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으로 새출발 국산 게임의 전설 이원술·김학규
[속보, IT] 2003년 11월 20일 (목) 16:24

[일간스포츠 이재진 기자] 게임프라이데이 첫호서 '한국게임계 파워20인'에 선정
'손노리' 'IMC게임즈'로 홀로서기 "돈·재미 함꼐 추구"


국산 게임의 ‘젊은 피’들이 돌아왔다.


지난 10년간 국산 게임 개발을 주도해 왔던 이원술 씨(30)와 김학규 씨(30)가 새로운 개발사로 홀로서기를 선언하고 성공을 향한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두 사람은 게임프라이데이 1호(8월 8일자)의 특집기사 ‘한국 게임계를 이끄는 파워 20인’에서 순수 개발자 출신으로는 두 번째(이원술 전체 12위)와 세 번째(김학규 전체 16위)의 위치를 차지한 바 있다.


손노리와 그라비티가 공동으로 개발했던 국산 RPG 악튜러스 (2000년 12월 발매)를 계기로 끈끈한 인연을 맺어 오던 두 사람이 지난 18일 일간스포츠 사무실에서 오래간만에 재회했다. 두 사람의 솔직담백한 크로스 토크로 수북하게 쌓인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본다.


▲ 손노리-그라비티 합병설의 진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곧바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악튜러스 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눴다. “요즘 악튜러스 이야기가 많이 나오던데 기분이 어때요?”(김학규) “그래도 일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서 뿌듯하네요. 오래간만에 로열티도 받겠군요”(이원술)


오래간만의 반가운 자리에서 이원술 씨가 숨겨진 비화를 꺼냈다. “왜, 예전에 합치자고 했었잖아요” 악튜러스 의 제작이 한창이던 2000년, 이 씨가 돌연 그라비티에게 합병을 제안했다. 진지한 정식 제안이었으며 김 씨도 “당시에 심각하게 고민했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만약에 손노리와 그라비티가 합병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게임사의 한 축이 바뀌었을 거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당시 양 사간의 회사 문화가 많이 달라 합병논의는 결국 무산됐다.


▲ 첫 단추를 잘못 끼웠던 힘든 시기


두 사람이 새롭게 출발하는 데는 이전에 진행했던 작업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인 이유가 크다. 언제,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씨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라비티를 그만 두고 힘들지 않았어요?” “글쎄요, 개인적인 소송에 휘말려서 몇 달간 고생했지만 힘들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악튜러스 를 한창 개발하던 2000년 초가 가장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죠.”(김학규)


당시 김 씨가 이끌던 그라비티는 자금난에 봉착해 직원들 월급을 줄 돈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지분 투자를 받고 회사를 넘기기로 결정했다. 결국 악튜러스 이후에 라그나로크 온라인 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지금은 갖고 있던 그라비티 지분을 모두 넘겨주고 완전히 ‘남남’이 됐다.


김 씨가 맞받아서 질문을 던졌다. “원술씨도 한동안 고민 많이 한 것 같던데요?” “플레너스 체제로 들어가고 나서부터 였던 것 같아요. 그 때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있었죠. 너무 많이 일을 벌였고 계속 해서 진행시켜야만 했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죠.”(이원술)


▲ 10년의 세월이 쌓은 ‘껍질’을 깨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세운 회사의 소유권을 넘기고 나서 개발자로서 고민을 거듭하다 새출발을 결심한 경우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어요. 진짜 손노리의 힘은 자유분방함에서 나오는 건데, 학규 씨는 어땠어요?”(이원술) “저도 다시 한번 내 회사에서 만든 게임으로 승부를 걸고 싶었죠.”(김학규)


이 씨는 새로운 개발사의 이름을 고민 끝에 손노리로 명맥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처음엔 10년 동안 게임시장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어요. 사람들의 게임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었는데 내 생각이 닫혀 있었던 거예요.” 이 씨는 앞으로 무조건 재미 있는 게임을 만든다는 각오를 다지며 신작 게임을 기획부터 진두지휘 하고 있다.


“원래 손노리가 했었던 대로 할 생각입니다. 게임만큼이나 TV를 좋아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코드는 잘 안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손노리는 온라인 RPG가 아닌 기획력 있는 캐주얼 게임으로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


이어 이 씨가 김 씨에게 주제를 넘겼다. “어떤 게임을 만들 계획인가요?” 김 씨의 솔직한 대답이 이어졌다. “돈과 재미를 함께 추구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둘 중에 어느 한쪽만 선택한다는 것은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고 봅니다.”


김 씨의 신작 온라인 RPG 리퍼블리카 (가칭)는 내년 여름쯤 비공개 시범서비스를, 이 씨의 신작 캐주얼 게임은 내년 봄에 비공개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담고 싶은 말은 산더미였지만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물었다. “새출발의 성공 확신, 얼마나 하죠?”


“100%죠”(이원술) “전 200%입니다”(김학규) “그럼 전 300%로!”(이원술) “하하”(웃음)


선의의 경쟁자로 새로운 국산 게임 시대를 예고하는 두 사람의 건강한 웃음처럼 새출발이 알찬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이재진 기자 ziney@dailysports.co.kr




▲ 이원술은


1993년 손노리팀에 합류해 개발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게임 키드. 국산 게임 최초로 10만장이 판매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1994년작)을 계기로 스타덤에 올랐다. 98년 ㈜손노리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자금 압박의 이유로 2001년 로커스홀딩스에 합병됐다가 올해 다시 독립해 ㈜손노리를 다시 설립했다. 게임 속에 자신의 희화화시킨 ‘패스맨’ 캐릭터를 등장시킬 정도로 유머가 넘치는 게임계의 익살꾼이다.



▲ 김학규는


1994년 아트크래프트팀 소속으로 리크니스 를 개발하며 개발자로 출발했다. 아트크래프트팀은 이후 소프트맥스와 그라비티로 분리됐다. 그는 그라비티에서 게임개발을 계속 하다가 1998년 ㈜그라비티 소프트를 설립, 손노리와 공동으로 악튜러스 를 개발했다. 이후 2002년 캐주얼 온라인 RPG의 효시가 된 라그나로크 온라인 을 개발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3월 IMC게임즈를 설립하고 새롭게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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