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문뜩 김학규님(~님이라는 존칭은 어색해서, ~씨에서 ~님으로 수정)와 따님의

사진을 보고 혹, 이 분은 자식을 키울 때 마치 게임처럼 키우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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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게임들로 이뤄져 있다. 게임이란 건 컴퓨터 앞에 앉아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들기거나, 공을 차면서 뛰어가 그물에 차 넣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게임의 본질은 '과제-도전(혹은 수행)-보상' 으로 이뤄진 모든 것이다. 어떤 과제가 주어지고

그것에 대해 도전하거나 수행하고 나서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것이 바로 게임인 것이다.

아기들의 첫걸음마부터 시작해서 학교숙제, 방청소,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고백하기까지 온갖

것들이 다 게임인 것이다. '아니 이게 무슨 게임이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잘 생각해 보라.

그것들 모두 위의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들은 때때로 재미있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즐기는 게임처럼 말이다. 그런데 왜 그것들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들은

재미있지만, 어떤 것들은 재미있지 못할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두가지만 예를 들자면

'잘못된 과제의 제시'와 '보상의 부재'가 있다. 잘못된 과제의 제시는 과제가 잘못 제시되어

수행하는데에 무리가 따르거나, 도전한다 하더라도 성공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하든

질 수 밖에 없는 게임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병약한 아이에게 체력을 단련시킨답시고 운동장

10바퀴를 5분만에 뛰어갔다 오면 아이스크림 하나 사준다고 하는 게 이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보상의

부재는 말 그대로 과제와 도전, 수행은 있으나 보상이 없는 것인데, 기말고사 공부는 존내 빡시게

시키고 이번에 전교 5등 안에 안 들면 뒈진다고 말해놓고, 정작 5등 안에 들어도 선물은 커녕 칭찬

한 마디 없는 경우이다. (이것을 너무 당연히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두 경우 모두 재미없는 게임의

예이지만, 현실세계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행되는 일들이다. 그러니 우리네 인생이 재미없고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온갖 재밋는 게임들로 가득한 삶이 말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재미없는 삶이 게임처럼 재밋어질까? 단순하다. 적절한 과제의 제시, 그에 따른 보상만 잘

해주면 된다. 체력이 약한 아이에겐 하루에 운동장 한 바퀴 뛸 때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주면 되고,

전교 5등 안에 들면 컴퓨터 한 대 사주면 된다. 너무 단순하지만 이것이 답이다. 아이는 하루에 운동장

10바퀴라도 뛰고 싶어 할 것이고, 전교 5등에 들려고 쌍코피 터지게 공부할 것이다. 아주 즐겁게 말이다.


이런 게임적인 교육방식은 오래 전부터 이용되고 있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하지만

아직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함을 느낀다. 부모들은 여전히 보상없는 과제를 내리고, 선생들은 잘못된

과제를 마구마구 제시하며, 아이들은 인생이란 게임의 재미를 잊은지 오래다. 하지만 때때로 걔 중에는

스스로에게 과제를 제시하고 수행하여 그 결과에 따라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는 그런 아이들도 존재한다.

(*공부를 잘 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나 책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들 대부분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수행하고 스스로를 칭찬하거나 어떤 보상을 줬다는 경우를 많이 봤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말이다.)

그런 경우 대게 그 아이들은 즐겁게 과제를 수행한다. 스스로를 통제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다. 스스로에게 과제를 제시할 때 최대한 과제를 쉽게 수행할

수 있게 제시하게 되고, 그것을 수행했을 때 얻을 보상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상에 대한 욕구가

적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병약한 아이가 스스로 '운동장 10바퀴를 뛰면 아이스크림을 사먹기로 하자!'

고 생각했다고 가정하자. 분명 2바퀴도 채 돌기 전에 '이정도면 되겠지'하고 수퍼마켓으로 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GAMEMASTER가 필요로 한다. 그들의 게임을 통제해 줄 게임마스터 말이다.

그것이 부모의 역활이다. 그들에게 적절한 과제를 제시하고 적절한 보상을 내려 줄 훌륭한 게임마스터만

있다면 그들은 즐거운 게임으로 이뤄진 삶을 살아 갈 수 있을텐데 말이다.



우리 부모님이 좀더 능숙한 게임마스터였다면 나도 좀더 재밋는 삶을 살았겠지만, 그건 결국

남탓이고, 나라도 나중에 애 낳아 기르게 되면 멋진 게임마스터가 되어 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