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골목길에 언제나 창문이 열려 있고 불이 켜 있는 집이 있습니다.

그 집을 스쳐 가는 순간 살짝 그 창문 속을 쳐다 봅니다.

그러면 언제나 한 少女가 저를 쳐다 봅니다.

그 少女는 항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그 컴퓨터 옆에는 구체관절 인형이 두어개 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그러겠거니 하고 지나갔었는데..  매주 그렇게 스쳐 지나가면서 심심한 퇴근길을 괜시리

쓸데 없는 상상으로 매꿔 보곤 했습니다.  

저 少女는 뭐 하는 사람일까?  몇살일까?  하는 상상들..

저희 집 가까이에 예체능 대학교 캠퍼스가 하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데.. 아마 그 학교에 다니는

자취생이 아니려나 하고 짐작하고 있네요.  집도 자취방 같이 생겼고.. 있는거라곤 컴퓨터와 작은 옷장

하나.. 그리고 약간은 정리 안된 방구석을 보면.. 그리고 나이는 아마 저랑 같은 나이가 아닐까 합니다.

아직도 고등학생 티가 나는 대학생.. 같은 느낌.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면서 집으로 향하고.  일주일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까먹었다가 다시 알바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 창문이 떠올라 살짝 쳐다 보고 지나가곤 합니다.   여전히 제가 그 창문을 쳐다 볼 때

그 少女도 창문을 쳐다 봅니다.  늦은 밤 낯선 발걸음 소리가 나서 일까요.  하지만 언제나 그 창문은

열려 있습니다.   그 늦은 밤까지.   그 少女는 그 늦은 밤까지 뭘 하는 걸까요.  그냥 또 이런 상상을

하면서 걷다 보면 집에 도착합니다.

언젠가 알바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그 창문이 닫혀 있는 날이 온다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조금은

심심하겠죠?  그 少女는 어떨까나요?  그 少女도 심심해 할까나요..  또 이런 상상도..


심심해서 미치다 못 해 이런 상상까지 합니다;;  에효..