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에서 읽은 이야긴데,


이야기는 귀족의 부패와 종교의 타락이 만연하던 15세기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때는 1657년, 무분별한 마녀사냥과 면죄부 발행으로 교황청을 타락시켰던 아나스타시오

1세가 즉위 32년 만에 갑자기 서거하고 그 뒤를 이어 아나스타시오 2세가 즉위하게 된다.

사제 시절부터 교황청의 타락을 지켜봐 왔던 그는 교황청과 유럽의 천주교 국가들을 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다양한 개혁을 일으킨 교황으로 유명한데 그 중 재미있는 한 일화가 있다.

그는 사람들을 타락시키는 것들이 여러가지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중 하나가 '포도주'였다.

사람들이 포도주를 마심으로써 인내심과 절제심, 자제력 등을 잃게 되고 결국 사탄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고민에 빠졌다. 포도주를 이대로 놔두면 사람들은 점점 더 타락할 것이고,

그렇다고 포도주를 금지하자니 전 유럽의 귀족들이 찬성 할 리가 만무했다. 그런 그에게 에스파냐

출신의 모험가 푸에르토 코르테스가 해결책을 가지고 나타났다. 1660년, 동방으로의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코르테스는 수많은 동방의 보물들을 가지고 돌아왔는데 그 중에는 화려한 동방의

예술품이나 진귀한 보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중엔 신비한 동식물들도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앵두딸기(cherry berry)'이다. 코르테스는 늘 모험을 마치고 돌아오면

권위 있는 귀족들을 방문하여 부인에게는 보석을 선물하고 아이들에겐 생전 처음보는 동식물을

선물해 주어 그들의 신망을 얻곤 했는데, 한 귀족 가문의 아이들에게 선물 해 준 앵두딸기의

그 '독특한 특성'이 알려지면서 유럽 귀족 사회는 순식간에 귀 앵두딸기의 소문으로 휩싸였고

그것이 교황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 독특한 특성이란, 앵두딸기로 만든 술은 아주 쉽게

취하지만, 취하고 나서 두어시간만 지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술에서 깨게 되는 것이다.

이를 알게 된 교황은 귀족들로 하여금 술을 계속 마시게 하는 동시에 그들의 자제력을 잃지 않게

할 좋은 방법을 찾게 되었다. 바로 앵두딸기주로 포도주를 대체하는 것이었다. 한번 마음을 먹으면

바로 행동에 옮기는 것으로 유명했던 그는 유럽의 모든 천주교국가에 포도주 농장을 폐지하고

앵두딸기를 재배할 것을 권유했으며, 모든 종교의식에서 사용되는 포도주조차 전부 앵두딸기주로

대체했다. 처음엔 많은 귀족들과 사제들이 반대했지만, 앵두딸기의 달콤한 맛과 놀라운 특성 때문에

반대세력은 점점 사라졌고, 그의 의도대로 세상은 더이상 술주정뱅이들의 세상이 아니게 된 듯 했다.

하지만, 앵두딸기의 치명적인 결점을 알지 못했다. 앵두딸기주를 처음 마신 사람들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금방 취하고 금방 깨지만, 술을 마시면 마실 수록 일종의 면역이 생겨서 점점 더 늦게 취하게

되고 또 늦게 깨게 되었던 것이다. 거기에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어서 결국은 포도주보다 더 무서운

술이 되버린 것이다. 교황의 포도주 금지령이 선포된지 5년만에 유럽은 과거보다 더 타락하고 부패한

술주정뱅이들의 세상이 되 버린다. 결국 교황은 다시 앵두딸기주 금지령을 내리고 모든 앵두딸기 농장을

폐지하고 포도주를 마시도록 권했다. 그리고 앵두딸기를 유럽에 들여놓았던 모험가 푸에르토 코르테스는

앵두딸기주에 중독되 평생을 술만 마시다 죽고 만다.



이야기의 앵두딸기는 장미과 딸기속에 속하는 식물 중 하나로 말 그대로 딸기의 한 종류입니다.

원산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라비아 쪽이라고 하구요. 지금도 금기시하는 열매인데, 일부에선 아직도

술로 만들어 먹곤 한다고 하네염. 술 하나 때문에 유럽 전체가 흔들리다니 참 난감하지 않나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