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게임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박정규입니다.

매번 들어와서 게시물들만 읽어보다가

많은분의 의견을 듣고 싶은 주제가 있어서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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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질을 하다가 글쓰기 창작 클럽이 있길래 가입했다.

올라온 글들을 보던중 역시나 예상한대로, 번역체나,속어,채팅용어로 쓰인 글들이 많았다.

리플로 바른말을 쓰자고 글을 올렸더니 놀랍게도

당신이나 잘하라는둥, 너 참 잘났다는둥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는게 아닌가.

해명글을 올리긴 했으나 나는 졸지에 남의 창작의욕을 꺾는 사람이 되었다.

창작의 기본은 한글이다.

어법에 맞지도 않은 글로 좆같은 물건을 써갈겨놓고

감수성이 풍부하다느니 형식에 치우치지 말고 내용을 보라느니하는 꼴을 어찌 봐야하는지..

개나 소나 글쓰는게 과연 좋은 세상이냐?





저는 딴지일보를 즐겨 봅니다.

근래엔 많이 퇴색한 듯, 항상 그런건 아니지만

인터넷 웹 신문 중 가장 솔직한 기사와 객관적 논평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그곳에 오는 독자들이 올리는 글이 종종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위 글은 최근 딴지 일보에서 "장정구"라는 필명의 독자가 올린 넋두리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 보고 웃어 넘길지 모르는 짧은 글인데도

저 스스로 글쓰는 사람인지라 이 문제가 단지 웃어 넘길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형식' 또는 '규율'이라는 것은 다분히 보수적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쓰여져야하는 보편성을 띄기 때문에

언제나 형식과 규율은 보수적이며 구성원들에게 관습적으로 세뇌됩니다.

가장 보편적인 예가 바로 "법"이지요

사회 구성원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행동 기준이 바로 법입니다.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이 법을 지켜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법이라는 제도는 알게 모르게 사람들을 얽매게 됩니다.

기준과 어긋나는 다른 행위를 용납하기 어려워지는것

튀어나온 못은 언제나 매를 맞기 마련이죠.

그것이 바로 "고정관념"이며, 이는 창작활동의 가장 커다란 적입니다.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새로운 참신함을 낳게 되는거고

역사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은 동시대에서 가장 테크닉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뭔가 새로운 방식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쉬운 예로, 인상주의 화풍의 창시자인 "마네"의 그림은

당시 전시될때 3M 높은 벽에 걸어야 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사실주의 화풍에 익숙해진 일반인들 눈에

그의 인상주의 화풍이 크게 거슬려서 우산으로 그림을 찍어 찢으려 했기 때문이죠.

"저것도 그림이라고 그렸냐"는 평을 늘상 들어야 했다는군요.

그러나 그후로 그의 화풍은 유럽에 큰 호응을 얻어서

모네, 르느와르, 드가 같은 화가들이 쏟아지며

그동안 이어져 내려온 사실주의 화풍을 몰아내고 유럽 전체를 뒤덮었다고 합니다.



이제 여기서 문제를 제기해 봅니다.

어법은 강제성을 띄고 있지 않지만 분명한 법입니다.

따라서 전 글을 쓸땐 최대한 표준어 문법에 맞는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번역체, 채팅용어,속어등 현재 표준말로 지정되있지 않은 단어와

웹에서 쓰이는 비공식적인 문법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 또한 많습니다.

얼마전 베스트셀러 작가가된 귀여니가 좋은 케이스입니다.

개인적으로 귀여니의 소설에서 어떤 소설적 감동이나 주제의 깊은 내면등을 느끼기엔

다소 부족했다고 평가합니다만, 그보다 더욱 화제가 된건 그녀의 채팅용어 문법이었죠.

이후로 그런식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을 "귀여니 같다"라고 하며 비난해왔습니다.

그 이유로 비표준어로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대부분 서사적인 접근보다는

판타지와 자기 위안형의 소비형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귀여니가 썼던 그놈은 멋있었다,늑대의 유혹등의 주요 골자는

"아무것도 아닌 여자얘가 싸움도 잘하고 완벽한 왕자님 같은 남학생의 사랑을 받는다"

라는 류의 신데렐라 스토리였죠. 이는 추측하건데 작가 본인의 판타지이기도 하며

많은 여학생들의 판타지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판매부수가 이를 증명하지요.



하지만 이런 킬링 타임용 소재를 쓰지 않고 정말 제대로 된 서사를 쓴다면?

극단적인 예로, 채팅용어로 쓰여진 반지의 제왕을 상상해 보십시오

만약, 반지의 제왕이 채팅용어로 쓰여져도 그 세계관과 서사성이 비난받을까요?

어떤 표현 방식 때문에 그 속내를 바로 보는데 저해가 되서는 안되지만

전 비표준어로 글을 써선 안된다고도 여깁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서사성을 잘 전달할 방법이 있을것입니다.

이건 뭔가 좀 이율배반적이지요.

언어는 예나 지금이나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소통이 보급화된 지금은 그 속도가 더욱 가속화 되어가고 있구요.

표준이라는 정의는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비표준어가 언제까지고 비표준어이리라는 장담은 어렵습니다.




과연 비표준어로 쓰이는 글을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냐?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