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웹서핑을 하던 도중.. 참 와닿는 글이라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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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하면서 눈물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가슴이 찡한 글을 읽었다네..



서울 쌍문동 "풀무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작가 이철환의



"축의금 만 삼천원"이란 글이야..









약 10 여년전 자신의 결혼식에



절친한 친구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를 등에 업은 친구의



아내가 대신 참석하여



눈물을 글썽이면서 축의금



만 삼천원과 편지1통을 건네 주었다..



친구가 보낸 편지에는



"친구야! 나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아기가



오늘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친구여~ 이 좋은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 해남에서 친구가 -

*

*

*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하나를 꺼냈다.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가 가슴 아파 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 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

*

*

*



"친구야! 술 한잔하자



우리들의 주머니 형편대로



포장마차면 어떻고 시장 좌판이면 어떠냐?



마주보며 높이든 술잔만으로도 우린 족한걸,



목청 돋우며 얼굴 벌겋게 쏟아내는 동서고금의 진리부터



솔깃하며 은근하게 내려놓는 음담패설까지도



한잔술에겐 좋은 안주인걸,



자네가 어려울 때 큰 도움이 되지 못해 마음 아프고



부끄러워도 오히려 웃는 자네 모습에 마음 놓이고



내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말할 땐 뭉클한 가슴.



우리 열심히 살아보자.



찾으면 곁에 있는 변치않는 너의 우정이 있어



이렇게 부딪치는 술잔은 맑은소리를 내며 반기는데,



친구야! 고맙다.... 술 한잔하자"



친구야 술 한잔하자 / 오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