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닭둘기의 성지 부산 용두산 대공원.

무리에서 존경받는 한 늙은 닭둘기가 하늘을 날아가는 비둘기 한마리를 보며

다른 닭둘기들에게 말했다.

"나도 철없던 젊은 시절엔 저렇게 개망나니처럼 여기저기 날아다니곤 했지.

하지만 그렇게 젊은 시절을 보내고 내게 남은 건 배고픔과 한숨 뿐이었어.

전부 어리석은 짓일 뿐이었어. 그 때 난 깨달았지.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그 이후로 난 절대 날개짓을 하지 않아. 난 그런 내 젊은 시절을 후회하고

정신을 차리곤 여기에 오게 된거야. 여기선 누구나 아침 일찍 일어나 사람들을

쫒아 다니면서 그들이 던져 주는 옥수수 낟알을 주워 먹으면 얼마든지 굶지

않을 수 있어. 난 그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사람들을 쫒아 다니며 낟알을 주웠고

또 차곡 차곡 모아 두었지. 그렇게 하루하루 세월이 흘러 난 여기 있는 다른 그

누구보다도 부유한 닭둘기가 되었어. 사랑스러운 여인을 만나 결혼도 했고,

귀여운 새끼도 낳아 길렀지. 난 그 누구보다 성공한 닭둘기라 자신할 수 있어.

저기 저 녀석도 지금은 미소 지으며 날고 있지만, 언젠가는 나처럼 후회하고

말거야. 그러곤 여기로 돌아오겠지. 조금이라도 더 일찍 여기로 올걸 하면서 말야.

너희들은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길 바래. 누구보다 더 빨리 이곳에 적응하고

이곳에 대해 배우도록 해. 그것이 너희들을 성공하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고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니까."

그의 말을 들은 젊은 닭둘기들은 그를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용두산 대공원의 닭둘기 인생이 행복한 삶일지, 하늘을 날아가는 비둘기 인생이

행복한 삶일지에 대한 절대적 기준은 없다. 어떤 삶이 행복할 지는 자기 나름이다.

다만,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엔 닭둘기의 인생이 절대적으로 행복한 삶이라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닭둘기의 인생은 역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