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삐딱한 구석이 있어서 대세랄만한 것은 기피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덕분에 다빈치코드도 유행이 제법 식은 후에나 찾아보았고, 왕의 남자는 아예 안 봤죠.

하루키도 그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두다 하도 볼게 없어서 결국 손을 대게 됐습니다.

근데 이거 좋더군요.

개인적으로 좀 건조하달까, 평이하달까 그런 감이 있어서 일본소설은 썩 좋아하는 편이 못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좋았어요. 예전에 어둠의 저편을 볼때는 문장이 나를 빨아들이는 것 같다고 감탄하긴 했지만 크게 감명받진 않았거든요.

이제껏 읽은 것이 상실의 시대와 해변의 카프카 둘.

그중에서도 상실의 시대는 정말 좋더군요.

분위기도 그렇고 표현력도 그렇고 캐릭터나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나 결말이나 이래저래.
개인적으로 꽤나 이입되는 것도 있었지만.
직전에 읽은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를 후루룩 속독해버린 것과는 극히 대조적으로말입니다.

성적인 부분에 있어 쓸데없이 과장하거나 자극적 소재로 쓴다는 느낌도 없고, 그렇다고 반대로 괜스레 금기시한다던가 기피한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고. 그렇다고 이런 종류의 통념상 꺼려지는 소재를 다루는 것 자체를 두고 뻐기는듯한(표현하기가 좀 애매합니다만 이런 느낌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감도 없네요.


다른 작품도 읽어볼까 싶은데 뭐가 좋을까요? 네이버에서 검색하니 열페이지가 넘게 떠버리더라구요.
난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