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len Angel님의 덧글에 남기려다 글이 길어져 여기에 적습니다.

사실 저도 일본 야구에 대한 깊이있는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최대한 아는 만큼 적어 보겠습니다.


장기원정의 이유를 물으셨는데, 표면적인 이유는 여름 고시엔이 대회 전 준비기간과 대회 후 정비기간을 포함해 8월 한 달 내내 거의 매일 빡빡한 일정에 맞춰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신 타이거즈는 관서를 대표하는 프로팀이자 오사카를 대표하는 시민구단입니다.(아이러니하게도 고시엔 구장은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라 오사카랑 약간은 거리가 있지만 ^^;;) 당연히 구단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충성도도 가히 일본 최고라 불릴 만하지요. 이승엽 선수 덕분에 일본야구 중계를 접할 기회가 많은데, 한신의 홈경기를 보신 분들이라면 7회초 공격이 끝나고 7회말 직전에 모든 관중이 참여하는 그 유명한 풍선날리기 세리머니를 보셨을 것입니다. 거기다 2003년에 한신이 18년만에 센트럴리그 우승을 달성했을 때 대표적인 관서지역 기업인 닌텐도에서 한신 우승기념 한정판 게임큐브를 만들 정도였으니 가히 이 구단의 대표성과 인기도가 짐작갈 만합니다.

이런 구단을 일개 고등학교 대회 때문에 한 달 동안이나 홈구장 밖으로 쫓아낸다는(?) 것이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인데,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프로팀 일정을 제낄 만큼 여름 고시엔 대회의 전통과 권위를 인정해 준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말씀하신 대로 장기원정이 큰 핸디캡이 됨을 알고 있음에도 한신 선수들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불평하지 않습니다. 대회기간 동안 경기에서 진 팀의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시엔구장만의 검은 흙을 기념으로 봉투에 담아가는데, 하루 일정이 끝나면 지역에서 돈을 들여 흙을 보충하고 대회가 끝나면 또다시 홈팀 한신을 맞이하기 위해 거금을 들여 대대적인 구장 보수를 합니다. 시민구단인 만큼 당연히 이 유지비용을 주민세로 충당해야 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세부담이 늘어남에도 어느 한 사람 불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장기원정의 불리함을 딛고 호성적을 거두었다며 더 좋아하지요.

그만큼 오랫동안 전통과 권위를 쌓아 왔고 그에 걸맞는 명승부들이 벌어졌다는 얘기지요. 고등학교 선수이기에, 고등학교 선수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젊다 못해 어린 패기와 열정을 볼 수 있고, 그 시절 여름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동문들이 이 기간 동안 대거 고시엔을 찾습니다. NHK에서는 정식 대회기간인 보름 동안 채널 한 개를 통째로 고시엔 중계에 할당하며 전 경기를 중계하고(일정이 빡빡한 만큼 오전부터 저녁까지 경기가 계속됨에도 한 경기도 놓치지 않고 방송해 줍니다) 대회 전부터 모교의 향수와 젊음의 패기를 자극하는 각종 포스터들이 재학생들과 동문들을 자극합니다.

야구부를 가지고 있는 학교의 학생들과 선수들은 지역예선부터 결승까지 오로지 단판제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피를 말리는 일정 속에서 여름의 고시엔 결선대회를 향해 최선을 다합니다. 해서 지역예선이건 결선대회건 패배하는 팀들은 종종 '나의 여름은 끝났다'하면서 <여름 = 고시엔>의 등식을 확인하곤 하지요.

[이 글을 쓰다가 갑자기 현시연에서 나온 마다라메의 명대사가 생각났습니다. "'여름'과 '여름 코믹'은 동의어니까"(....)]

야구를 국기(國伎)로 삼고 있고 매니아층이 두터우며 관람문화가 정착된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하면서도 부러운 이벤트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장황한 글로 설명을 드렸습니다만, 좀더 컴팩트하면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여름 고시엔을 알고 싶으시면

http://blog.naver.com/kobe_d207?Redirect=Log&logNo=20010135384

여기를 참고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꼬랑지 : 중간에 글을 몽땅 날려먹어서 처음부터 다시 적느라 글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시리즈우승->리그우승으로 수정하고 정확한 연수도 새로 넣었습니다. 죄송합니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