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백원짜리와 십원짜리,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오십원짜리로 4000원

선불을 넣는 초딩의 애처롭고 알흠다운 눈망울이 나를 슬프게 하는데,


피시방 앞 하나밖에 없는 중국집의 낮은 퀄리티의 짜장면을 곱배기로 시키고

제발 오늘은 단무지 좀 많이 줬으면 하는 내 바람이 나를 슬프게 하는데,


일본 가서 딴 거 다 필요없고 여자사진만 찍어오라는 말에 디카로는 못 찍는게

있다고 폰카로 찍게 폰 좀 빌려달라는 친구의 말이 나를 슬프게 하는데,


짜장면 곱배기가 모자라서 해 먹으려다 실수로 찬물 넣은 튀김우동에 그나마도

세개 밖에 없던 맛포튀김이 발라당 땅바닥에서 뒹굴며 나를 슬프게 하는데,


매일 같이 피시방으로 출근해서 선불 넣고 노는 초딩들 몇명 꼬드겨 몇시간 씩

초딩들 아이디로 메이플 스토리를 하는 중딩이 나를 슬프게 하는데,


사람 다 보이는 구석에서 독특한 취향의 아줌마 동영상을 즐기다 내가 지나가면

잡 코리아 올려 놓고 열심히 일자리 찾는 아저씨가 나를 슬프게 하는데,


이 좋은 나이에, 이 좋은 방학에, 이 좋은 시간에 손님 몇명 없는 이 피시방에서

얼마나 할 짓이 없었으면 이런 글이나 올리는 내가 날 슬프게 하는데,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