이 제작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은하영웅전설을 바탕으로한 PC용 게임을 제작했던 보스텍이 국내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플래너스와 손잡고 장대한 은하계의 대 서사시를 온라인으로 풀어간다.

게임의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소설 은하영웅전설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원작에 등장했던 카리스마 넘치는 개성적인 캐릭터들의 모습을 재현해 볼수 있다는 것. 아직 게임의 구체적인 시스템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얼마전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스스로 직접 함대를 운영해 볼수도 있는듯 하다. 아마도 은하제국과 자유행성 동맹, 페잔 자치령의 3세력으로 나뉘지 않을까 예측해보기도 한다.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에 원작에서의 그 캐릭터들을 직접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 하지만 설사 등장한다 하더라도 NPC에 그칠테니 스토리의 진행은 어디까지나 유저들의 몫이 될듯 하다.

  



미들어스 온라인(Middle-earth online) - 터바인 엔터테인먼트, 미국

애쉬론즈 콜 시리즈를 제작한 바 있는 터바인 엔터테인먼트에게 2004년은 누구보다 바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지의 군주로 잘 알려진 J.R.R 톨킨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미들어스 온라인을 엔터테인먼트 대기업인 비벤디 유니버설의 후원을 받아 제작중일 뿐 아니라 아타리 온라인과 손잡고 D&D(Dungeon&Dragons) 온라인도 함께 제작중. 모두 2004년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들어스 온라인의 가장 쟁점적인 요소는 역시, 워낙에 많은 매니아들을 보유한 작품인 만큼 '얼마나 원작에 가까운' 세계관을 꾸며내냐는 것이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판타지 소설책의 불운이랄까. 게임의 시스템이 어떻고 전투는 어떠하며 그래픽은 어떠한지.. 모두 2차적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미들어스 온라인의 세계가 과연 '미들어스(중간계)'와 얼마나 흡사하느냐 일것이다.

게이머는 인간, 호비트, 엘프, 드워프중 하나의 종족을 선택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데 자신의 캐릭터로 게임을 진행하며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협동해 악의 군주 사우론에 맞서 대적하는 것이 게임의 주축. 공개된 스크린샷들의 퀄리티로 보아서는 온라인 게임이라고는 믿지 못할 엄청난 퀄리티의 그래픽들인데 애쉬론즈 콜2로 보여주었던 '그래픽의 신화'를 터바인이 이어가는 모양이다.

  



울티마Ⅹ: 오디세이(UltimaⅩ: odyssey) - 오리진 시스템즈, 미국

로드 브리티쉬(리처드 개리엇)가 없는 울티마는 울티마가 아니라고? 하지만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작품이 울티마의 제작사인 오리진에서 진행되고 있다. 울티마 온라인과는 또다른 의미의 온라인, 오디세이가 바로 그것.

오디세이는 울티마9: 승천에 이어 10번째 타이틀의 이름을 걸고 제작되고 있지만 리처드 게리엇이라는 절대적인 제작자가 없어서인지 울티마의 팬들을 엮어두는데 실패하고 있다. 게임은 울티마지만 정작 유저들의 기대도나 네임밸류의 가치가 매우 저평가 되는 등. 아직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아 속단은 힘들지만 지금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공개된 스크린샷들을 보아도 이렇다할 큰 특징을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오디세이. 울티마라는 네임밸류를 이어갈 새로운 타이틀이 될 수 있을까? 단순히 명성에 의지해 제작되는 안이한 온라인 게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크로드(Archlord) - NHN, 한국

인터넷 게임 포탈 '한게임'을 이끌고 있는 NHN이 얼만지도 모를(제작비가 미디어마다 왔다갔다 한다. 100 - 200억 사이로. 가끔 300억도 보임) 많은 제작비를 들여 제작중인 블록버스터급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 절대 군주를 의미하는것 처럼 세력간의 다툼이라던가, 길드간의 세력권 등의 PVP 위주로 게임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칸트라 대륙을 배경으로 세계에 존재하는 5개의 아콘을 모으면 절대 군주가 될수 있다는 전설을 바탕으로 게이머들 자신이 세력을 키우고 동료를 모아 칸트라 대륙의 패권을 차지하는 것이 주 목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휴먼, 오크, 문엘프족의 영웅이 각기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해당 종족이 게임 내에서 패권을 다툴지도.

아크로드 게임발표 이후 공개된 동영상은 매우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데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PV(Promotion video)로 영상과 퀄리티, 배경음등 모두가 수준급. OST도 호화 라인업을 자랑하는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현지 녹음을 통해 '들을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탄트라 V2(가칭, Tantra online) - 한빛 소프트, 한국

한빛 소프트에서 야심차게 시작한 온라인 게임 프로젝트는 꽤 많은 제작비를 투자했다고 알려졌지만 초기 오픈베타때의 호응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며 차츰 내리막길을 걷다 서비스 중지라는 고배의 쓴잔을 마시게 됬다.
하지만 심기일전, 새롭게 리모델링 버전이라는 이름으로 탄트라 V2의 개발을 위함이었는데..

흔한 서양 판타지적 세계관이나 동양 무협의 세계관이 아닌 중동의 힌두교 신화를 세계관으로 잡았다는 것은 매우 참신한 소재였지만 게임성이 받쳐주지 못한 획일적인 게임성이나, 몇몇 온라인 게임들과 유사한 게임의 모습 등이 게이머들에게 강한 단점으로 지적받았다. 또한 12월 말에 오픈될 예정이었던 새로운 버전의 탄트라는
1월 8일날 '테스트 버전'으로 명명되어 개봉이 임박한 점에 게이머들은 한빛 소프트가 신용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공개 일자에 대한 비난등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V2는 1차 오픈 베타 테스트때 지출했던 막대한 마케팅 비용의 손실이나 서비스 중지 이후에 다시 새롭게 게임을 여는 것이므로 1차 테스트의 유저 회군율,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평가, 새롭게 리모델링을 시도한 이후에도 별다른 상승폭을 기록하지 못한 판타그램의 샤이닝 로어를 NC 소프트측에서 사업 자체를 포기한 전례 등을 고려하면 V2는 한빛의 도박으로 여겨지고 있다.





타뷸라 라사(Tabula Rasa) - 데스티네이션 게임즈, 미국

빠르면 2004년 말, 늦어도 2005년 초에 공개될 예정인 리처드 게리엇의 타뷸라 라사.
울티마의 아버지인 리처드 게리엇의 오리진 시스템 사퇴보다 게이머들에게 더욱 충격적이었던 2001년의 뉴스는 아마도 리처드 게리엇의 NC 소프트 입사(?) 였을 것이다. 그런 그가 데스티네이션 게임즈를 설립하고 기존의 모든 온라인 게임들에 대한 문제를 보완해 제작하고 있다는 의문의 그 게임.

사실 제작 발표 시점 이후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정보도 공개되지 않은 채, 얼마 전에는 타뷸라라사의 그래픽 디자이너 한명이 포트폴리오라고 공개한 아트웍 몇점만 보이고 있다. '쇼'가 아니냐고 의심할만한 이런 전례는 아무래도 2004년 말 - 2005년 초까지 기다려봐야 아는 것일까.

일반인들에게는 스크린샷 한점조차 공개되지 못할 미완의 타뷸라라사, 너무 비싼 게임이 아닐런지, 쇼만 아니라면 리처드 게리엇의 이름값 하나만으로 충분한 기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